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기고] 어서(earth)와 맹그로브 : 깨달음의 시간 – SK이노베이션 박율희 노동조합 정책국장
2022.09.28 | SKinno News

▲ 9월 19일(현지 시간),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구성원 자원봉사자들이 베트남 짜빈성 일대에서 맹그로브 묘목을 심고 있다.

 

지난 9월 18일부터 9월 22일까지, 3박 5일간의 일정으로 맹그로브 식수 자원봉사자 노(勞)측 인솔자로 참여했다.

 

평소 노동조합원을 포함한 全 구성원에 의해 조성된 ‘1% 행복나눔’ 기금이 의미 있는 일에 쓰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기금 전달식에만 참석해 보았지 직접 그 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은 처음인지라 더욱 큰 기대감을 안고 베트남으로 출발했다. 현지 도착 후 베트남에서 소득과 물가가 가장 낮은 지역인 짜빈성(省)의 메콩강 최하류 지역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맹그로브 식수와 미롱남(My Long Nam) 초등학교 봉사활동을 펼쳤다.

 

호치민에서 식수 지역인 짜빈성까지 4시간에 달하는 버스 이동, 짜빈성 게스트하우스에서 봉사 지역으로의 왕복 80분의 시골길 이동, 무더운 현지 날씨, 입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 게스트하우스에서의 도마뱀과의 동침 등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은 참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이번 맹그로브 식수 활동 참여를 통해 베트남 현지 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환경, 특히 초등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이러한 뜻깊은 의미들이 내가 느꼈던 불편함을 뒤덮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구성원들과 함께 찾은 미롱남 초등학교는 1980년대 초 우리나라의 시골 학교를 연상케 했다. 오토바이와 차량이 달리는 시골길. 그 길에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자전거로 이동하는 아이들을 모습을 보니 너무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이를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음을 그들과 대화해보지 않고도 알 수가 있었다.

 

▲ 9월 20일(현지 시간,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구성원 자원봉사자들이 방문한 베트남 짜빈성의 미롱남(My Long Nam)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 (가운데 두 명 중 좌측이 SK이노베이션 박율희 노동조합 정책국장)

 

초등학교에서 베트남 현지 아이들과 태양광 키트 만들기, 풍선 터트리기와 비눗방울 놀이를 함께 하면서 보게 된 즐거움 가득한 모습과 맑고 동그란 눈망울들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이 아이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꿈꾸며 자라나길 기원하며 돌아섰다.

 

맹그로브 식수 봉사활동에 대해 얘기하자면, 현장에서 맹그로브 나무 2천여 그루를 심으면서 삽질로 인해 봉사자들의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혔다. 갯벌처럼 무릎까지 빠지는 맹그로브 식수지의 토양 때문에 많은 봉사자가 작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발을 벗어 던지고 맨발에 양말을 신고 식수 작업을 진행했다.

 

맹그로브에서 떨어진 나뭇가지가 진흙에 박힌 곳이 많아 구성원 자원봉사자들은 발바닥이 찔리고 다리가 긁히는 등 상처를 입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움직이기 어려운 진흙 속에서 중심을 잡으면서 작업을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도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임한 봉사자들을 보니 맹그로브숲 복원을 위해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번 맹그로브 식수 봉사활동의 가시적인 효과가 당장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들이 확장되고 확대될 것은 분명하리라 믿는다.

 

수많은 세월 동안 한쪽에선 환경을 훼손하면서 많은 이익을 취했고, 그 이익에 반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그 이익을 받은 사람들조차 피해를 함께 받게 되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지구에서 우리 모두가 살고 있다.

 

많은 나라가 이미 지구에 상처를 내며 선진국이 되었고,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은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여기며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들을 어떻게 이해시키며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활동에 동참하게 할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당장 해수면 상승으로 국민 전체 이주를 준비하고 있는 섬나라들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던 유럽 국가들의 무책임한 발언들도 생각났다. 당장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곳에서는 환경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당장 우리가 사는 곳이 아닌 무분별한 개발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들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나’라는 깨달음을 갖게 해준 뜻깊은 일정이었다.

 

▲ 9월 19일(현지 시간),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구성원 자원봉사자들이 베트남 짜빈성 일대 식수지에서 맹그로브 식수 봉사활동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가 실천하는 ‘1% 행복나눔’ 기금이 분명 의미 있는 일에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니 뿌듯함과 자부심이 생기는 보람찬 시간이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구성원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끝으로 함께한 맹그로브 식수 자원봉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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