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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해~油] 석유 고갈… 50년 전에도 앞으로 50년, 지금도 50년?
2024.05.10 | SKinno News
📌 팩트체크해~油
어린시절 ‘40~50년 후면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를 들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1970년대에도 1980년대에도 1990년대에도 그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 2024년은 1970년대로부터 50년 정도 지난 시기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40~50년, 아니 그 이상 석유가 충분히 남아있다고 얘기한다. 인류의 에너지원이자 가장 효율적 자원인 동시에 기후변화 위기의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는 석유! 팩트체크해~油가 석유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파헤친다.

 

[팩트체크해~油] 석유 고갈… 50년 전에도 앞으로 50년, 지금도 50년?

 

1980년,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교수 파울 에를리히(Paul R. Ehrlich)와 메릴랜드대 경제학과 교수 줄리언 사이먼(Julian Simon)이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에를리히가 “인구 과잉이 천연자원의 고갈 및 초대형 기근을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을 했는데 이에 대해 사이먼 교수는 “인간의 창의성과 혁신이 물리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해낼 것”이라고 반박하며 누구의 말이 맞을 지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다섯 가지(구리, 크롬, 니켈, 주석, 텅스텐)의 천연자원을 골랐다. 에를리히는 수요 증가로 해당 원자재들이 고갈 위기에 처함으로써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사이먼은 지구의 천연자원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풍부하고, 대체 물질을 찾을 수도 있어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예측했다.

 

10년의 가격그래프를 맞혀야 하는 이 세기의 대결은 결국 에를리히가 사이먼에게 약속한 금액을 송금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 다섯 가지 천연자원의 가격은 10년간 평균 60% 가까이 하락했다. 당시 30년을 겨우 넘길 것으로 추정됐던 전 세계 구리 매장량은 아직도 고갈되지 않았다.

 

당시 지표를 매장량으로 하고 품목을 석유로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이 역시 사이먼의 승리가 점쳐진다. 석유 역시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풍부한 곳에 숨어 있었고 인간의 기술은 그런 곳들까지 닿는 수준으로 진화해 갔으며 석유를 대체하는 물질 개발도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유가 유한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서 받아들여진다. 석유가 40~5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40~50년 전에도 들었지만 여전히 “얼마 남았대”라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은 우리가 에너지전환이라는 지향점과 석유시대라는 현재에 두 발을 동시에 딛고 있기 때문이다.

 

[팩트체크해~油] 석유 고갈… 50년 전에도 앞으로 50년, 지금도 50년?

 

석유고갈론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4년, 당시 미국 광산국은 10년 내 미국의 석유 매장량이 바닥날 것이라 말했으나 현실화되지 않았고, 그로부터 25년 뒤인 1939년, 미국 내무부는 13년간 사용할 석유만 남아있다고 재차 발표했다. 그러나 석유가 그 끝을 내보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석유가 곧 없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계속 존재했다.

 

석유고갈론은 1956년 미국의 지질학자 킹 허버트(Marion King Hubbert)가 1965년부터 1970년 사이의 미국 석유생산량을 추산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당시 허버트는 세계의 석유 생산이 이미 최고점에 도달했거나 곧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종 모양의 로지스틱 분포 곡선을 제시했다. 허버트는 석유 생산이 꾸준히 증가해 1970년대 초 석유 생산 정점(피크오일, Peak Oil)에 도달한 후, 줄어들다 결국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970년대 초에 ‘1차 석유 파동(oil crisis)’이 일어나며 허버트의 예측이 맞는 듯했지만, 그 이후 석유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후에도 석유고갈론을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1977년 지미 카터(Jimmy Carter) 미국 전 대통령은 “10년 안에 우리는 전 세계의 확인된 석유매장량을 모두 쓸 가능성이 있다”며 석유고갈론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르면 이미 고갈됐어야 할 석유는 모두가 알다시피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수백만 년에 걸쳐 생성되는 석유매장량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석유고갈 예측 시점이 매번 빗나갔던 이유는 기술의 진보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팩트체크해~油] 석유 고갈… 50년 전에도 앞으로 50년, 지금도 50년?

