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너무 많은 정유시설들(The World Has Too Many Oil Refineries)
2020.06.04 | 윤진식

 

국제유가가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제마진의 회복 기미는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미국의 에너지 전문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Oilprice.com)은 최근 ‘너무 많은 정유시설들(The World Has Too Many Oil Refineries)’이란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현재 증설 중인 정제시설이 너무 많고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과잉공급에 놓여있다고 보도했다. 오일프라이스닷컴 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판데믹*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정유시설들은 수요 붕괴에 직면해 생산을 줄여야 했다. 그러나 다운스트림 부문에서의 구조적 문제는 계속해서 진행중이다. 대규모 증설 여파는 지나친 정제 능력 양산으로 이어졌으며, 이 문제는 앞으로 수년간 계속될 수 있다.

(*)판데믹(Pandemic) :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정제 생산량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3월 사이 하루 8백만 배럴 감소했으며 4월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 전망했다. IEA는 지난 5월에 발표한 오일 마켓(Oil Market) 보고서에서 “우리의 수요붕괴 예측치만큼 정유산업 둔화에 부합하는 근거 있는 증거들이 없다”고 밝혔다. IEA는 또한, 올해 2분기 처리량이 전년 동기 대비 1,340만 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정제가동률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5월 18일~22일 주간의 미국 정유시설들은 하루 1,299만 배럴을 처리했다. 이 수치는 여전히 3백만~4백만 배럴 정도 낮은 수준이지만 2주 전 1,238만 배럴보다는 증가한 것이다. 휘발유 수요의 경우, 4월 중순 531만 배럴에서 5월 22일 기준 725만 배럴로 급증했다.

 

그러나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친 데이터를 살펴보면 다운스트림 부문에서 큰 문제에 직면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석유산업은 2019년에만 약 520억 달러를 포함해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 정유시설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주요 정유시설들의 이례적인 성장에 따라 생산능력이 초과됐다.

 

IEA는 2020년 세계 에너지 투자 보고서에서 “수년간 증가해온 투자로 하루 40만 배럴을 생산하는 헝리(恒力)와 저장(浙江), 석유화학 운영 통합화를 이룬 이 중국의 두 대형 정제시설을 포함해 2019년 하루 220만 배럴이라는 기록적인 새로운 정제능력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난해 정제 용량 220만 배럴 증가는 80만 배럴이라는 다소 미미한 수요 증가와 크게 대비된다.

 

게다가 향후 5년 동안 정제능력이 600만 배럴 추가될 계획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석유 수요의 정점을 찍었는지 아닌지를 토론하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사실이 등장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판데믹 직전에 설사 석유 수요가 하루 100만 배럴로 절정에 이르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문턱을 다시 넘으려면 아직 몇 년이 남아 있을 것이다. 2025년까지 하루 수요가 600만 배럴까지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정유업체가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어떤 곳들은 폭풍우를 견딜 수 있는 특별한 강점을 갖고 있다. IEA는 중동의 정유업체들이 값싼 공급 원료에 근접한 ‘구조적 이점’을 갖고 있는 반면, 아시아의 정유업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수요 지역에 가깝게 위치해 있다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정유업체들은 도전적인 위치에 속해 있다. IEA 보고서는 “2013년 이후 일본과 유럽에서 하루 약 2백만 배럴을 생산하는 정유시설이 폐쇄됐으며, 유럽의 일부 공장들은 바이오 정제시설로 전환됐다”고 밝힌다.

 

또한 IEA는 전 세계 정유시설의 30%만을 국영기업이 소유하고 있지만, 현재 중동과 아시아에서 건설 중인 정유시설의 46%의 배후에는 국영기업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국영기업들이 정유업계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IEA는 ▲과잉 생산 ▲취약한 정제 설비들에 대한 압력 ▲국가통제로의 전환 등 이러한 모든 추세가 2020년 위기의 결과물로써 공고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판데믹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따라서 지리적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경제는 판데믹을 잘 다뤄왔고 유럽과 미국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의 정유 시설들은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에너지산업 컨설팅업체인 JBC에너지는 “지금과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회복탄력성이 좋은 정유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통해 취약한 업체들을 밀어낼 수 있으며, 결국 중장기적으로 다소의 압력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