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2024.12.19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 미국 소방관 ‘스모키 린(A.W. Smokey Linn)’, 어느 소방관의 기도 中
1998년 12월 2일, 호주 빅토리아 주 린턴 지역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저녁이 되자 바람의 방향이 급속도로 바뀌면서 더욱 거세진 화염은 순식간에 소방관 다섯 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UN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소방관의 수호 성인(聖人) ‘성 플로리안(St. Florain)’을 기리는 5월 4일을 ‘국제 소방관의 날’로 제정했다. 서기 300년경 로마군 장교였던 성 플로리안은 역사상 최초로 소방대를 공식 창설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소방관의 노고에 대한 감사는 어떤 말로도 부족할 따름이다. 그저 그 분들이 덜 수고롭고 더 안전하기를 기원하지만 기도만으로는 그 분들을 지켜낼 수 없다. 소방관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소방관의 갑옷, ‘방화복’이다. 우리의 슈퍼히어로들에게 ‘방화복’은 영화 속 슈퍼히어로들이 입는 ‘슈트’가 가진 의미, 그 이상이다.
불길로부터 소방관을 지켜주는 방화복의 비밀은 ‘아라미드 섬유(Aramid Fiber)’라는 소재에 있다. 아라미드는 ‘방향족(아로마틱) 폴리아미드(Aromatic Polyamide)’의 줄임말로, 열에 강할 뿐만 아니라 가볍기까지 해 ‘슈퍼 섬유’로 불리기도 한다. 방화복은 아라미드 섬유 표면에 알루미늄으로 특수 코팅한 겉감과 내열(耐熱) 섬유의 중간층, 안감 등 여러 겹으로 이뤄져 열을 반사 및 차단해 착용자를 보호한다.
아라미드의 무게는 강철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 이상 강하다.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5mm 정도의 실로 2톤 트럭을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의 고강도 소재인 것이다. 또한, 400~500℃의 고온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을 정도로 내열성(耐熱性)이 좋다. 이런 강력한 기능성을 바탕으로 방화복, 방탄복, 자동차 소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마법의 실’, ‘기적의 섬유’라고 여겨지는 아라미드는 화학 구조에 따라 파라 아라미드(Para Aramid)와 메타 아라미드(Meta Aramid)로 나뉜다. 파라 아라미드는 인장강도(引張强度)가 높아 총알을 막을 수 있는 방탄소재를 비롯해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 등에 사용된다. 메타 아라미드는 내열성이 특히 뛰어나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특수의류인 방화복, 우주복 등에 쓰인다.
국제 소방관의 날 상징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이뤄진 리본이다. 빨간색은 불, 파란색은 물을 의미한다. “First In, Last Out”이라는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방관들. 이들의 헌신에 대한 감사를 5월 4일 단 하루, 그 리본을 떠올려 보는 것으로 대신할 순 없다. 소방관들을 화염으로부터 완벽하게 지키는 절대 소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것이 인류가 아라미드 이상의 새로운 소재를 지향하며 끊임없이 석유화학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