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지구 모두를 위해 일하는
보다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심오하고 체계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 유엔환경개발(UNEP) 잉거 앤더슨(Inger Andersen) 사무총장
유엔환경계획(UNEP)의 잉거 앤더슨(Inger Andersen) 사무총장은 지난 4월 5일(현지 시간), UN 뉴스를 통해 코로나19(COVID-19)가 잠시 사람들을 멈추게 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일시적인 환경 개선 효과를 낳았지만 이는 경제 둔화와 인간의 고통에 의한 것이기에 구조 자체를 아예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잉거 앤더슨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야기한 판데믹(Pandemic)*이 끼친 긍정적인 영향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생산 및 소비 습관을 보다 깨끗하고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장기적이고 시스템적인 변화만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로 경기부양책이 설계될 때에는 재생가능한 에너지, 스마트 빌딩 등 그린 패키지(Green package)를 감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럴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 판데믹(Pandemic) :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이어 잉거 앤더슨 사무총장은 “자연을 잘 관리할수록 인류의 건강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며 자연을 신중하게 대하고 관리하는 것은,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성장의 엔진이 다시 가동될 때 ‘다른 경제(Different Economy)’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다룰 것인가’가 중요해지는 만큼 투자자들이 파이낸싱 관련 활동을 통해 녹색 일자리와 녹색 성장, 새로운 생활 방식 등의 친환경 산업을 촉진시킬 것이며, 이것이 ‘다른 경제’의 한 축이 될 거라 전망한 것이다. 즉, 인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은 하나이고 똑같다는 것. 관련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Fatih Birol)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양책은 청정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4월 9일(현지 시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도 “판데믹은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한 채 정치적 결정을 계속 뒤로 미루고 경제를 위해 인간의 건강과 자연 경관을 희생시켜온 데 따른 치명적인 결과”라고 역설했다.
가디언은 UNEP 잉거 앤더슨 사무총장의 “자연은 우리가 지구를 소홀히 하면 우리 자신의 안녕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판데믹은 환경오염이 우리의 질병 저항력을 낮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럽정책센터(EPC)의 ‘지속가능 번영 유럽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애니카 에드버그(Annika Hedberg) 위원장은 “지금의 위기는 기후 관련 행동을 진화시키는 동시에, 경제가 보다 지속가능성을 띨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인류와 기업, 그리고 지구에 혜택을 동시에 안겨다 줄 수 있는 기후 중립성에 대해 노력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환경부장관인 스베냐 슐츠(Svenja Schulze)도 “코로나19 위기 해법으로써 기후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탈출구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환경운동가 제니퍼 모건(Jennifer Morgan) 역시 “상황이 작동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4월 6일(현지 시간), 코로나19와 관련 “지금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선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We need some ‘creative destruction’ to address today’s challenges)”는 기사를 보도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파이낸셜타임즈가 4월 6 일자 기사에서 인용한 미국 前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의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과거와 결코 똑같지는 않을 것(The reality is the world will never be the same after the coronavirus)”이라는 견해에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3일(현지 시간), 미국의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꿀 것(The Coronavirus Pandemic Will Forever Alter the World Order)’이라는 제목으로 헨리 키신저의 기고문을 보도한 바 있다.
뉴욕대 기후경제학 교수인 거노트 왜그너(Gernot Wagner)도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후변화를 다루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한 정책으로 복귀하는 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번 판데믹은 과학과 지식의 역할, 유능한 리더십의 중요성, 그리고 가장 취약한 곳의 운명이 다른 모든 지역 사람들의 운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도록 하게 해준다. 그렇게만 된다면 세계가 다시 정상을 회복한 이후 기후에도 진정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기고했다.
많은 전문가와 석학이 지적한 것처럼 딥체인지(Deep Change)의 시대의 도래를 거부할 수는 없다. 포스트 코로나19가 환경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어떤 식으로 결합해 세상을 바꿔놓을 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