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역설 ‘Green’,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석유산업은?
2020.04.06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백만 명을 넘어서는 등 판데믹(Pandemic)*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의도치 않은 역설적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동·외출 금지령과 사회경제적 셧다운이 이어지면서 세계 대기오염 수준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판데믹(Pandemic):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 출처: 시사상식사전

 

실제로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ESA)이 위성 ‘센티넬-5P’를 통해 촬영 및 공개한 대기 사진을 보면 이러한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3월 24일(현지 시간), ESA가 촬영한 지난 6주간의 아시아 및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대도시 사진을 통해, 이산화질소(NO2)배출량이 전년 동일 기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유럽우주기구(ESA)의 센티넬-5R 인공위성이 촬영한 2019년과 2020년 중국 대륙. 이산화질소 농도(붉은색 부분)가 지난해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영국 가디언(http://bit.ly/2Xey3K2)

 

이와 관련해 가디언은 지난 4월 1일(현지 시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석유산업을 죽이고 기후를 구할까?(Will the coronavirus kill the oil industry and help save the climate?)’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가디언은 “비록 일시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사람의 이동, 움직이는 기기를 멈추게 해 온실가스 방출량을 낮추고 있다”며, 이를 둘러싼 그린에너지와 전통에너지산업 등 ‘포스트 코로나19’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 코로나19와 유가전쟁, 화석연료산업 100년 역사 상 최대 도전

 

가디언은 이 기사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코로나19 사태와 산유국 간 유가전쟁이 겹쳐 석유 및 가스 산업이 예전과 같은 자리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지난 2014년에도 유가전쟁이 발발해 유가가 급락한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가격이 하락한 만큼 수요가 늘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이 하락해도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만 있는 것은 물론, 공장을 가동할 수 없으니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저유가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2014년 1차 전쟁 때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가디언은 유가하락과 수요 감소,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한 것은 화석연료산업의 지난 100년 역사에서 전례 없는 가장 큰 도전이며, 에너지 산업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항구에서 원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들이 구매자를 찾지 못해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국 최대 셰일업체 중 하나인 ‘휘팅페트롤리움(Whiting Petroleum)’社가 유가 급락의 충격으로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 주요 외신 등을 통해 전해졌다. 가디언도 “코로나19가 사람들을 집에서 못 나가게 하고 비행기들을 활주로에 가둬 놓으면서 석유수요가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 코로나19와 유가전쟁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

 

가디언은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2019년은 역사상 탄소배출량이 정점을 찍은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시각과, 그 반대인 “화석연료산업은 언제나 그렇듯이 다시 튀어 올라 회복될 것(바운스 백, bounce back)”, “저유가는 그린에너지로의 전환을 늦출 것”이라는 시각을 동시에 전했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 ‘카본 트래커(Carbon Tracker)’의 애널리스트인 킹스밀 본드(Kingmill Bond)는 “2023년에 최대 화석연료 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지만, 3년가량 앞당겨진 2019년이 최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유정(油井)의 숫자가 매시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운송 비용보다 낮아, 하루 거의 백만 배럴을 생산하는 유정이 이미 폐쇄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원자재상품(Commodity) 책임자 제프리 커리(Jeffrey Currie)는 “이는 에너지산업 및 지정학적 관계를 영구적으론 변화시키고, 기후변화에 대한 논쟁으로 이동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여기에 투자자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금펀드컨설팅업체 ‘Arkadiko Partners’의 견해도 전했다. 이 컨설팅업체는 “석유 사업은 이미 기후 위기와 정부의 배출량 감축 규제에 대해 우려하는 투자자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는 더 큰 사회적 혜택을 제공하는 회사에 투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투자의 목적은 건강한 생활(Well-being)을 만들어내는 데 있고 그게 진정한 의미에서 부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가디언은 코로나19 사태가 기후변화의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니라는 견해도 함께 전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의 에너지정책 교수 디터 헬름(Dieter Helm)은 “석유가격이 그 어떤 것보다도 저렴하기 때문에 석유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기후 관점에서 보면 나쁜 소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페이스 비롤(Fatih Birol) 이사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기술에 투자를 쏟아부을 수 있는 ‘역사적 기회’”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2조 달러 규모의 미국 코로나19 구호 예산 패키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사에 6백억 달러를 지원하고 화석연료 기업이 이용 가능한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석유가스생산자협회도 회원사들이 판데믹 이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석유와 가스는 전 세계 에너지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중기적 영향을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석유 및 가스 산업은 그간의 어려운 상황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배출 에너지 미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경험, 기술, 지식과 자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 프린스턴대학 교수, “사우디 왕세자의 글로벌 청정에너지에 대한 전략적 변화 지켜봐야”

 

가디언은 코로나19로 야기된 이번 판데믹 혼란을 더욱 불붙게 만든 것이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전쟁’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버나드 헤이켈(Bernard Haykel) 교수는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가 이끄는 보다 근본적인 전략적 변화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버나드 헤이켈 교수는 “글로벌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할 수 있는 한 현금을 끌어들이는 게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청정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사우디가 잘 알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가디언은 기사 결론부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토론이 지금의 위기 이후 확실히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를 전하면서 “문제는 이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인데, 실제로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영국의 에너지 컨설팅 회사 ‘우드 맥킨지’의 애널리스트 발렌티나 크레츠마르(Valentina Kretzschmar)의 말로 끝을 맺었다.

글 | 윤진식
산업전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