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맹그로브를 알게 된 것은 고품질의 블루카본(*) 크레딧을 생성하는 대상으로써였다. 마리나체인(Marinachain)은 선박 및 조선/해운업체의 탄소 회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특히 해양과 연관된 탄소저감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공급망 차원에서 해운업체들이 ESG 경영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실천가능한 탄소저감 프로젝트 및 탄소배출권 구매에 관심을 표해 맹그로브 탄소배출권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베트남 현지 사회적기업 맹그러브(MangLub) 김항석 대표님을 뵙게 되었고, 맹그로브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고민 없이 베트남 호치민 행을 택했다.
(*) 블루카본(Blue Carbon) : 블루카본은 어패류, 잘피, 염생식물 등 바닷가에 서식하는 생물은 물론 맹그로브숲, 염습지와 잘피림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한다. – 출처 : 시사상식사전
| 9월 5일, 베트남 짜빈성 관계자들과 함께한 세미나
호치민에서 짜빈성으로 향하는 길. 비가 오고 날씨가 우중충했지만 자연의 푸르름을 가리지는 못했다. 창 밖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호텔에 도착했다. 간단한 점심식사 후 시작한 세미나에는 SK이노베이션 계열 관계자들과 짜빈성 정부 관계자,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함께 참석했다.
맹그로브 식수활동은 다양한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 있는 노력이 종종 식수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SK이노베이션과 ‘맹그러브’는 짜빈 산림청의 도움으로 식수 후 관리까지 도맡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맹그로브숲 복원 프로젝트가 이뤄지는지 확인했다. 이로써 제마링크(Gemalink)의 바다를 위한 씨앗(Seed for Sea)과 같은 주체적인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 있었고,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짜빈대학교 환경과학기술연구소의 트런티응옥빅(Tran Thi Ngoc Bich) 부소장은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실제 메콩강 삼각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발표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메콩강 삼각주의 13개 지역 중 10개 지역이 염분 피해를 입었고, 전체 자연 면적의 42.5%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해수면 상승은 지구온난화를 즉각 멈추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고 한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더 데이 애프터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 국내 개봉명 ‘투모로우’)처럼 엄청난 한파가 찾아와도, 북극과 남극의 빙하를 만들지 않는 이상 지구의 사이클에 따라 해수면이 다시 낮아지기까지는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피해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늦추는 효과가 있는 맹그로브를 심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세미나를 끝으로 나의 일정이 마무리되나 했지만, 아쉬운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SK이노베이션 관계자들이 다음날 식수 봉사활동에 초대해 주셨다. 덕분에 이번 베트남 출장이 더욱 풍성해졌다.
| 9월 6일, 맹그로브 나무를 심다.
우리가 식수할 곳은 새우 양식장. 이전에 있던 맹그로브 나무를 베어내고 새우 양식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자란 새우는 한국으로도 수출된다. 어쩌면 나도 이곳에서 자란 새우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새우 양식장은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 전기 모터를 돌리고, 새우의 먹이와 항생제로 인해 오염된다. 맹그로브가 있으면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없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고마움이던가. 이번 세미나의 주제였던 메콩 삼각주 지역의 맹그로브 복원, 그 회복력을 응원하다(Rooting for Resilience, Mangrove Restoration in the Mekong Delta)가 더욱 와닿았다.
드디어 도착한 양식장, 살짝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구름이 뜨거운 햇볕을 가려줘 작업 환경은 좋았다. 양식장에 들어가기 전 식수 베테랑 분들께 다양한 조언을 들었지만 역시나, 백문이 불여일견. 진흙 속으로 발을 내디뎠을 때 빠르게 마음을 먹었다. 오늘, 이 진흙과 진하게 만나야겠다고!
맹그로브 묘목은 작고 연약했다. 저 멀리 다 자란 맹그로브숲을 보며 두 개가 동일한 종일 것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참고로, 맹그로브 묘목을 바로 심으면 생존율이 낮은데 1m 이상으로 키워서 심을 경우 8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인다고 한다.
발이 잘 빠지는 만큼 진흙은 손으로 잘 퍼졌다. 이 묘목이 새로운 집에서 잘 자라길 바라며 손으로 진흙을 퍼내고, 묘목 뿌리를 감싼 비닐을 벗겨 심었다. 진흙 속에서의 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함께한 분들과 웃고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1천여 그루를 다 심었다. 그 후 만난 해질 무렵의 하늘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식수 봉사에 참여하길 잘했다.
맹그로브 식수지 중에는 물속으로 잠수를 해 심는 곳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하루 봉사활동으로 끝나지만 계속해서 어려운 환경에서 맹그로브를 심는 현지 작업자분들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또, 맹그로브 식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고민하는 SK이노베이션과 ‘맹그러브’의 선한 영향력을 직접 보게 되어 좋았다.
| 9월 7일, 짜빈을 떠나 호치민으로 가는 길
호치민으로 향하는 길, 사람들에게 관심이 갔다.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짜빈과 호치민의 거리는 130km 남짓. 고속도로가 있었다면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를 3-4시간이 걸려 가고 있었다. 우리가 누리는 것 중 어디까지가 필수고, 어디까지가 사치일까?
호텔을 떠나기 전 아침 인사를 나누던 중 SK이노베이션 관계자 분과의 대화를 통해, 처음으로 지구온난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낀 두려움이 떠올랐다. 식탁 위의 음식, 입고 있는 옷, 심지어 전기까지. 우리가 살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것과 모든 행위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라 좋은 변화가 일어나도록 힘을 실어주는 사회구성원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맹그로브숲 복원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SK이노베이션의 ‘1% 행복나눔’이 바로 좋은 예시일 듯하다.
파리 기후 변화 협정에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이미 그 절반에 해당하는 1.1도가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전 세계적으로 큰 규모의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끓는 지구(Global Boiling)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 기술적인 해결책을 기다리는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는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과 회사의 진심을 느낄 수 있던 2박 3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