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기고] 언제나 전력과 함께 : V2L은 왜 신형 전기차가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기능인가? – 제임스 카터 (James Carter)
2023.06.09 | 비전 모빌리티(Vision Mobility) 수석 컨설턴트, 제임스 카터(James Carter)

 

며칠 전, 내가 젊은 시절에 가장 좋아했던 크라우디드 하우스(Crowded House)*의 콘서트에 갔다. 이날 밤 나는 옛 추억에 잠겼다. 호주 멜버른(Melbourne)에서 마쯔다(Mazda) MX-5 컨버터블을 운전하면서, CD 플레이어로 이 밴드의 음악을 듣던 것이 생각났다.

(*) 1980~90년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호주/뉴질랜드의 록 밴드

 

아, 옛날이여.

 

지금 이 추억이 전기차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물어온다면, 그들의 인기곡 ‘Weather with You’를 전기차의 특징을 소개할 주제로 치환해볼 수 있다. 이 곡의 코러스의 후렴구는 아래와 같다.


“Everywhere you go(어디를 가든),

Always take the weather with you(언제나 날씨와 함께)**”

(**) 가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날씨’는 감정상태에 대한 은유이다. 즉, 우리는 항상 ‘날씨’처럼 다양한 감정과 함께하는 것이다.


‘날씨(Weather)’를 ‘전력/원동력(Power)’으로 바꾸면, 이 곡은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인 V2L(Vehicle to Load)***을 위한 새로운 찬가가 된다. 다양한 날씨와 같이, V2L 기술이 함께하는 전기차는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다.

(***) V2L (Vehicle to Load):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사용할 수 있는 기술


“Everywhere you go(어디를 가든)

Always take the POWER with you(언제나 전력과 함께 )”


이것이 바로, 자동차 구매자들에게 있어 V2L 기술이 어떠한 가치인지 시사하는 바이다.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팩은 대량의 전기를 저장하여 차량 이외의 장치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외출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전력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


아직은 이러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가 눈에 띄게 많지는 않지만, 이미 몇몇 흥미롭고 놀라운 일화들이 있어 소개한다.


처음 떠오르는 것은, 현대자동차 캐나다 지부가 77kWh의 SK온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 5(IONIQ 5)’의 신차 모델 공개 당일, 나와 다른 언론 관계자들을 초대했을 당시의 일이다. 나는 아이오닉5의 V2L 기술을 활용해 작동한 커피머신을 통해,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대접받았다. 이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V2L 기술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오랫동안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 제임스 카터가 참석한 현대차 ‘아이오닉 5’의 신차 모델 공개 당일, 커피머신을 연결해 작동하고 있는 ‘현대차 아이오닉5’의 모습 (사진 : 제임스 카터)


이때 문득 캠핑이 떠올랐다. 내 아내는 모든 것을 갖춘 5성급 캠핑을 즐기지만, 험난한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약간의 조명, 간단한 요리, 에어 매트 충전이나 휴대폰 충전을 위한 전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훨씬 즐거워질 것이다. 꼭 캠핑 애호가 대상이 아니더라도 전기가 있으면 벌레를 잡거나, 열사병 예방, 혹은 비와 같은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더 견딜 만할 것이다. 사실, 커피 애호가인 나이기에, 나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는 곳은 어디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일화가 더 와 닿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전원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응급상황에서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오지에서도 휴대전화를 작동시켜 구조대와 연락을 할 수 있다. 고열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이를 돕거나, 이러한 상황을 예방할 수도 있고, 그 밖에 전력을 필요로 하는 의료 수요에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 인근에서 거주할 때 발생한 일화도 있다. 이는 전기차에서 전원을 끌어와 집에 전력을 공급했던, 소위 V2H(Vehicle to Home)**** 기술과 관련한 이야기다. 한 겨울, 폭풍이 지나가며 강풍과 폭설로 인해 정전이 발생했다. 131kWh의 SK온 배터리가 탑재된 집주인의 포드 F-150 라이트닝(Ford F-150 Lightning)은 프로파워(ProPower) V2L/V2H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무려 약 이틀간 집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더 놀라운 것은 배터리 용량의 단 3분의 1만 사용했다는 점이다.

(****)전기차에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가정 등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축전 시스템


“차량 설비를 패널에는 연결하지 않았지만, 분배기와 함께 사용된 두 개의 전선으로 냉장고, 냉동고, Wi-Fi,

조명과 TV를 거의 꼬박 이틀 동안 작동시켰습니다.”

