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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해~油] “왜 나한테 그래?” – 공룡화석이 석유가 된 게 아니라고요?!
2024.02.02 | SKinno News

1859년 8월, 미국의 ‘에드윈 드레이크(Edwin Laurentine Drake)’ 대령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협곡에서 석유탐사에 성공한 이후 인류는 근대 석유산업의 시작을 맞이했다. 이후 석유가 인류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했는지는 굳이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석유가 없는 우리의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수많은 자원의 발견 및 기술의 발전을 이룩한 지금도 석유는 우리 사회에서 빠져선 안 될 중요한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있다면 석유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석유가 인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풍요로움을 선사한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석유는 인류의 삶과 가장 밀접한 문제로 꼽히는 기후변화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이로 인해 ‘석유의 세기’로 불린 20세기를 뒤로 하고 탈석유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를 접하는 건 이제는 아주 흔한 일이 돼 버렸다.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낸 주역이자, 기후변화위기를 가져온 존재라고 칭해지는 ‘블랙 골드(Black Gold)’, 석유. 그 양면성을 지닌 석유의 본모습을 파헤쳐 본다.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TV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가? 한반도를 뛰어다니는 공룡들의 생생한 모습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이 3부작은 2008년 방영 당시 EBS가 만든 역대 다큐멘터리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실제 한반도에 살았을 것이라 추정하는 공룡들을 보다 보면, 공룡이 죽으면 그 사체가 퇴적해 석유가 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석유는 화석연료(fossil fuels)의 일종이니, 공룡화석이 곧 석유가 된다는 내용은 꽤나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분명 이상한 점이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는 왜 석유가 나오지 않는 거지?!

 

 

공룡이 석유가 됐다는 얘기, 진짜일까? 만약 공룡이 정말 석유가 된다면 한반도의 수많은 공룡은 왜 석유를 남기지 않은 걸까?

 

 

공룡화석이 석유로 변했다는 가설은, 중생대 지층에서 석유가 주로 발견됐다는 사실이나 유기체와 탄화수소와의 연관성 등에 힘입어 꽤 오랜 기간 지지를 받았다. 1900년대 미국의 유명 석유회사가 공룡 캐릭터인 기업 로고 등을 앞세워 마케팅에 활용한 것도 한몫했다.

 

현재 학계에서 다뤄지는 석유 생성 기원설은 동식물이 죽은 뒤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퇴적층이 만들어진 후 고온/고압을 받아 생겨났다는 ‘유기기원설’과 지구 내부의 금속 탄화물 등이 지구의 열과 압력에 반응해 만들어졌다는 ‘무기기원설’, 그리고 스스로 생겨난다는 ‘자연발생설’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유기기원설’이다. 해양 생물이 죽어 물아래로 가라앉으면, 공기와 차단된 상태로 퇴적물과 함께 땅 속에 묻히게 되는데, 이때 오랜 시간에 걸쳐 높은 온도 및 압력을 받아 석유가 된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보통 공룡을 비롯한 육상동물의 사체는 쉽게 공기에 노출되고 부패된다. 육상에서 살아가던 공룡들이 죽자마자 산소와 차단된 채 지하로 묻히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룡화석이 곧 석유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할 만큼 석유가 풍부한 중동지역은 중생대 당시 바다였다. 바다에 번식하던 수많은 플랑크톤, 미생물 등 해양생물이 죽으면 산소가 거의 없는 깊은 해저에 가라앉는다. 그 위로 오랜 시간에 걸쳐 유기물이 쌓이고 겹쳐지며 온도와 압력의 영향을 받아 석유가 생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유기물의 단백질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분인 질소나 황 등이 석유 속에 함유돼 있다는 점 역시 유기기원설을 뒷받침해 준다. 만약 무기기원설이나 자연발생설이 맞다면, 석유는 생물의 잔해로 형성된 에너지 자원인 ‘화석연료’ 범주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기원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지 언정 석유가 인류의 오늘날을 만들어 낸 가장 큰 견인차였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동수단의 연료이자 발전소나 제철소를 움직이게 하는 열 에너지의 공급원이기도 한 석유는, 전통부터 첨단까지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원료제공자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이처럼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일상 영역에서 석유를 활용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석유 무자원 국가다. 그러나 그동안 쌓였던 공룡의 억울함을 이제는 풀어줘야만 한다. 공룡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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