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체 앙상블’의 종원이와 윤정이는 동갑내기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많다. 윤정이는 아침형, 종원이는 저녁형 인간에 속한다. 레슨이나 연습을 할 때 윤정이는 필기를 좋아하고 종원이는 웬만해선 연필을 잡지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두 사람이 공통으로 원하는 꿈이 있다.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다니는 실력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이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
| 윤정이와 종원이의 만남과 시작
중학교 1학년, 조금은 늦다고 할 수 있는 비슷한 시기에 악기를 시작한 두 친구는 서로 다른 곳에서 활동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종원이가 윤정이가 활동하는 단체에 합류했고, 또 같은 학교에 진학하면서 둘은 만나게 됐다. 학교에서 앙상블 수업을 통해 처음 듀엣으로 바이올린/비올라 연주를 하게 되었고,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수업이 끝난 후에도 두 사람은 같이 연습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 GMF(Great Music Festival)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대외적인 공연활동은 취소되고 학교수업마저도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시기였다. 외부활동이 없던 아이들은 몹시 힘들어했고, 또 혼자만의 연습에 부담스러워하던 때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함께 곡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은 더욱 어려웠지만 두 친구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서로에게 신경을 쓰고, 의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음악적으로 다른 장점을 가진 친구들이 서로 보완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측면도 있었다. 두 친구가 힘든 연습에도 불구하고 서로 격려하며 준비하는 모습까지 목격했다.
|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 GMF 무대에 오르다
GMF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국내 최고 수준이자 최대 규모의 음악 경연대회이기에, 예선 통과만으로도 우리 친구들이 인정받을 수 있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GMF 본선 진출 팀이 발표되었을 때 두 연주자와 가족들은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그 후의 준비 또한 쉽지 않은 길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회였기에, 본선 무대 연주 영상은 단 한 번만 촬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두 연주자는 그 한 번을 위해 수없이 연습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그리고 본선 영상을 찍은 후, 실수 없이 끝까지 연주했다는 것에 아주 만족했다.
이 과정에서 세심히 살펴 주시고 격려해 주신 SK이노베이션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본선 당일, 다들 쟁쟁한 실력의 참가 팀들이었기에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대상이라는 큰 상을 수상하게 돼 기쁘고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비바체 앙상블’이라는 팀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은 두 연주자와 가족, 함께 준비한 모든 사람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남았다.
| 전문연주자로의 발돋움, SK이노베이션과 함께하다
GMF가 끝난 후, SK이노베이션은 종원이와 윤정이가 전문연주자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매우 감사한 일이었다. 하나의 공연에 참여할 때마다 두 연주자는 즐거워하며 연습했고, 보호자들도 두 연주자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새로운 것을 배워 나가는 시간이었다.
여러 공연이 모두 소중하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며 즐거웠지만, 그중에서도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힐링플러스 스페이스(Healing+Space)’ 공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제5회 GMF에서 수상한 후 처음으로 초대받은 연주회였기에 연주자와 보호자 모두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고, 현장에서 SK이노베이션 구성원들이 반갑게 맞아 주시고 크게 호응해 주셔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그 뒤로 이어진 공연들도 모두 ‘비바체 앙상블’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
2022년, ‘비바체 앙상블’은 좀 더 적극적으로 자립의 길을 찾아 나섰다. 때론 실패하기도 했지만, 2023년 초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행복한 음악회, 함께!’ 프로그램에 종원이와 은정이 둘 다 합격했다. 제5회 GMF에서 대상을 받았던 두 연주자의 이력을 눈여겨본 서울시향에서 듀엣 협연을 제안했고, ‘비바체 앙상블’은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향과의 협연이라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음악단체로부터 인정받은 것이기에 더욱 기쁜 일이었고,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었다.
GMF 수상과 서울시향과의 공연은 ‘비바체 앙상블’이 계속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목표를 만들어줬다. 두 연주자의 꿈을 듣고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종원이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현악 연주자들을 배출한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Kronberg Academy)의 비올라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했다. 장애인 연주자의 참여가 드문 클래스지만 비올라의 거장, 노부코 이마이(Nobuko Imai) 선생의 수업을 직접 듣고 차세대 거장이 될 젊은 비올리스트들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들으며 종원이는 보다 더 많은 연습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또한, 클래스 현장에서 이마이 선생으로부터 격려의 말까지 들을 수 있었다. 종원이에 이어 윤정이도 다음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해 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고의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너무나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 ‘비바체 앙상블’,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다
전문연주자의 길을 향해 ‘비바체 앙상블’이 조금씩 나아가고 있을 때, 올해 미국에서 ‘GMF in USA’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GMF였고, ‘비바체 앙상블’이 영광스럽게도 역대 한국 GMF 수상 팀을 대표해 축하무대를 갖게 됐다. 미국에서 음악활동을 펼치는 것은 한국과는 조금 달랐지만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는 SK이노베이션, SK온, 더숲(The Soop),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현지 참가자들의 열정을 보면서 음악을 향한 마음만큼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일정상 행사에 참가한 다른 연주단체들과 축하공연을 한 현지 발달장애연주자들과 교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국제적인 행사로 커가는 현장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특히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다니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두 연주자의 꿈이 실현된 것이기에 더욱 뜻깊은 공연이었다.
비바체 앙상블은 지난 3년 동안 GMF에 참가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하고 대상이라는 큰 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원을 받아 여러 무대에 오르면서 많은 성장과 변화를 겪었다. 이로 인해 연주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심리적으로 안정되었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더불어 음악적으로도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중이다.
발달장애인이 음악활동뿐만 아니라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과 같은 영향력 있는 기업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장애인들이 자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무대까지, 계속해서 GMF를 통해 꿈을 이룬 발달장애인 연주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비바체 앙상블’ 역시 GMF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GMF의 명성에 흠이 되지 않는 연주 팀, 그리고 연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