디자인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SK이노베이션이 유·무형으로 추진 중인 그린(Green) 청사진을 친숙하고 쉽게 전하기 위해 출발한 행복Green디자인(가칭, 이하 행복그린디자인) 프로젝트. SKinno News는 도자기와 폐플라스틱을 기반으로 조성된 깨끗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미래의 행복한 코끼리(행코) 모습을 표현한 국민대학교 ‘애코’ 팀의 김중훈 학생을 만나 준비 중인 작품 계획을 들어봤다.
Q1 ‘애코’ 팀에서 작품 전시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어요.
제가 속한 ‘애코’ 팀은 공업디자인학과 학생 두 명과 도자공예학과 학생 두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공을 하고 있는 저희는 환경을 주제로 함께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고민의 끝은 도자기와 폐플라스틱으로 코끼리 오브제(*)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나누어 주며 그 과정에서 생긴 이야기를 전시 테마로 정했습니다.
(*) 오브제(Objet): 미술 작품으로 여겨지지 않던 것에 작가의 재해석과 새로운 의미 부여로 미술 작품이 될 때 이런 매개체를 ‘오브제’라고 한다. – 출처: 위키백과
<애코>는 ‘애기 코끼리’를 줄인 단어입니다. 애기 코끼리에 대한 아이디어는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캐릭터 ‘행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환경보호라고 하면 연상되는 대표적 동물 중 하나인 코끼리는 환경 파괴로 개체 수가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애코’ 팀이 표현하고 싶은 작품은 오염된 환경 속의 불행한 코끼리가 아닙니다. 미래의 행복한 애기 코끼리를 오브제로 표현하고, 이 오브제를 통해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핵심 주제입니다.
(**) 행코: ESG 경영과 친환경 미래 비전을 보다 친숙하게 알리고 친환경으로 나아가는 길에 대중의 동참을 이끌기 위해 개발된 SK이노베이션 친환경 캐릭터로, ‘행복한 코끼리’를 줄인 말이다.
▲ 차도 위를 걷고 있는 아기 코끼리 (출처: pexels, Magda Ehlers)
Q2 공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가지는지, 특히 세상에 어떤 이로운 점을 더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하고 제 자신을 돌아봤습니다. 아직 아마추어 작가지만 배움이 깊어질수록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디자인은 세상에 해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아름다움과, 동시에 용도를 지닌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공예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에 공예가 있습니다. 오늘날 디자인과 공예는 다른 분야로 나뉘어 그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된 것처럼 보이고 저 또한 공예는 기술에 가깝고, 기술을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반면에 디자인은 설계하고 실현하는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고 정의해 둘을 구분 짓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무, 금속, 도자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뤄 보고 공부하면서 공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공예는 단순히 반복하며 기능을 숙련하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재료와 소통하고 매 순간 경험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행위였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Q3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요?
▲ 김중훈 학생이 구리 소재를 가공해 컵을 만들고(좌) 목선반을 이용해 목공 작업을 하고 있다.(우)
장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책 <장인>에서 저자는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수한 품질을 추구하는 열망”을 기를 수 있다고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일 자체가 보상이기 때문에 “일을 잘하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을 박탈한다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들며 “어떤 물건이 좋은 물건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이 질문은 “일이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효율성이 추구되는 시대에 공예가는 작은 소품 하나도 직접 설계하고, 소재를 손질하고, 하나하나 다듬어 만듭니다. 물건 하나에도 정성 들여 만드는 사람의 태도와 생각에서, 시대에 얽매이지 않는 아름다움과 좋은 삶에 대한 통찰을 배웠습니다.
작업 과정을 구체적으로 전시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원재료와 가공 도구들을 가져다 놓고, 실제 제작 현장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관람객이 결과물 하나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얻는 기쁨을 느끼도록 하고 싶습니다.
평소 환경에 대해 얼마나 자주 생각하시나요? 지구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 속에서 친환경적인 결정을 내리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갔을 때, 생활 전반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이 녹아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실천이 그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부러웠습니다. 슈퍼마켓에서는 비닐 대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고, 동네마다 유기농과 친환경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독일이나 북유럽 국가에서는 판트(Pfand)***와 같은 공병 보증금 제도도 일상이었습니다.
(***) 판트(Pfand): 일회용 용기에 보증금을 매겨 나중에 반납하면 환급해주는 독일의 시스템 – 출처: KDI 경제정보센터
▲ (좌) 친환경 포장재를 제공하는 유럽의 슈퍼마켓/ (우) 유럽의 공병 회수 기계
이처럼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환경을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도 좋겠지만, 실생활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집에 둘 수 있는 오브제를 선택했습니다. 행동의 습관화를 위해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습관이 선행되어야 할텐데, 오브제를 집에 가져가 거실 탁자에 올려두면 가족들이 한 번씩 보면서 그와 관련한 궁금증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가끔 쳐다보며 전시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은 돌을 호수에 던지면 잔잔한 물에 파장이 일어나는 것처럼,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계속해서 널리 퍼져 나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켜 어떤 메시지를 잘 전달할 것인지를 가장 중점에 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 행복그린디자인 전시를 위한 작품 테마를 작업하는 김중훈 학생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는 오래 전부터 탄소발자국, 지속가능성, ESG 등 그 이름이 바뀌며 많은 사람과 단체를 통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필요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환경을 생각한다는 취지를 내세우면서 에코백이나 텀블러의 디자인만 바꿔 마케팅의 용도로 이용하는 일명 ‘그린 워싱****’의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행사나 매체가 얼마나 진정성과 실효성을 가지는지 의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 그린 워싱(Green washing):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 출처: 위키백과
하지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지도교수님께서는 전시에 필요한 자원은 나눠 쓰거나 폐자재를 사용할 것, 그리고 전시를 통해 나오는 폐기물은 최소화할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에서도 학기 내내 관련 콘텐츠를 발행하여 참여 학생들의 동기를 고취하고, 계속해서 진행 과정을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 그 진실성과 정성에 놀랐습니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전시가 아니라, 환경과 그린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많은 분에게 공유할 수 있는 행복한 전시가 될 수 있도록 저 또한 정성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