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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배터리 시점] ④ “Better than Battery” – 차세대 배터리를 찾아서
2024.12.12 | SKinno News

 

배터리는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를 넘어 지속가능성효율성, 그리고 기술의 진보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더 빠르게 충전되고, 더 오래 지속되며, 더 가볍고 안전한 배터리가 필요하다. 차세대 배터리는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전기차로 시작된 모빌리티 혁명은 이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등으로 확장되면서, 더 빠르고 안전한 교통수단을 필요로 한다. 이는 기술의 진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도전이다.

 

| 액체 전해질의 단점을 보완하는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현재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점을 갖는다. 그중 하나가 ‘액체 전해질’이며, 이것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 부피가 변하고 외부 충격에 의해 누액(漏液)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배터리의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배터리의 전체 구성 요소를 고체로 대체한 기술이다. 이는 온도 변화와 외부 충격에 강하며 안정성과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또한,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어 더 긴 주행거리를 달성할 수 있다.

 

 

고체 배터리의 장점은 크게 네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안전성이다. 고체 전해질은 폭발 위험과 누액으로 인한 화재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둘째, 높은 에너지밀도다. 기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이 서로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한 분리막이 필요했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공간이 절약된다. 이 공간에 더 많은 활물질을 채워 넣어 같은 크기의 배터리로 더 오래 주행할 수 있다.

 

셋째, 광범위한 작동 온도 범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영하 10℃ 이하에서는 이온전도도(1)가 감소해 성능이 저하되고, 고온에서는 열폭주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영하 40℃에서 100℃까지 안정적으로 작동해 활용 범위가 훨씬 넓다.
(1) 이온전도도(Ionic conductivity): 물질의 이온전도 경향을 나타내는 척도. 수치가 클수록 전해질에서 이온이 움직이기 용이함

 

마지막으로 높은 출력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바이폴라(Bipolar) 전극 구조 구현이 가능해 셀 내부에 여러 개의 전극을 쌓아 전압을 높일 수 있어 출력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자동차뿐만 아니라 산업용 기계, 기차, 항공기, 우주 탐사 장비 등 고(高)에너지가 필요한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기술적 도전과제가 존재한다. 고체 전해질의 전하 이동 속도 저하와 덴드라이트(2) 현상 등은 배터리 업계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다. 이러한 기술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고체 전해질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그중 고분자계(폴리머계)와 산화물계, 황화물계가 주요 연구 대상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2) 덴드라이트(Dendrite):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갈 때 음극 표면에 쌓이는 가지 모양의 결정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저하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먼저 고분자계 전해질은 기존의 액체 전해질과 유사한 특성을 가져 공정 설계가 용이하고 제조 비용이 합리적이다. 또한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낮은 이온 전도성으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하기에는 출력에 한계가 있다.

 

산화물계 전해질은 비교적 높은 이온 전도성을 제공하며, 다양한 물질과의 화학적 안전성이 강점이다. 하지만 공정 온도가 1,000℃를 초과해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분자계와 산화물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해질 개발이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황화물계 전해질은 높은 이온 전도성과 에너지밀도를 제공해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분과 반응 시 유독성 기체인 황화수소(H₂S ) 가스를 발생시키는 안전성 문제 및 기존 공정과의 비호환성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 고체 전해질용 소재 혁신을 향한 도전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장벽은 여전히 높지만, SK온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및 글로벌 협력으로 그 벽을 허물고 있다. SK온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 황화물계 이렇게 두 종류의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개발하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 중이다. 각각 2025년, 2026년 파일럿(Pilot)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8년, 2029년에는 상용화를 위한 시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2024년 3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2024’ 전시회에서 SK온이 선보인 전고체배터리 개발품

지난해 8월, SK온은 단국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박희정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전도도를 갖는 산화물계 신(新) 고체 전해질 공동 개발에 성공했다. 이 전해질은 리튬이온전도도를 높이는 동시에 대기 안정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LLZO(3)의 미세구조를 균일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통해 리튬이온전도도가 높아지면 발생하는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고체 전해질이 수분(H₂O)과 이산화탄소(CO₂)에 취약했던 문제를 개선했다.
(3) LLZO(Li-La-Zr-O): 리튬-란타넘-지르코늄-산소

 

황화물계 전해질 개발에 있어서도 글로벌 협력을 강화 중이다. 올해 1월, SK온은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전문기업 솔리드파워(Solid Power)와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에너지밀도 등 핵심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협업을 추진 중인 것이다.

 

✌️ 음극재 소재의 혁신, 흑연에서 리튬메탈로!

 

현재 대부분의 배터리는 음극재로 흑연을 사용한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의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음극재로는 흑연 대신 리튬메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에너지밀도를 크게 높이고, 리튬이온 이동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리튬메탈 배터리의 상용화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 순수 리튬 금속은 전해질과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충전 시 표면에 불규칙하게 형성되는 덴드라이트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고분자 전해질 SIPE(Single-ion conducting polymer electrolyte)를 개발했다.