 

탐사 기술의 발전과 시추 기술의 향상으로, 과거에는 발견하지 못했거나 경제적 제약으로 채굴할 수 없었던 유전들에서 석유를 뽑아낼 수 있다. 일례로 심해 유전과 같이 과거에는 시추 비용이 아주 많이 들어 채굴이 어려웠던 유전들도 현재에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채굴이 가능해졌다. 또한, 분리·추출 기술의 발전으로 비전통자원에서 석유를 뽑아내게 돼 전체 석유매장량을 높이는 데 한몫 했다.

 

잠깐! 전통자원 VS 비전통자원
전통자원(Conventional resources)은 기존 방식으로 과거부터 생산해오던 석유, 가스 자원을 지칭한다. 반면 비전통자원(Unconventional resources)은 전통자원 외 천연자원을 통칭하는 것으로, 기존 화석연료 채굴 방식으로는 뽑아낼 수 없었지만 수평시추*, 수압파쇄** 등의 새로운 기술 개발로 채굴할 수 있는 자원을 말한다.
(*)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 수직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깊이까지만 수직으로 내려간 후 특정 각도로 비스듬히 뚫고 가는 방식
(**)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많은 양의 물과 모래, 소량의 화학품을 섞어 고압으로 셰일층에 주입해 지하 바위를 분해하는 방법

 

[팩트체크해~油] 석유 고갈… 50년 전에도 앞으로 50년, 지금도 50년?

 

대표적인 비전통자원으로는 셰일오일(Shale Oil)과 오일샌드(Oil Sands)가 있다. 셰일오일은 지하 약 3,000m에 존재하는 퇴적암의 한 종류인 셰일(Shale)층에서 뽑아낸 석유다. 2008년 미국의 조지 미첼(George Mitchell)이 수압파쇄 기술을 상용화하며 채굴되기 시작했다.

 

[팩트체크해~油] 석유 고갈… 50년 전에도 앞으로 50년, 지금도 50년?

 

수압파쇄 기술은 많은 양의 물과 모래, 소량의 화학품을 섞어 셰일층에 고압으로 분사해 바위를 부숴 석유와 가스를 분리해 내는 방법이다. 이전에는 깊고 단단한 셰일층에 있는 기름을 뽑아내기 어려웠지만 수압파쇄법 등의 혁신적인 채굴 기술을 시작으로 미국은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으로 등극했다. 이것이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가능케 한 그 유명한 ‘셰일혁명’이다.

 

또 다른 비전통자원인 오일샌드는 보통 액체 상태로 매장된 원유와는 다르게 점토나 모래에 석유가 함유된 것을 말한다. 오일샌드에서 석유를 뽑아내기 위해선 흙에서 원유를 추출 및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울러 오일샌드에서 채굴한 기름 특유의 높은 점성도를 낮춰줘야만 송유관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 과정이 꽤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이러한 이유로 방치돼 왔던 오일샌드는 2010년대 이후 대규모 분리 기술이 도입되며 생산량이 증가했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2002, 2006, 2018, 2021년에 발간한 ‘세계 에너지 통계 분석(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보고서에 따른 전 세계 원유 확인 매장량 추이

글로벌 메이저 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5년 7,700억 배럴이었던 석유매장량은 2010년, 2배 이상인 1조 6,369억 배럴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매장량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인 것이다.

 

이에 더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기술이 발전한 것도 석유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 한몫 했다. 대표적으로 휘발유, 경유, LPG 등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외에도 전기차 등 새로운 에너지원을 동력으로 쓰는 이동수단이 증가하고 있다.

 

[팩트체크해~油] 석유 고갈… 50년 전에도 앞으로 50년, 지금도 50년?

 

석유는 한정된 자원이므로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고갈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대체에너지의 발달로 석유의 고갈 시점을 섣불리 짐작하기는 어렵다.

 

먼 옛날,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사라진 게 아니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류는 돌 대신 더 효율적인 청동을 새로운 자원으로 쓰기 시작했다. 철기시대가 시작된 것도 인류가 철이라는 새로운 금속을 사용할 수 있게 발전해서다.

 

석유시대에 사는 지금도 우리는 포스트 오일(Post-oil)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석유가 고갈되기 전, 인류는 또 다른 대체 자원을 찾지 않을까?

 

[팩트체크해~油] 석유 고갈… 50년 전에도 앞으로 50년, 지금도 50년?

 

 

📑 팩트체크해~油 시리즈 모아보기_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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