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 안고 고향 가는 길! 안전한 귀성길을 책임지다
2025.01.23
떡국, 세배, 설빔, 민속놀이. 설날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이다.
여기에 빼먹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면 “민족의 대이동”.
차량들로 가득 찰 고속도로와 휴게소, 인파로 붐빌 기차역은 벌써부터 걱정거리다. 그러나 이들은 고향을 찾을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쏟아 낼 한숨의 무게와는 관계없이 이번 설 연휴에도 우리를 위해 기꺼이 수고해 줄 참이다.
| 도로 안전부터 미관까지 책임지는 멀티 플레이어
고향으로 향하는 길, 도로와 풍경 사이에는 방음벽이 있다. 방음벽은 말 그대로 도로 소음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방음벽은 크게 반사형과 흡음형으로 나뉜다. 반사형은 소음이 발생하는 방향에서 반대 방향으로 소음을 반사시켜 주변 환경에 소음이 도달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흡음형 방식은 소음이 방음벽에 도달하면 소리 에너지를 흡수시켜 소음의 강도를 낮춘다.
대표적인 반사형 방음벽은 ‘투명 방음벽’이다. 투명해서 유리처럼 보이지만 세상 어떤 유리로도 지금의 방음벽을 대신할 수 없다. 두 개 이상의 유리판 사이에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thylene Vinyl Acetate, EVA)와 같은 중간막을 삽입하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고온/고압으로 접합한 강화접합유리, 높은 투명도와 강도를 지닌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PC)로 제작된 유리가 덧대어지면 반사형 방음벽이 만들어진다.
흡음형 방음벽에는 금속판이 붙어있고, 이 금속판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소리를 흡수하고자 함이다. 문제는 이 금속판이 부식에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폴리비닐(Polyvinyl) 소재의 일종인 폴리비닐플루오라이드(Polyvinyl Fluoride, PVF)로 코팅 처리를 한다. PVF는 내구성(耐久性) 및 내식성(耐蝕性)이 뛰어나 건축, 자동차, 항공 산업에도 활용되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통행량을 감당해야 하는 고속도로는 아스팔트 혼합물로 이뤄진다. 아스팔트는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인 원유에서 나온다. 원유를 고온/고압에서 정제하면 마지막에 얻어지는 게 아스팔트(Asphalt)이고, 여기에 골재(骨材)와 채움재를 섞어 만든 것이 아스팔트 혼합물이다. 혼합물이기에 종류가 다양하기 마련인데, 소음도 잡아주고 도로 위 물고임이 없도록 최대한 빨리 배수를 해주는 아스팔트 혼합물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SK에너지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분자결합형 고분자 개질 아스팔트(Polymer Modified Asphalt, PMA)의 경우, 포장도로의 공극률(孔隙率) 조정을 통해 도로와 타이어 사이에 발생하는 진동소음 및 마찰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을 받는다.
과속방지턱 또한 도로 포장재와 동일하게 ‘아스팔트’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속방지턱은 자동차의 속도를 적절히 제어해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기에, 도로 포장재와 다른 소재로 만들어질 경우 차체가 미끄러지거나 지면 마찰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면 색깔 유도선(주행유도선)도 귀성길에 나선 운전자들에게 올바른 길을 안내한다. 분홍색, 녹색과 같은 주행유도선의 도입은 운전 편의성은 높이고 교통사고량은 줄이는 역할을 해 왔다. 이 주행유도선은 주로 도로용 페인트로 그려지는데, 이 페인트의 주요 성분이 대부분 아크릴(Acrylic)이다. 도로용 페인트는 건조 속도가 빠르고 오래 지속되며 악천후에도 잘 견딘다는 장점을 가진다.
|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친다?! 들를 수밖에 없는 고속도로 휴게소
먼 길 긴 시간 고속도로에서 머물다 보면 휴게소가 기다려지기 마련이다. ‘필요할 때 잠시 들르던 곳’에서 이제는 맛집을 찾아 ‘일부러’ 가는 곳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자연스레 휴게소에 들르자마자 핫 플레이스를 찾아본다. “어디에 있지?” 두리번두리번거리다가 내가 찾은 상호가 적힌 간판을 발견한다. 음식이 발전하듯 자기 이름을 내건 간판도 진화한다. 가볍고 눈에 띄는 소재로. 열가소성 수지의 일종인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Polymethyl methacrylate, PMMA)는 높은 투명도를 특장점으로 갖기에 깨끗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는 간판에 최적인 소재다. 탁월한 충격 저항성으로 기상변화 등 변수가 많은 외부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폴리카보네이트도 간판 소재로 많이 쓰인다.
| 열차가 달리는 길도 열차가 서는 정거장도 지킨다
기차역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플랫폼 번호나 열차 출발시각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차역의 LED 전광판이다. 이 전광판에는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진 LED 패널 커버가 적용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는 유리에 가까운 투명도를 자랑하면서도 일반 유리보다 약 200배 이상 강도가 뛰어나다. 이로 인해 LED 전광판의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물리적 손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철도 궤도 시스템 중 하나인 레일패드는 기차가 달리는 길인 레일을 고정하고, 충격을 흡수해 진동 및 소음을 감소시킨다. 또한, 레일에서 발생하는 하중을 침목(枕木)에 고르게 분산시켜 궤도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레일패드는 내구성과 충격 흡수 능력이 뛰어나야 하며, 이러한 특성을 지닌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폴리우레탄(Polyurethan, PU) 등 합성수지가 활용된다.
작년의 고생길을 떠올리면서도 설날만의 설렘과 반가움이 있기에 길을 나선다. 그 길을 지켜주는 많은 것들이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소리 없는 인사를 전한다. 을사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길은 우리가 잘 지킬 테니 걱정 말고 다녀오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