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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정원? 테니스 코트? 아니죠!” 우리나라 옥상은 왜 대부분 녹색일까?
2024.06.20 | SKinno News

 

2012년 5월, 영화 홍보차 우리나라를 찾은 한 할리우드 유명배우는 자신의 SNS에 “내가 한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절대 잊지 않겠다(I never forget how much I love Korea)”라는 짧은 문장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자 그의 전 세계 팬들이 한 장의 사진에 크게 열광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옥상을 촬영한 사진이었다. 그들은 “옥상정원이라니 너무 멋지다”, “한국 사람들은 옥상에 테니스 코트를 갖고 있나?” 등 배우의 게시글에 수많은 댓글을 달며 우리나라 옥상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초록빛 옥상의 비밀, 폴리우레탄 & 산화크로뮴

 

왜 우리나라 옥상은 대부분 초록빛일까? 초록색으로 가득한 우리나라 옥상의 비밀은 바로 페인트에 있다. 기온 변화에 의해 건축물은 수축, 팽창을 반복하며 이에 따른 균열이 발생한다. 이는 누수나 부식, 곰팡이 발생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특히 건물 외부에 위치한 옥상은 이를 막기 위한 방수 시공이 필수적이다. 이때 쓰이는 방수 페인트는 석유에서 추출한 폴리우레탄(Polyurethane)을 원료로 한다.

 

 

우레탄(Urethane)은 고무처럼 탄성을 가져 미세한 균열을 예방해 빗물에 의한 누수를 막아주고 내구성(耐久性), 내수성(耐水性), 내약품성(耐藥品性)을 갖춰 콘크리트 부식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우레탄으로 만든 방수 페인트는 무게가 가벼워 건축물의 하중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옥상 바닥이든 건물 외벽이든 우레탄 방수 페인트를 칠하면 일종의 ‘보호막’을 씌우는 셈이라 건물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산화크로뮴 (출처: Chemical Book)

이러한 우레탄 방수 페인트는 스무디처럼 걸쭉한 상태의 우레탄 수지에 각종 기능성 원료를 섞어서 만든다. 이 때 들어가는 ‘산화크로뮴(chromium oxid)’이라는 물질이 짙은 녹색을 띠면서 초록색이 우레탄 페인트의 기본 색상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다른 색상을 내는 안료(顔料)를 더해 여러 가지 컬러의 우레탄 페인트도 만들 수 있지만, 추가 비용을 들여 색깔을 바꾸는 대신 녹색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초록빛 옥상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색깔 중 하나가 녹색이라서, 또는 눈의 피로도를 낮추는 색이기 때문에 우레탄 페인트의 색으로 굳혀졌다고도 한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는 건물 표면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옥상, 지붕의 색을 태양열 반사나 차단 효과가 높은 밝은색 안료로 칠하는 ‘쿨루프(cool-roof)’ 공법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시원하게 만드는 흰색 계열 페인트를 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으며 서울, 부산 등의 지자체는 여름철 열차단 및 에너지 절감을 위해 녹색 옥상을 흰색으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초록빛 옥상으로 가득한 우리나라의 도심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마치 숨겨진 명소처럼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산 위에 올라가 우리나라 옥상에 숨은 비밀을 떠올려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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