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칠석 오늘밤은 은하수 오작교에
견우직녀 일년만에 서로 반겨 만날세라.
애야 애야 애야 좋네 칠석놀이 좀 더 좋네.
은하수의 잔별들은 종알종알 속삭이며
무슨 말을 속삭이나 반작반작 웃는구나.
애야 애야 애야 좋네 칠석놀이 좀 더 좋네.”
– 한국 민요, 칠석요(七夕謠) 中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기념하는 칠석(七夕)은 견우와 직녀 설화에서 유래됐다. 옛날 옛적에 하늘의 목동이었던 견우와 하늘에서 베를 짜던 직녀가 사랑에 빠져 각자의 일을 게을리하자, 화가 난 옥황상제가 이들을 은하수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놓았다. 하지만 헤어짐에 슬퍼하는 견우직녀를 안타깝게 생각한 까치와 까마귀들이 일 년에 딱 하루, 서로 머리를 맞대어 이들이 만날 수 있도록 은하수에 다리 즉, 오작교(烏鵲橋)를 놓아준다. 이렇게 만난 견우와 직녀는 만남의 기쁨, 그리고 또다시 헤어져야 하는 슬픔에 눈물을 흘려, 그 눈물이 땅에 비로 내린다고 한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이 얘기에서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 만나는 날이 바로 칠석(음력 7월 7일)이다.
이토록 슬프고도 낭만적인 설화를 여름철 밤하늘에서도 볼 수 있다. 은하수 부근의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직녀성(베가, Vega)이고, 문학/민속학적 측면에서 은하수 건너 남쪽 독수리자리에서 직녀를 기다리는 밝은 별이 견우성(알타이르, Altair)이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는 특히 여름철에 가장 밝고 짙게 보이기 때문에 견우성과 직녀성을 관측하기에 적합하다.
✨ 여름철 별자리 속 숨겨진 신화
동양 문화권에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진 두 개의 별에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입힌 것처럼, 서양에서도 그리스 로마 신화로 대표되는 별자리에 얽힌 매혹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유명한 바람둥이였던 제우스는 아내인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소나기, 구름, 흰 소 등 온갖 모습으로 변신했다. 어느 날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의 아내인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아름다운 백조로 변해 그녀의 마음을 얻었는데, 이를 별자리로 옮긴 것이 백조자리라고 전해진다. 백조자리의 알파별*인 데네브(Deneb)는 독수리자리의 알파별인 견우성(알타이르), 그리고 거문고자리의 알파별인 직녀성(베가)과 여름의 대삼각형**을 이루며 지금까지 밤하늘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 알파별(Alpha star) : 별자리를 이루는 별들 가운데 가장 밝게 보이는 별
(**) 여름의 대삼각형 : 여름철 북반구 밤하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밝은 별 3개가 이루는 가상의 삼각형으로, 백조자리의 데네브,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 거문고자리의 베가로 이뤄지는 삼각형 모양의 성군
그리스 신화의 최고 영웅으로 칭송받는 헤라클레스(허큘리스)를 기리기 위한 별자리도 있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미케네의 왕 엘렉트리온의 딸인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헤라의 미움을 받아 청년 시절에는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으로 불리는 고난을 헤쳐나가야만 했다. 영웅의 대명사가 된 그는 이후 데이아네이라와 결혼했는데, 켄타우로스족 네소스의 거짓말에 속아 헤라클레스의 변심을 믿은 아내로 인해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본 제우스가 몹시 슬퍼했고, 아들의 몸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든 게 헤라클레스자리라고 알려진다. 이 별자리는 거문고자리 인근에 위치해 있다.
헤라클레스자리의 남쪽 편에는 전갈의 꼬리가 연상되는 별자리인 전갈자리가 자리 잡고 있다. 전갈자리의 중심부에선 매서운 전갈의 눈처럼 보이는 붉게 빛나는 별, 알파별 안타레스(Antares)를 볼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선 자신의 사냥실력에 심취해 자만심이 하늘을 찌른 오리온을 못마땅하게 여긴 올림포스의 신들이 그를 처치하기 위해 전갈을 보냈다고 한다. 비록 전갈이 오리온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 노력을 인정해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 망원경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우주의 별바다
이처럼 밤하늘에 걸린 별자리를 더욱 선명하게 보고 싶다면 도심의 가로등이나 네온사인 등 인공조명에서 벗어나 교외로 향하는 것이 좋다. 청명한 여름밤에 망원경이나 쌍안경 등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면, 쏟아지는 별들의 아름다움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별을 더 가까이 더 또렷하게 보여주는 망원경 렌즈. 과거에는 이 렌즈의 주요 소재가 유리였기에 가격과 무게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리와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 훨씬 저렴하고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PC, Polycarbonate)가 렌즈를 만드는 데 활용되기에 천체 관측 입문자들도 큰 부담 없이 구매 및 사용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카메라, 현미경•보안경, 광학프리즘, 광학렌즈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는 높은 강도와 내구성(耐久性)을 지닌 열가소성(熱可塑性) 플라스틱이다. 일반 유리와 비슷한 수준의 투명도를 갖고 있지만, 유리보다 가볍고 내충격성(耐衝擊性)이 뛰어나 방탄유리 소재로도 사용된다.
우리는 여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별빛에 마음을 빼앗긴다. 투명한 망원경 렌즈 속, 수많은 별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우주의 풍경은 우리에게 위안과 영감,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하늘에 떠 있는 별을 관측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다. 올여름, 반짝이는 별빛과 함께 펼쳐지는 우주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며 특별한 추억을 하나 더 쌓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