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기고] 보급형 차량 구매자를 위한 최고의 선택, 전기차! – 캐나다 ‘비전 모빌리티’ 수석 컨설턴트, 제임스 카터(James Carter)
2024.04.01 | 비전 모빌리티(Vision Mobility) 수석 컨설턴트, 제임스 카터(James Carter)

SK이노베이션_비전 모빌리티_제임스 카터_수석 컨설턴트_기고문

 

SK On의 Winter Pro LFP 등 진화된 LFP 배터리 선보여

 

많은 나라의 소비자들에게 전기차 가격은 여전히 큰 부담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3만 달러(USD, 한화 약 4천만 원)나 4만 달러(CAD, 한화 약 4천만 원) 이하의 전기차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에 토요타 코롤라(Toyota Corolla), 혼다 시빅(Honda Civic), 현대 엘란트라(Hyundai Elantra)를 샀던 소비자라면 비슷한 크기의 전기차가 그보다 50% 이상 비싸다는 사실에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료 비용 절감을 고려하더라도 전기차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생산 부족 문제는 심지어 휘발유 차량 구매자들의 지불 능력조차 악화시킨 상황이다. 자동차 쇼핑 애플리케이션 코파일럿(CoPilot)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는 3만 달러 이하의 신차 비율이 전체 판매 차량의 38%를 차지했으나 작년에는 8%에 불과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호주 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급형 전기차 모델의 등장으로 2023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2022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장의 주 요인인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 지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 LFP 배터리의 가격 인하 요인: 저렴한 양극재와 화학적 안정성

 

LFP 배터리는 오늘날 대부분의 전기차에 탑재되는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와 성능은 다소 낮지만, 저렴한 가격 및 높은 안정성을 자랑한다.

 

LFP 배터리의 저렴한 가격 비결은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LFP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등 상대적으로 비싼 양극재 원재료 대신 자원이 풍부하고 생산 비용이 저렴한 인산철을 사용한다. 배터리 셀(cell) 생산비용의 50% 이상을 양극재가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으로 대단히 큰 이점이다.

 

둘째, 높은 화학적 안정성 덕분에 배터리를 최적의 온도로 관리하는 냉각 장치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안정성 덕분에 배터리의 사이클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것도 장점이다. 테슬라(Tesla)의 CEO 일론 머스크가 ‘1백만 마일 배터리’라 칭한 LFP 배터리의 주행거리는 현재 미국 내 차량의 평균 수명보다 5배나 더 길다.

 

완성차업체(OEM)와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를 탑재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미국 정부 보조금 지원을 확보하고자 현지 생산 요건을 충족하는 신규 시설 투자를 확대했다. 이로 인해 남쪽의 테네시(Tennessee) 주에서부터 북쪽의 미시간(Michigan) 주까지 이르는 美 중동부 전역은 물론,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공장들로 ‘배터리 벨트(battery belt)’가 형성됐다.

 

항간에는 포드(Ford), 폭스바겐(Volkswagen), 현대차 등의 완성차업체들이 LFP 배터리 생산 현지화를 통해 3만 달러 이하 가격대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는 보급형 전기차 신규 모델 구매자를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리튬인산철 기술 및 공급망의 지속적인 개선

 

하지만 LFP 배터리가 가진 저온에서의 성능 저하 및 무거운 무게 등의 단점은 북미 시장에서 우려하는 사항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개발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좋은 소식은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은 최근 자체 개발한 새로운 LFP 배터리를 공개했다. SK온의 윈터 프로(Winter Pro) LFP 배터리는 기존 LFP 배터리 대비 저온에서의 충전 용량을 16% 늘렸고, 에너지 밀도를 19% 높였으며,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고 알려졌다.

 

▲ SK온이 2024년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공개한 윈터 프로(Winter Pro) LFP 배터리

 

더불어 여러 기업이 공급망 비용을 낮추는 데 매진하고 있다. SK온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최근 캐나다 내 배터리 생산 시설 설립 등에 투자해 현지에서 직접 원자재를 조달 및 정제하고, 배터리 셀과 팩(Pack)을 제조한 후, 생산 시설로부터 수백 킬로미터(km) 이내에 위치한 인근 완성차업체 공장으로 제품을 운송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렇게 공급망 간 거리를 단축하는 것은 보급형 전기차 생산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상당한 비용 절감과 공급안정성 향상이 기대된다.

 

이는 LFP 배터리의 시장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특히 유의미하다. LFP 배터리 가격은 2022년경 킬로와트시(kWh) 당 112~130달러(한화 약 15만 원~17만 원) 선이었으나 현재는 70~92달러(한화 약 9만 원~12만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원자재 가격 하락에 일부 영향을 받아 LFP 배터리 가격이 내년 안에 kWh당 60달러(한화 약 8만 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LFP 배터리 가격이 향후 2년 내 kWh당 50달러(한화 약 6만 7천 원)로 하락한다면, 토요타 코롤라, 혼다 시빅, 현대 엘란트라 급의 전기차에 통상적으로 탑재되는 60kWh 용량의 배터리 가격은 3천 달러(한화 약 4백만 원)에 불과하다. 배터리 전체 값의 약 25%를 배터리 팩이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기에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까지 추가해도 가격은 4천 달러(한화 약 540만 원)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완성차업체가 내연기관 엔진(Internal Combustion engine, IC engine), 변속기 및 연료 계통 장치를 포함하는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는 비용보다 약간 비싸지만, 이렇게 발생된 추가 비용을 소비자가 연료 절감으로 빠르게 청산할 수 있는 정도다.

 

이에 대한 근거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기차 평균 생산 비용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저렴해질 전망이다. 또 배터리 생산 비용뿐만 아니라 중앙화된 차량 아키텍처(Vehicle Architecture)나 기가캐스팅(Gigacasting)* 기술 등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생산기술도 비용 절감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기가캐스팅: 보통 복수의 소형 부품으로 제작되던 차체를 대형 알루미늄 부품으로 주조하는 기술. 기가캐스팅이라는 이름은 테슬라(Tesla)가 미국, 중국 및 독일 공장에 도입한 대형 알루미늄 다이캐스팅(Die-Casting) 기계인 ‘기가프레스’에서 유래했다.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LFP 배터리는 2030년에 총 배터리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잠재적 비용 우위를 생각한다면 이는 보수적인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전기차의 가격 하락세는 계속된다는 것이며, 매우 저렴한 운영 비용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전기차는 보급형 신차 구매자들에게 우선 구매 대상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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