 

SIPE는 기존 고분자 전해질에 비해 상온이온전도도가 약 10배 높고, 리튬이온 운반율(4)도 5배가량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SEI층(5)을 형성해 리튬메탈과 고분자 전해질의 안정적인 계면을 유지(덴드라이트 형성 최소화)하며, 상온에서도 견고한 수명 특성 및 고속 충∙방전 시에도 초기 용량의 약 77%를 유지한다. 또한, SIPE는 높은 기계적 내구성을 바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250℃ 이상의 고온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해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 전해질로 평가받는다.
(4) 운반율(Transference number): 전하 입자가 전기를 나르는 분담의 비율. 리튬이온 운반율 수치가 높을수록 리튬 양이온 이동량이 증가
(5) SEI(Solid Electrolyte Interphase): 배터리 최초 충전 시 음극재 표면에 생기는 얇은 막

 

| 소금으로 배터리를 만든다?! 소듐이온 배터리의 등장

 

리튬보다 지구상에 500배나 많은 소듐(Sodium, 나트륨)을 활용한 ‘소듐이온 배터리(Sodium-ion battery)’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리튬은 매장량이 한정적이고 일부 국가에 편중된 반면, 소듐은 바닷속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질로 전 세계 어디서나 생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소듐이온 배터리는 그동안 상용화되지 못했을까? 소듐은 리튬 원자보다 크고 무거워, 같은 크기의 배터리라도 에너지밀도가 낮아지고 무게는 더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최근에는 소듐과 리튬인산철(LFP)을 결합해 두 종류의 배터리를 하나의 팩에 조립하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서로가 지닌 단점을 상호 보완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듐이온 배터리는 현재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밀도가 약 40~50%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전기차와 같은 고밀도 에너지가 요구되는 분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 코발트 프리 배터리, 지속가능성에 답하다

 

코발트는 양극재의 부식을 방지하고 폭발 위험을 제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발트 수급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전 세계 매장량의 약 80%가 콩고민주공화국에 집중돼 있어 공급 안정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따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배터리 업계는 삼원계 배터리의 양극재에 쓰이는 코발트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망간(Mn) 또는 니켈(Ni)의 비중을 높인 코발트 프리(Co-Free)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특히, 리튬과 망간의 비중을 크게 높인 하이망간(High-Mn) 혹은 망간리치(Mn-Rich) 배터리가 코발트 프리 배터리의 대표 기술로 주목받는다.

 

망간은 코발트처럼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여 폭발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큰 장점을 가진다. 코발트 가격의 약 5% 수준에 불과한 망간을 활용하면, 배터리 생산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배터리가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하이망간 배터리는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 열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에너지밀도도 준수해 상용화 시 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SK온은 코발트 프리 배터리 기술로 2024년 에디슨 어워즈(2024 Edison Awards) ‘스마트 트랜스포테이션(Smart Transportation)’ 부문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코발트가 없는 배터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불안정성과 수명 저하 문제를 SK온은 단결정 양극재와 독자적 도핑 기술로 해결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터배터리 2023에서 코발트 프리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23년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SK온이 선보인 코발트 프리 배터리

 

☝️ 리튬황배터리,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다!

 

리튬황배터리는 리튬메탈 배터리와 함께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리튬황배터리는 양극재로 황(Sulfur), 음극재로 리튬메탈을 사용하는데, 황은 지구에서 17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값비싼 코발트의 대체재로 사용 가능해 제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황과 리튬메탈은 밀도가 낮고 무게당 용량이 커 ‘이론적으로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최대 5배 높은 에너지밀도를 갖는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가 아직 남아있긴 하다. 리튬과 황이 결합하면서 생성되는 황화리튬(리튬폴리설파이드, Lithium Polysulfides)이 전해질에 녹아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 공기로 움직이는 배터리가 있다?! 리튬-공기 배터리

 

환경을 생각한 배터리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리튬-공기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공기 중에 널리 퍼진 산소를 활용하는 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양극 물질로 산소, 음극 물질로 리튬메탈을 사용해 그 어떤 배터리보다 가볍고 부피가 작다. 특히, 현재 알려진 것 중 가장 높은 에너지밀도를 자랑해 차세대 배터리의 ‘루키’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리튬-공기 배터리는 양극이 기체, 전해질이 액체, 음극이 고체로 구성돼, 충∙방전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불가피하다.

 

비행기,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이 과거 공상과학소설 속에서나 등장했던 것들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은 것처럼 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빨리, 더 놀랍게 찾아온다. 차세대 배터리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도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더 빠르고, 더 안전하며, 더 오래가는 배터리 찾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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