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봄바람을 타고 꽃내음이 넘실거린다. 하지만 봄바람에 담겨 있는 건 꽃내음만이 아니다. 봄철 특히 기승을 부리는 황사와 미세먼지, 꽃가루는 호흡기 질환의 주범이기도 하다. 엔데믹 전환으로 서랍 속 깊이 넣어 두었던 마스크를 다시 만지작거려 본다. 마스크에 숨어 있는 석유화학의 원리가 봄날의 호흡기 빌런들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 폴리프로필렌을 활용한 마스크의 핵심 소재 ‘MB필터’
마스크의 겉면과 중간층, 안감까지 구성하고 있는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P)은, 원유를 증류해 얻어지는 나프타(Naphtha)를 분해해 프로필렌(Propylene)를 추출해내고 이 프로필렌의 분자들을 무수히 많은 숫자로 연결시켜 고체로 뽑아낸 열가소성 수지*다. 폴리프로필렌은 강도/투명성/내화학성/내열성 등이 높을 뿐 아니라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젖병에서부터 포장, 섬유, 필름, 자동차 부품, 보관용기 등 넓은 용도로 쓰인다.
(*) 열가소성 수지: 가열, 냉각으로 반복하여 용융, 고화시킬 수 있는 성질을 이용하여 성형하는 플라스틱
특히 폴리프로필렌 소재에 열과 바람, 압축을 가해 만들어진 부직포 섬유는 유해물질 차단에 중요한 마스크용 필터에 활용되기도 한다. 폴리프로필렌을 고온에서 녹인 후 고압의 바람으로 마치 솜사탕을 만들 듯 실을 뽑아내어 만든 것이 바로 마스크의 핵심 소재 MB필터(Melt Blown Filter, 멜트블로운 필터)다. 이 섬유는 촘촘하고 불규칙하게 배열돼 아주 미세한 유해물질도 차단 가능하다. MB필터를 활용한 마스크는 일반 마스크가 막을 수 없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까지 걸러낸다.
| 마스크 기능 강화의 주역은 바로 정전기?
물, 세균, 미세먼지, 그리고 바이러스는 모두 플러스(+)와 마이너스(-)와 같은 극성을 갖기에 정전기적 인력(electrostatic attraction)의 영향을 받는다. MB필터는 초고압 전류를 이용해 정전 처리를 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정전기가 발생한다. 정전기 필터에 분포된 (+), (-) 전하가 바이러스의 (+), (-) 전하와 각각 만나면 밀어내는 힘인 척력 혹은 끌어당기는 힘인 인력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마스크 필터 내 섬유에 흡착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전기의 특성상 수분과 습기에 취약해, 마스크에 물이 닿거나 호흡으로 인한 습기가 차게 되면 성능이 저하되므로 여러 번 착용하는 것보다는 한 번 사용 후 교체하는 것을 추천한다.
| 사용한 마스크, 일반쓰레기로 분리배출 하세요!
마스크를 사용한 후에는 겉면의 오염물질이 손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 벗어야 하며, 한 번 사용한 마스크는 오염으로 인한 또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면 소재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마스크는 재질에 상관없이 ‘일반쓰레기’로 분류해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마음도 따뜻해지는 계절, 봄! 마스크와 함께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봄나들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