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기고] 미국에서 전기차(BEV)의 미래가 여전히 유망한 이유 – 캐나다 ‘비전 모빌리티’ 수석 컨설턴트, 제임스 카터(James Carter)
2024.07.04 | 비전 모빌리티(Vision Mobility) 수석 컨설턴트, 제임스 카터(James Carter)

 

전기차 산업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최근 북미 언론의 기사를 읽어보면 전기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인상을 받았을 수 있다. 최근 몇 달 간의 뉴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전기차의 시대는 끝난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났고, 무엇이 변했을까?

 

나는 여기서 중장기적 전기차 전망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말하고자 한다. 전기차는 2030년대까지 도로 교통수단의 주류가 될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바꾼 새로운 기술 혁신 산업이 모두 그러했듯 적용 과정에선 진통을 수반한다. 이에 최근의 역사를 이해하고 왜 오늘날 전기차가 이 지점에 이르렀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전기차 – 앞으로 나아갈 길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은 교통수단에서 배출되는 오염을 극적으로 줄이는 방법, 즉 배기가스 무(無)배출과 석유 및 가스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것을 꿈꿔 왔다. 전기차는 유해한 배기가스를 완전히 없애고 차량 생애 전반에 걸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등 무공해 운전의 길을 제시했다. 전기차의 필요성, 즉 “이유(Why)”는 명확했다.

 

2010년대 초반, 승용차와 트럭에 사용하기 적합한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가 등장하면서 전기차라는 꿈이 실현됐다. 닛산 리프(Leaf)와 이후 테슬라 모델S의 도입으로 전기차 대량 생산이 시작된 것이다. 이 차량들은 획기적이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BMW i3, 쉐보레 볼트(Bolt), 그리고 아주 큰 인기를 끈 테슬라 모델3와 같은 목적 기반 차량(Purpose Built Vehicle, PBV)이 출시됐다. 또한, 공공 충전소가 설치되기 시작하며 중산층의 장거리 전기차 여행도 현실이 됐다.

 

|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전기차 산업의 가속화

 

그러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고, 전기차 구매와 투자는 유행처럼 번졌다. 판매량이 급증하고 관련 기업의 주가가 치솟으며 전기차의 시대가 온 것처럼 보였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일어난 사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테슬라의 기업가치 1조 달러(한화 약 1,391조 2천억 원) 달성

• 수십만 대에 달하는 포드 F150-라이트닝(Lightning) 픽업트럭 사전 예약 주문

• 대리점 내 전기차 판매가격이 정가보다 1만 달러(한화 약 1,391만 원) 이상 상승

• 미국/캐나다 정부의 무공해 차량(Zero Emission Vehicle, ZEV) 판매 비율 의무화

• 전기차 충전소 설치 속도 급증

• 수많은 종류의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

• 테슬라 모델Y의 미국 내 판매량, 포드 F-150과 GM 트럭에 이어 가장 많이 판매된 승용차 3위 달성(전 세계 판매량 기준 2023년 가장 많이 팔린 차량으로 등극)

 

이것이 정말 전기차의 기록인지 믿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실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 버블 경제의 붕괴

 

그러나 불행하게도 버블 경제가 붕괴되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갑작스럽게 자동차 할부금이 훨씬 더 비싸졌고, 자동차 산업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그 결과 과대평가된 전기차 업체의 주가는 폭락했고, 신생 전기차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기업인수목적회사)들의 생존가능성이 불안해졌으며, 일부는 파산에 이르렀다. 테슬라의 주가변동을 보면 상황을 잘 알 수 있다. 최고치에서 50%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테슬라의 주가는 2018년 당시 평가액의 몇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전기차 판매량은 급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보다 속도가 줄어들었을지라도 판매량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이는 전기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소비자들의 마음에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연간 판매량이 100%씩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로 매우 높은 수준의 전기차 믹스를 계획했던 차량 제조업체(OEM)들은, 실제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이 연간 10~30%에 그치자 발목을 잡혔다. 그 결과, 판매 확장에 따른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 이러한 예측 실패는 곧 산업 전반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제까지 전기차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자. 10년 전만 해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 차량의 1%도 되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미국 전체 판매량의 7% 이상,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5% 이상을 전기차가 차지한다. 2035년까지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캐나다를 비롯, 캘리포니아의 규제를 따르는 주(州)들의 전기차 판매량은 100%에 이를 것이다. 이는 멕시코를 제외한 북미 신차 판매량의 약 50%를 차지한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예측한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1,640만 대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24년 1분기에 30% 증가해 340만 대에 달했으며, 올해 3분기 중에는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5,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북미에서의 전기차 판매는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며,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24년 1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수치를 깊이 들여다보면 현재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3.8% 증가했지만, 우리가 봐왔던 일반적인 30~50% 성장률에 비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이는 동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 증가율인 3.5%보다는 약간 앞서 있다.

 

먼저 살펴볼 곳은 테슬라다. 2023년 기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테슬라는 “800 파운드의 전기차 고릴라”라고 칭해도 될 만큼 그 존재감이 어마어마하다. 모델Y는 모델3와 마찬가지로 성능, 공간, 신기술, 그리고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테슬라 슈퍼차저 네트워크의 조합 덕분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처럼 높은 시장 점유율로 인해 테슬라의 성공 또는 실패가 전체 전기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2024년 1분기 판매량은 2023년 1분기 대비 약 13% 감소했다. 이는 테슬라에게 매우 드문 일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그들의 주력 차량인 모델Y의 노후화가 시작됐다. 출시된 지 4년이 넘은 이 차량은 하드웨어 변경이 거의 없었고, 새로운 경쟁 차량이 출시되며 인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둘째, 새롭게 업데이트된 모델3 하이랜드(Highland)의 생산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 매우 인기 있는 차량의 업데이트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약 50% 감소했다. 결국,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13% 감소하면서 그들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50%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고, 전체 세그먼트에서도 하락했다.

