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2024.12.19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속도의 짜릿함을 만끽하는 겨울 스포츠, 스케이트. 처음 배웠을 때 서툰 솜씨로 엉거주춤 타는 모습까지 즐거운 추억으로 남곤 하는 현대 스케이트의 시작은 실용적인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13세기 네덜란드에서는 겨울철 얼어붙은 운하를 건너며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스케이트를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시간이 흐르며 스케이트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 스케이팅 등 스포츠 종목의 기반이 됐다. 빙상에서 속도를 경쟁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예술과 스포츠가 결합된 피겨 스케이팅은 이제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스포츠가 됐다.
이처럼 스케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겨울 스포츠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석유화학 기술의 발전이 한몫했다. 석유화학 기반의 소재들은 장비의 안전성과 성능을 크게 향상했고, 이로 인해 ‘겨울 스포츠’란 이름이 무색하게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 동계 스포츠의 대중화에 일조한 석유화학 소재들을 살펴본다.
| ‘합성얼음’으로 만든 빙상장, 사계절 내내 즐긴다!
날이 달린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를 자유롭게 누비는 ‘스케이팅’은 많은 사람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빙상장(아이스링크)의 깨끗하고 단단하며 균일한 빙판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당한 에너지와 비용이 소요된다. 프로 선수들의 훈련장이나 국제대회에선 여전히 정교한 관리가 필요한 천연얼음을 선호하지만, 입문자를 비롯한 일반인이 이용하는 빙상장에선 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합성얼음이 활용된다.
통상 빙상장은 물속의 불순물 등이 제거된 깨끗한 정제수를 여러 층으로 얼려 얼음 표면을 유지한다. 하지만 석유화학 기술로 탄생한 고분자 합성소재인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에 얼음 표면의 마찰을 줄이는 특수 첨가제를 넣은 합성얼음을 활용하면 천연얼음 없이도 빙상장을 운영할 수 있다.
기존 빙상장은 24시간 냉각 시스템을 가동하고, 수시로 제빙 작업을 해야 하기에 유지 비용이 높았다. 그러나 ‘슈퍼 아이스’라고도 불리는 합성얼음은 한쪽 면이 마모되면 뒤집어서 반대쪽 면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필요에 따라 다른 장소로 옮겨서 설치할 수 있어 천연얼음으로 만들어진 기존 빙상장 대비 비용 효율적이다.
| 안전과 성능을 책임지는 첨단 소재로 빙판을 지배한다!
빙상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후 대기석으로 돌아와 스케이트 날에 무언가를 끼우는 모습을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날집(Blade guard)’으로, 스케이트 날을 보호하고 선수들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날집은 선수들이 경기 중 자주 착용하고 벗기 때문에 가볍고 탈착이 쉬워야 한다. 최근에는 금속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뛰어난 고성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ngineering plastic)으로 만든 날집의 등장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쇼트트랙에선 일명 ‘개구리 장갑(Anti-cut gloves)’이 비밀병기로 꼽힌다. 선수들의 왼쪽 장갑 끝에 달려있는 동그란 방울 모양이 개구리 손을 연상시킨다고 개구리 장갑으로 불린다. 선수들이 코너링을 하며 왼손으로 빙판을 짚을 때 사용하는 이 장갑은 손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마찰력을 줄여 경기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장갑은 캐나다에서 열렸던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우리나라 국가대표였던 김기훈 선수가 장갑 끝에 열경화성(熱硬化性) 플라스틱의 일종인 ‘에폭시 수지(Epoxy resin)’를 발라 처음 제작했다. 이후 현재는 플라스틱 핑거 팁(Plastic fingertips) 형태로 발전해 선수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얼음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컬링(Curling) 선수들은 독특한 ‘짝짝이 신발’인 컬링화를 신는다. 가죽 구두처럼 생긴 이 신발은 양 발 밑창의 재질이 다르다. 한쪽 바닥면은 컬링 스톤을 던질 때 잘 미끄러질 수 있게 하는 ‘테플론(Teflon)’ 재질로 제작되고, 반면에 다른 쪽 바닥면은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다. 이는 선수들이 스톤을 던질 때 최적의 균형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계 스포츠는 더 이상 겨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석유화학 기술은 계절적 한계를 허물고, 첨단 소재로 제작된 장비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한층 끌어올렸으며, 지구촌 사람들에게 짜릿함과 감동을 선사한다. 석유화학 기술과 겨울 스포츠의 만남이 이뤄낼 또 다른 혁신은 무엇일까? “맑고 흰 눈이 새 봄빛 속에 사라지기 전에~♬♪” 이번 겨울을 마음껏 즐기면서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