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IMO 2020’ 시행 이어 ‘캐리지 밴’까지 저유황경유 효자시대 온다… ‘감압잔사유 탈황설비 VRDS’와 ‘해상블렌딩’으로 선대응한 SK이노베이션 수혜자로 떠올라
2020.03.05 | 윤진식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올해 1월 1일부터 함 함량 규제인 ‘IMO 2020*’ 시행에 이어 3월 1일부로 새로운 규제책인 ‘캐리지 밴**’을 시행했다.

(*) IMO 2020 : 174개국을 회원으로 둔 국제해사기구가 올해 1월 1일부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한 규제

(**) 캐리지 밴(Carriage Ban) :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선박의 고유황유(HSFO) 운송 자체를 금지하는 규제로 국제해사기구가 지난 3월 1일부터 시행했음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제마진 악화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정유업계에 저유황경유 수요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점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감압잔사유 탙황설비 VRDS*** 조기 완공과 해상블렌딩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SK이노베이션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VRDS (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감압잔사유 탈황설비) : 감압 증류 공정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 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

 

| 정유업계, 올 상반기 선박용 저유황유 수요증가 따른 ‘정제마진·수익성’ 개선 기대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 1월 1일부터 모든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량을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IMO 2020을 시행했다. 2012년 황산화물 함량을 4.5%에서 3.5%로 낮춘 지 8년 만이다.

 

IMO 2020에 맞추려면 각 선사들은 ▲저유황유 사용 ▲탈황장치(스크러버) 설치 ▲액화천연가스(LNG)선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해상유 전문기관에 따르면 올해까지 약 3천 척의 선박이 스크러버를 설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업계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분석된다. 선사들의 비용 부담이 가장 적은 것은 저유황 해상유를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IMO 2020 시행은 저유황유 수요 증가로 이어져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선제적으로 저유황유 생산 설비 투자를 늘리며 IMO 2020을 대비해 왔다.

 

또한 지난해 글로벌 수요 위축 및 미-중 무역분쟁, 중동 지정학적 위험요소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던 정제마진도 올해는 저유황유를 중심으로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각 선사들의 저유황유 비축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저유황유 중심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 내다본다.

 

게다가 3월 1일부터 도입된 국제해사기구의 추가 제재 규정인 ‘캐리지 밴’ 효과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캐리지 밴은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선박은 고유황유(HSFO, High Sulfur Fuel Oil) 운송 자체를 금지하는 제도다. 즉, HSFO를 연료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적재하는 것만으로 규제 위반에 해당해 처벌받게 된다. 저유황유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발점이 3월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업계는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슈가 진정되면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글로벌 운송 연료유 수요 회복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도연 연구원은 지난 2월 21일자 보고서에서 “수요 측면에서 위축된 산업용 및 항공유 등에 대한 단기 또는 중기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흐르며 산업활동은 재개된다는 가정하에 고도화율이 높은 정유사의 내부 마진 개선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 SK이노베이션, IMO 2020 선제적 대응으로 ‘경제적∙사회적가치’ 모두 창출 기대

 

▲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임차한 선박(왼쪽)이 해상블렌딩을 위한 중유를 다른 유조선에서 수급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IMO 2020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국내 업계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해상블렌딩’ 사업을 2020년 4월부터 기존 일 평균 약 2만 3천 배럴 수준에서 일 6만 5천 배럴로 약 3배 확대한다고 밝혔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해상블렌딩 사업을 통해 판매 중인 저유황유 가격은 경유 가격 대비 우리나라는 배럴당 50달러, 싱가포르는 75달러 정도 높게 형성돼 있어 당분간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하루 약 4만 배럴의 저유황유 생산이 가능한 SK에너지의 VRDS가 시운전을 마치고 오는 4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SK에너지는 VRDS 가동 효과로 매년 2~3천억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SK이노베이션 계열이 판매하게 될 저유황유 물량은 SK에너지 생산량 일 6만 5천 배럴(기존 생산량 2만 5천 배럴과 VRDS 생산량 4만 배럴 합산)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해상블렌딩 판매량 6만 5천 배럴이 더해져 하루 13만 배럴 수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상반기 정제마진 개선 시황을 등에 업고 SK이노베이션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 SK울산Complex 내 VRDS 현장

 

한편, 황함량이 0.5%인 저유황유는 3.5%인 고유황유 대비 황산화물 함량이 1/7에 불과해 고유황유를 저유황유로 대체하면 황산화물 배출량이 1톤 당 약 86%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저유황유 비즈니스는 대표적인 대기 오염원인 황산화물 배출량 저감에 기여해 친환경 사회적가치도 창출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VRDS, 해상블렌딩 사업 등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지속 추진해, 석유산업에서 친환경 SV(Social Value, 사회적가치)가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하는지, 왜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한지 잘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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