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를 지속적으로 기록하며 이른바 ‘우량기업’으로 불리는 회사들이 많다. 그런데 그 회사들이 사회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그들을 우량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이 기업들에게 언제까지 투자를 할 수 있을지, 또한 이해관계자들은 그들의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미국 하버드비지니스리뷰는 최근(9월 3일) 하버드비지니스스쿨의 조지 세라파임(George Serafime) 교수와 ‘임팩트 가중 회계 계획(IWAI, Impact-weighted account initiative)’의 로날드 코헨(Ronald Cohen) 의장이 공동 작성한 ‘기업의 실제 영향을 측정하는 방법(How to Measure a Company’s Real Impact)‘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01 | 루프트한자, EBITDA는 흑자지만 환경비용 감안하면 23억 달러 적자로 반전
조지 세라파임 교수와 로날드 코헨 의장은 칼럼 서두에서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세계의 주요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건전했으나, 이것이 신기루일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루프트한자(Lufthansa)와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s)의 예를 들면서 이 두 기업의 EBITDA*는 흑자를 보여주지만 이들의 환경비용(environmental cost)은 각각 23억 달러와 48억 달러에 달해 이를 적용하게 되면 손실 상태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EBITDA : 세전·이자지급전이익’ 혹은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말한다. 이것은 이자비용(Interest), 세금(Tax), 감가상각비용(Depreciation & Amortization)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뜻하는 것이다.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또한, 지금까지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과 사회 및 환경에 끼치는 비용 측면에서의 갭(Gap)을 설명할 길이 없었지만 이제는 가능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위 ‘임팩트 투명성(Impact transparency)’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기업과 투자자들의 골 포스트가 이동해, 이전에는 기업이 사회나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그게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칼럼 작성자들은 “IWAI의 2018년 자료를 분석해보면 기업의 진정한 수익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생겨난다”고 말하면서 “2018년에 EBITDA 흑자를 기록한 1,694개 기업 중 32%를 차지하는 543개 기업이 사회 및 환경 비용을 감안할 때, EBITDA가 25%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업별로 나눌 때 항공, 전기 시설, 건설 자재 등 상당수 산업에 걸쳐 이런 현상이 나온다면서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환경 피해 정도의 폭이 큰 산업으로는 식료품, 석유/가스, 반도체 분야 등을 꼽았다.
칼럼니스트들은 “그렇다고 모든 기업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인텔의 경우 실업률이 높은 지역들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미국 내에서 대략 36억 달러의 긍정적 영향을 창출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조지 세라파임 교수와 로날드 코헨 의장은 칼럼에서 임팩트 투명성이 불러올 결과를 다음 세 가지로 봤다.
02 | 임팩트 투명성이 불러올 결과 세 가지
칼럼 작성자들은 첫째로, ‘정부의 개입’에 대해 설명한다. 즉, 정부가 환경오염,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 비만 및 건강을 저해하는 식품 같은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서 기업들에게 그들이 초래하는 피해에 대해 직접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제품, 기업 운영, 고용 등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세금감면, 보조금 또는 우대 조달과 같은 형태로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투자자’에 관한 것이다. 칼럼니스트들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환경, 사회적 영향에 대해 가치 평가하고 이를 투자 분석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에서 전문적으로 관리되는 자산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30조 달러의 유동성 자산이 ESG** 및 임팩트 분야에 풀려 있으며 아직 데이터가 부족함에도 기후변화, 기업 구성원의 다양성, 건강 이슈 등을 투자결정 요인으로 반영시키는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 ESG :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 기업이 직원과 고객, 주주,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를 비재무적인 틀로 따지는 평가다. – 출처 : 매일경제용어사전
아울러 이들은 “부정적인 영향이 큰 기업은 투자자의 관심을 덜 받게 돼 주식시장 가치가 감소하고 자본비용은 오른다”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임팩트 활동을 개선하는 것은 경영진이 취할 수 있는 기업가치 제고 활동이라고 제언했다.
마지막은 ‘고객과 기업 구성원들의 행동’에 대한 것이다. 칼럼 작성자들은 “임팩트 투명성은 이들이 자신의 가치에 따라 구매를 하고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자본주의가 이끌어 온 이윤 패러다임에 ‘임팩트’ 개념을 더한다는 것이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또한 “코로나19가 야기한 위기가 기존의 심각한 불평등을 악화시키면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회복의 필요성이 절실함을 강화시킬 것이며, 임팩트 주도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업은 임팩트 가중 성과를 측정 및 소통해야 하고 투자자는 임팩트 가중 수치를 평가 모델에 반영해야 하며, 정부는 규제와 인센티브를 활용해 기업과 투자자가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소비자라는 점에서 지구와 사회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03 | 이노베이션이 ‘사회적가치(SV, Social Value)’를 측정 발표하는 이유
이 같은 활동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SK그룹의 주요 관계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측정 및 발표한 ‘사회적가치’가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6월 발표한 ‘2019년 사회적가치 측정결과’는 경제 간접기여 성과 1조 2,183억 원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768억 원으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말한 임팩트 투명성, 임팩트 가중 회계의 범주로 볼 수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환경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서도록 하겠다는 ‘그린밸런스 2030(Green balance 2030)***’을 공표한 바 있다. 그린밸런스 2030이 SK이노베이션의 딥체인지(Deep Change) 방법론이자 곧, 미래상인 것이다. 임팩트 투명성 및 임팩트 가중 회계의 확산과 정당성 측면을 볼 때 그린밸런스 2030의 성패는 글로벌 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그린밸런스 2030 :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화학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정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환경 긍정 영향을 창출하는 그린 비즈니스(Green Biz.)를 집중 육성헤 2030년까지 환경 부정 영향을 제로(0)로, 더 나아가 플러스로 만들어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전사 성장전략으로 그린 밸런스 2030을 도입한 바 있다.
조지 세라파임 교수와 로날드 코헨 의장은 칼럼의 결론부를 통해 “임팩트 투명성이 자본주의를 재편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성공은 단지 돈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만들어 내는 긍정적 영향으로 재정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사회적가치를 측정, 관리하며 DBL**** 경영을 통해 그린밸런스 2030을 만들어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 DBL(Double Bottom Line): 경영활동에서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가치(SV)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