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 프랑스 예술가들은 「2000년에는(En L’An 2000)」이라는 연작 삽화에서 ‘전기 기차(Electric Train)’, ‘자동 롤러 신발(Auto Rollers)’ 등을 통해 100년 뒤 미래의 모습을 붓으로 그려냈다. 프랑스에서 약 9,000km 떨어진 우리나라에서도 1965년, 공상과학만화가 이정문 화백이 당시 한 과학잡지에 발표한 만화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에서 전기차를 등장시켜 미래 이동수단을 묘사한 바 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래 모습을 그리던 이들은 ‘전기’를 활용한 이동수단을 꿈꿔 왔다.
| 과거 예술가들의 상상, 현실이 되다
현재에 이르러, 과거 예술가들의 예상대로 전기를 활용한 다양한 이동수단은 우리 일상에 빠질 수 없는 한 자리를 차지한다. 꿈을 현실화시킨 변화의 핵심은 바로 ‘전지’. 즉,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다. 전지적 배터리 시점은 이렇듯 배터리 변화를 가능케 한 기술의 발전과정은 물론, 배터리 발전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까지 조망해보고자 한다.
| 전지의 종류와 특징
‘전지’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가장 먼저 ‘건전지’를 떠올리곤 하겠지만, 사실 전지는 여러 종류로 나뉜다. 이는 기본 원리에 따라 크게 화학전지와 생물전지, 물리전지로 분류한다.
화학전지는 화학반응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장치를 말한다. 화학반응과 관련된 물질이 모두 전지 내 존재하며, 다시 1차전지(Primary battery)와 2차전지(Secondary battery), 연료전지(Fuel cell)로 분류할 수 있다.
1차전지는 일회용으로 방전이 되면 폐기하며 리모컨, 시계 등에 사용하는 알칼리망간 전지가 대표적이다. 2차전지는 방전된 후에도 충전해 재사용 가능해 충전지(Rechargeable battery)라고도 불린다. 휴대폰, 노트북, 자동차 등에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Lithium-ion battery)로 대표되며, 특히 전기차의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연료전지는 연료와 산화제를 전기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일반적인 화학전지와 달리, 연료전지는 연료와 산소를 지속 공급해 줘야만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
생물전지는 효소와 미생물 등의 생물화학반응을 이용해 발전하는 장치다. 물리전지는 빛이나 열, 원자력 등을 전기로 변환하는 것으로 햇빛을 받아 직접 전기를 발생시키는 태양전지, 방사선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원자력전지 등이 있다.
| 전지의 발전과 역사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전압의 단위인 볼트(V)가 사람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해외여행을 가기 전, 우리가 꼭 확인하는 것 중 하나! 바로 해당 국가의 전압 단위인 ‘볼트(V)’다. 너무도 익숙한 이 볼트는 어디에서 유래된 걸까?
1800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는 세계 최초의 현대식 전지이자 화학 전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볼타(Volta)전지를 발명했다. 그는 구리와 아연 원판을 교대로 쌓고 묽은 황산에 적신 천 조각을 끼워 전기를 발생시켰다. 서로 다른 두 금속판과 전해질 용액의 반응으로 지속해서 흐르는 전류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인류가 정전기 수준에서 벗어나 흐르는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역사적인 사건으로, 이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 전압의 단위를 ‘볼트’라고 명명하게 됐다.
⚡전자기 유도 실험, 전류를 발견하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는 ‘자석이 움직이면 전기장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졌고, 1831년 코일 두 개를 나란히 두고 한 코일에 전류를 흘리는 실험을 통해 전자기 유도 현상을 발견했다.
패러데이의 전자기 회전 장치는 양쪽 컵에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수은을 담는다. 왼쪽에는 자석을 컵 아래에 묶고 도선을 고정시키고, 오른쪽은 도선을 위에 매달고 자석을 컵에 고정시킨다. 양 컵 속의 수은을 전지의 양극에 연결하면 왼쪽의 자석과 오른쪽의 도선이 회전하게 된다. 이 전자기 유도 실험은 자기장이 전류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후 전기 문명을 구축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니엘전지, 볼타전지를 뛰어넘는 발명
이후 1836년, 영국의 화학자 존 프레데릭 다니엘(John Frederic Daniell)은 볼타전지에서 수소 기체가 발생해 전압이 떨어지는 분극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다니엘전지를 발명했다. 황산아연(ZnSO4) 수용액에 아연 전극을, 황산구리(CuSO4) 수용액에 구리 전극을 각각 넣고 염다리*로 연결한 다니엘 전지는 당시의 통신 기기 등에 안정적인 전류 공급을 가능하게 했다.
(*) 염다리(Salt bridge): 양이온과 음이온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주는 길(道). 염다리에는 염화칼륨(KCI)이나 질산칼륨(KNO₃)이 들어 있어 (-) 극에서 양이온 증가 시 염다리의 질산 이온이 이동하고, (+) 극에서 음이온 증가 시 염다리의 칼륨 이온이 이동해 이온의 균형을 맞춘다.
이처럼 수많은 과정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2차전지에 이르렀다. 과거의 기술들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의 노력을 통해 발전해 온 결과다.
한편, 세계 최초의 2차전지는 볼타전지가 발명된 후 59년이 지나 등장했다. 185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Gaston Plante)가 발명한 납 축전지는 최초의 2차전지였다. 이후 발전을 거듭한 2차전지는 크게 니켈계, 리튬계로 나눌 수 있으며 오늘날에는 리튬계 2차전지가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튬이온전지(리튬이온배터리)는 다른 2차전지보다 더 가벼운 것은 물론, 부피가 작지만 에너지 밀도는 높아 각광받는다.
지금까지 배터리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살펴봤다. 이어지는 2편에선 모바일 혁명과 전기차 시대를 가져온 획기적인 발명품, 2차전지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2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요소부터 형태에 따른 분류 및 적용 사례까지, 다음 편에서 확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