 

그러나 테슬라 외 대부분의 전기차 브랜드의 상황은 매우 달랐다. 테슬라 다음으로 전기차 판매량 부문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제조업체는 현대·기아차와 포드(두 회사 모두 SK온 배터리 탑재)였으며, 이들의 판매량은 2023년 1분기 대비 각각 약 56%와 86%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차량 제조업체가 이전에 보여준 성장률과 훨씬 더 유사하며 리비안, 메르세데스, BMW, 토요타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성장은 인센티브의 증가와 리스에 대한 집중 덕분이다. 미국(또는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차량 제조업체의 경우, 리스 차량이 아닌 한 연방정부로부터 7,500달러(한화 약 1,040만 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다. 정부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공장 인센티브 및 선불금을 더하면 소비자에게 매월 최저 240달러(한화 약 33만 원) 정도로 낮은, 엄청나게 매력적인 월 할부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판매 조건 덕분에 전기차 구매 비용이 동급의 내연기관 차량보다 저렴해졌고,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더해져 많은 개인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전기차 판매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오직 상승!

 

가까운 미래를 살펴보면, 전기차 시장의 상황은 더 나아질 것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800파운드의 전기차 고릴라’인 테슬라는 모델3 하이랜드의 생산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2025년 초 모델Y의 주요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안주하지 않을 것이며 상당한 판매량을 회복할 것이다.

 

둘째, 다양한 브랜드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쉐보레 이쿼녹스(Equinox), 볼보 EX30, 곧 출시될 기아 EV3와 같은 다양한 대량 생산 모델들이 더 낮은 초기 판매가격으로 이제 출시되고 있다. 이는 2025년과 2026년에 더욱 확대될 것이다. 중국 브랜드가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이나 캐나다 시장에 진입하진 않겠지만, 그들은 멕시코에선 대대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관세로 인해 지금 당장은 시급성이 다소 완화될지라도 중국 차량 제조업체의 영향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하는 업체들이 가격을 크게 낮추고 엔지니어링 개발을 가속화해 판매 제품의 매력을 더욱 높일 것이다.

 

셋째, 전기차 주요 모델의 현지 생산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에서 생산함으로써 7,500달러의 미국 연방정부 세액 크레딧이 현금 구매와 할부 판매뿐 아니라 리스 차량에도 적용돼 모든 소비자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생산 현지화를 처음 시작한 폭스바겐 ID.4에 이어 현재는 현대차 아이오닉5 및 기아차 EV9이 뒤따르고 있는데, 이를 통한 생산 증가는 상당할 것이다. 혼다, 토요타, 볼보, 메르세데스, BMW 등 다른 대부분의 업체도 향후 3~4년 동안 전기차 현지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 하이브리드가 해답일까?

 

한 가지 더 살펴볼 이야기가 있다. 바로 순수 볼륨 측면에서 전기차와 유사하게 성장 중인 하이브리드 차량(HEV, Hybrid Electric Vehicle)의 판매량이다. 많은 사람이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인해 전기차 판매가 정체되고, 내연기관 차량이 장기적으로 지속 판매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전 모빌리티(Vision Mobility)에서 실시한 고객 연구조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자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어려워하지만, 더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차량으로의 전환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사려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통해 운전자는 처음으로 전기차를 경험하게 되는데, 전기차 운전은 중독성이 있어 완전한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만이 완전한 만족을 줄 수 있다. 전기차 소유주의 이전 차량을 살펴보면, 대부분 하이브리드 차량을 거친다. 그러나 일단 전기차를 보유하면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으며, 이들의 전기차 유지율은 일반적으로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는 전기차와 동일한 충전 경험을 제공해 편의성을 더욱 높인다.

 

이러한 생각은 현재 미국 정책 방향과 미래지향적인 기존 차량 제조업체들의 계획에 반영돼 있다. 제니퍼 그랜홈(Jennifer Granholm)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 장관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전동화(Electrification) 시대를 향한 징검다리”라며 “우리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기아차는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의 입지를 위협하지 않으며, 전동화로 가는 완벽한 관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차량은 구매자에게 ‘전환 과정에서의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일단 전기차의 성능과 주행의 부드러움을 경험하고 그것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딱 맞다고 느끼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즉, 현재 하이브리드 차량 소유주는 미래의 전기차 소유주다.

 

| 모든 신기술이 성공을 향해 가는 길에 맞닥뜨리는 장애물, 전기차도 예외는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중장기적 시점에서 전기차의 지속 성장을 의미하며, 이는 BNEF(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와 IEA의 예측과 정확히 일치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버블 붕괴 후에도 전기차의 존재 ‘이유’는 변하지 않았다. 깨끗한 공기, 배기가스 배출량 저감, 석유 및 가스 의존성 감소의 꿈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우리는 이제 그 꿈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

 

20년 전 닷컴 버블(dot-com bubble)*처럼, 전기차 버블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약한 플레이어들은 사라지겠지만 강한 플레이어들은 살아남아 번영할 것이다. 오늘날 아무도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20년 후 전기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훨씬 우수한 기술이라 할 수 있으며, 상황이 진정되면 전기차 성장은 정상화돼 내연기관차 모델은 더 이상 출시되지 않을 것이다.
(*) 닷컴 버블(dot-com bubble): 1995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과 관련된 기업들의 폭발적인 성장을 추종하며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현상

 

결론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 지난 200여 년 동안 거의 모든 주요한 기술적 변화가 그랬듯, 전기차 세상으로 가는 길에도 약간의 장애물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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