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前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제프리 맥닐리’ 수석과학자
2019년 말 코로나19는 국제무역 및 세계여행, 기후 변화, 자원 남용, 생물다양성의 손실 등으로 취약해진 전세계를 강타했다. 맹그로브 생태계 역시 이러한 복합적인 환경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회도 제시했다.
팬데믹이 인류의 건강과 경제에 미칠 영향이 가장 시급한 논의사항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야말로 팬데믹의 핵심이자 우리의 대응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 EID)은 밀집된 인구가 점차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며 발생하게 된다. 세계화는 이 같은 신종감염병들의 증상이 명확히 밝혀지기도 전에 세계 곳곳으로 전파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기후 변화의 경우에는 동물성 단백질의 수요 증가, 지속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장되는 새우 양식장 등의 동인에 영향을 받는다. 더불어 맹그로브 생태계가 제공하는 천연 자원의 과도한 채굴 등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1941년 이후 신종감염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언제나 변함없이 환경적 요인들과 연계돼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동물에서 발병해 인간까지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신종감염병 원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류는 수많은 종의 과일박쥐에게 서식지를 제공하는 맹그로브 숲과 같은 다양한 자연 서식지를 잠식하고, 동물 표본이나 고기 등을 위해 야생동물을 거래하면서 신종감염병에 노출된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이 깨닫지 못한 또다른 중요한 점은 코로나19가 생물다양성 손실에 의해 촉진되었다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은 기후 변화에 적응토록 하여 생태계를 돕는 것은 물론 식용 가능한 종의 수를 늘리고, 관광 산업에 일조하며 해충 방제 등과 같은 생태계 서비스 지원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 보다 일반적으로 얘기하자면, 자연생태계 내에서의 생물다양성은 자연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전염성 병원균이 전염병으로 변화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요약하자면 밀집된 도시에 사는 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이들이 천연 자원을 더 많이 소비하게 되면서, 인간의 건강은 새로운 위협에 노출됐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자원 소비 확산에 따라 건강하고 생산적이며 지속가능한 환경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생한 사회적인 힘은 인류와 자연 간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 중 맹그로브를 기반으로 생물다양성 보존 및 기후변화 대응 방안으로 고려해야 할 네 가지 유기적인 정책을 소개한다.
1. 맹그로브를 활용한 ‘원 헬스(One Health)*’ 접근법의 확장
2. 인류와 동물 간의 관계 증진
3. 맹그로브를 활용해, 야생 생물다양성을 보존 중인 육지/해양 환경 복원 및 확장
4. 기후, 생물다양성, 신종감염병의 공동 해결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 원 헬스(One Health) : 사람과 동물, 환경 등 생태계의 건강이 모두 연계돼 있다는 인식 아래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차원적 협력 전략
특히 마지막 정책과 관련해 코로나19 팬데믹, 생물다양성 손실, 기후 변화 위기를 함께 다루는 생물방어(Biodefense)** 접근법의 하나로, 국가 경제를 녹색화하는 친환경 경제 정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고려할 수 있다. 국가 경제의 회복을 위해 화석 연료, 특히 석탄에 투자하는 것보다 기후 변화에 효과적인 방안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녹색 투자는 화석 연료 투자보다 투자 비용 대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며, 세계 여러 나라 대도시의 리더들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녹색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 관련 공동 효익은 기후 변화 완화 조치에 대한 더욱 강력한 지지를 불러올 수 있다.
(**) 생물방어(biodefense) : 생물생학적 위협이나 감염성 질병에 노출 된 생물체 그룹에 생물 보안성을 회복시키는 조치
다시 말해 코로나19는 인류의 건강, 기후 변화 및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상호 연관된 문제를 협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와 기회를 주었다. 바로 지구를 위한 생물방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생물방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환경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이 투자는 즉각적이고 장기적으로 중요한 공공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산림 보존을 장려하는 농촌 생활을 지원한다. 더불어 도시 사람들이 자연에 다시 적응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태양열 발전 등과 같은 이미 상용화된 저탄소 카드를 활용해 국가적인 기후 변화 대응 목표를 이뤄낸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지속가능한 개발에 전통 지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 다양성을 지원한다.
이는 기업들이 노력을 기울인다면 실제로 적용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2019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회 한-아세안 환경포럼(The 3rd ROK-ASEAN Environment Forum)에서 동남아 생물다양성 보전사업의 사례로 선정된 SK이노베이션의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을 들 수 있다. 베트남에 이어 지난해에는 이 프로젝트 도입이 꼭 필요한 미얀마까지 확대 시행됐다는 소식을 듣게 돼 매우 기뻤다. 베트남 메콩 위원회에서 수년 간 일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책까지 펴냈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큰 관심을 가졌다. SK이노베이션의 프로젝트가 코로나19라는 큰 어려움 속에서도 목표를 달성한 것은 영웅적인 일이다.
▲ (좌) 2019년 8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회 한-아세안 환경포럼’에서 제프리 맥닐리 前 IUCN 수석과학자(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SK이노베이션의 맹그로브숲 복원사업 사례 발표를 듣고 있다.
끝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여기에는 환경 문제가 연계돼 있다. 팬데믹은 우리 모두가 즉각적인 조치를 통해 함께 헤쳐 나가야하는 긴 싸움이기에 환경 문제 또한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국가의 정부 및 단체들이 팬데믹과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보다 더 많은 기업이 동참하여 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미래를 위한 더 강력한 생물방어를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