– 포드 F-150 라이트닝 차주


실제로 포드社에서는, F-150 라이트닝을 활용해 일반 가정집에 일주일간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드 F-150 라이트닝 같은 작업용 픽업트럭의 정말 중요한 또 다른 특징은 건설 또는 유사 기타 작업 현장에서 전원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포드 F-150 라이트닝은 9.6kW의 높은 전력을 사용할 수 있어 톱, 드릴, 네일건 및 공기압축기 같은 일반 장비뿐만 아니라 용접기 같은 고출력 장비에도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 포드 F-150 라이트닝 프로 트림의 미국 사전 생산 컴퓨터 생성 이미지 (출처: Ford Canada homepage)


사업체 혹은 여러 기관이 소유하거나 임대하는 함대 차량에 있어서도 V2L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최근 깨달았다. 몇 주 전, 나는 포드社 캐나다(Ford Canada) 대표, 퀘벡 지역 통신사 비디오트론(Videotron) 대표와 함께 전기차 및 충전 엑스포(EV & Charing Expo)에 패널로 참가했었다. 비디오트론은 현재 200대 이상의 전기 화물 밴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새로운 설치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들의 엔지니어들은 정규적으로 도구와 장비 작동을 위해 E-트랜짓(E-Transit)의 프로파워(Pro-Power) 기능을 이용하여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 비디오트론에서 사용하는 포드 E-트랜스짓 전기 밴 (출처: 비디오트론)


V2L 기술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호주 남부에 있는 농장에서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우물이나 댐에서 가축을 위한 물을 끌어오거나, 전동 가위를 활용한 양털 다듬기, 전기 PTO(Power takeoff, 동력인출장치) 드라이브를 이용한 농기계 작동, 대형 전기톱용 배터리의 전원 공급 등을 할 수 있다.


즉, 전력을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작업환경에서 매우 큰 이점이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이동식 발전기(혹은 보통의 작은 소형 발전기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이 기기들은 오염 제어 기능이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기차를 통한 V2L 기술은 환경에 보탬이 되는 장점이 된다.


또한, 배터리 방전으로 도로 한 쪽에 차를 세우게 된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포드 F-150 라이트닝은 240V 30A의 전력을 제공한다. 이 전력으로 배터리가 방전된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면 10분~20분 정도 거리의 가장 가까운 충전기까지 이동하는 데에 필요한 전력이 확보된다.


위 사례만으로도 V2L 기술에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동식 전력원’으로 여러 사람에게 매력적인 포인트다. 차량 구매자, 특히 SUV 및 픽업트럭 차주에게는 더욱이 와 닿을 장점이다. 이 기술은 우리가 아직 생각지도 못한 그 밖의 다양한 용도에 대한 완벽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앱 개발자들이 바라보는 스마트폰의 가치처럼, 새롭게 진행 중인 혁신을 위한 출발점과 같다.

 

▲ 지난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 SK온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의 V2L기술을 소개하는 모습

 

어쩌면 음악 밴드에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는 것이 궁극의 활용법일 것이다. 최근, 포드社 최고경영자 짐 팔리(Jim Farley)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열린 밴드 ‘토라 토라(Tora Tora)’의 콘서트에서, F-150 라이트닝으로 정전 문제를 해결했다는 일화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그렇기에 이는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이 밴드가 무언가를 연주했다는 것이다.

나는 닐 핀(Neil Finn)*****과 그의 밴드 크라우디드 하우스(Crowded House)가 V2L 기술을 활용해 ‘Power with You’를 연주할 것을 제안한다. 로키산맥(Rockies)의 고산지대나 그랜드캐니언(Grand Canyon)처럼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연주한다면 완벽할 것이다. (우리 집 앞마당도 좋을 것 같지만 말이다.)

(*****)뉴질랜드의 싱어송라이터. 크라우디드 하우스와 스플릿 엔즈의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

V2L 기술의 잠재성을 입증하는 완벽한 방법이 될 것이며, 젊은 시절의 나에게는 분명 꿈과 같은 공연이 될 것이다. 공연장에 가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컨버터블 전기차를 구하는 것이다. 제네시스 X 컨버터블(Genesis X Convertible) 신차 모델이라면 거의 완벽한 선택일 것이다. 내가 그려왔던 꿈이 이루어질 것 같다.

 

▲ 제네시스 X 컨버터블 콘셉트카 (출처: 제네시스)


🎵🎵 어디를 가든 항상 파워를 가지고, ‘파워’와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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