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기고] 주류 전기차 구매층의 핵심 고려 요소, 충전 인프라 – “충전할 곳이 없다면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
2022.11.10 | 비전 모빌리티(Vision Mobility) 수석 컨설턴트, 제임스 카터(James Carter)

 

자동사 회사의 임원인 지인이 내게 “전기차(EV) 생태계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것은 차량보다는 IT IS(It’s the Infrastructure, Stupid – 문제는 인프라야, 바보야) 문제”라고 말했다. IT IS는 1992년, 당시 빌 클린턴(Bill Clinton)의 대선 캠페인 슬로건인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해선 훌륭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특히, 전기차 구매가 이제는 얼리어답터에서 주류인 일반 대중으로 즉,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인내심이 없는 구매층으로 옮겨감에 따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구매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이것은 고전 난제인 닭과 달걀의 문제다. 어느 것이 먼저인가? 전기차? 아니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

 

10여년 전 테슬라(Tesla)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와 전기차 둘 다’라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테슬라의 성공을 위해선 고객이 휘발유(gasoline) 또는 경유(diesel) 차량과 같은 유연성(flexibility)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편리하고 안정적인 충전소의 위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리하여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Supercharger network)는 전기차 충전소의 업계 표준(Gold standard)이 됐다.

 

▲ 2022년 북미 지역 내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 현황 –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다른 기업들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류에 뛰어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통신(communication)이다. 충전이 필요한 다양한 차량을 보유한 여러 충전 인프라 기업으로 인해 플랫폼 간의 통신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종종 어설픈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결제를 위한 여러 개의 앱(App.)이 생겨났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큰 골칫거리였다.

 

충전기가 실제로 작동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미국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ley)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만(San Francisco Bay) 지역에서 테스트한 전기차 충전기 4분의 1 이상이 작동하지 않는 걸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와 전기차를 이용하는 지인들에 따르면 이런 경험은 흔한 일이다. 문제는 전기차 충전기, 특히 DC 고속 충전기(DC fast chargers)의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충전기가 마모되거나 반달리즘(vandalism)*으로 인해 파손이 일어나기도 하며 이는 비용을 발생시키는데, 많은 기업이 그걸 굳이 수리하려 하지 않는다.

(*) 반달리즘(vandalism) : 무지로 인해 문화나 공공예술을 파괴하는 행위나 경향을 말함 – 출처 : 시사상식사전

 

캐나다의 BC 하이드로(BC Hydro)의 정책은 매우 다르다. 전기차 충전은 필수 서비스로 간주돼 24시간 내 충전기에 발생한 문제를 평가하고 처리한다. 쉽게 수리할 수 없는 경우, 충전기는 회사가 보유한 여분의 충전기(spare)로 교체되며, 고장난 충전기는 다시 수리 시설로 보내진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BC 하이드로만큼 성실한(diligent) 것은 아니다. 영국에선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의 가동(운영) 시간이 99%여야 한다는 의무화 조치를 취해야 했다. 즉, 1년에 3일 동안만 가동이 불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수 서비스(essential service)’로서의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이러한 유형의 조치는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 운전자는 충전기에 의존해 차량을 충전하는데, 고장난 충전기를 발견하는 건 전기차 구매자를 좌초에 빠뜨릴 수 있는 가혹한 경험이다.

 

공공 충전 외에도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분야는 아파트 및 콘도 빌딩이다. 일반적으로 충전기를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주택에 사는 사람들과 비교할 때, 다세대 건물의 거주자는 전기차 보유로 인한 더 많은 문제를 갖게 된다.

 

대부분의 자료에 따르면, 모든 전기차 충전의 80~90%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이뤄지는만큼 가정용 충전은 중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구매자에게 집에서 쉽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는 건 전기차 또는 내연기관 엔진(IC engine) 탑재 차량을 선택하게 하는 차이를 만든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McKinsey)는 현재 운행되는 전체 차량 중 전기차의 성장세와 더불어 2030년까지의 충전기 시장 전망을 다음과 같이 내다봤다.

 

▲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2030년 누적 전기차 충전기 수요 전망 – 출처 : 맥킨지 홈페이지

 

많은 지역에서 신축 아파트 건물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의무화를 위한 신규 법률을 도입하고 있지만, 기존에 지어진 건물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울 수 있다. 전기차 도입 초기 단계에선 관리형 충전 시스템이 건물의 공급 제약 내에서 수요와의 균형을 맞추는 데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점점 더 많은 차량이 전기차로 바뀌면서 이 시스템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대규모 전기 설비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것이고, 이는 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행히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이러한 격차를 메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스파크차지(SparkCharge)라는 스타트업이 야간에 주차한 곳 어디서든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이동식 배터리를 선보였다. 당신(전기차 이용자)이 전기차 충전기까지 운전해서 가는 대신에, 충전기가 당신에게 오는 것이다.

 

또 다른 솔루션을 제시한 기업은 영국의 주모 차지(Zumo Charge)다. 이 회사는 주서(Juicer)라고 불리는 스쿠터가 차량을 픽업해 가장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에 연결해 준다. 그런 다음 충전이 완료되면 차량을 다시 가져다준다.

 

두 가지 솔루션 모두 혁신적이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절감되지만, 수작업(인력)과 복잡한 물류 체계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차선책일 수밖에 없다.

 

다른 새로운 충전 아이디어들도 있다. 한 가지 예로 전기 노면 시스템을 들 수 있는데, 주행 시 전도성 스트립(a conductive strip)이나 오버헤드 라인(overhead line), 또는 도로에 내장된 충전 패드를 통해 무선 방식으로 차량이 움직이는 상태에서 충전한다. 현재까지 짧은 데모 시스템(demonstration systems)만 공개됐으며, 양산 차량에 이 기술을 적용한 OEM社는 아직 없다.

 

흥미로운 신기술의 또 다른 예는 배터리 스와핑(battery swapping)으로, 차량을 충전하기 위해 정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대만에서는 소형 휴대용 배터리가 탑재된 고고로 스쿠터(Gogoro moped scooters)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로의 전환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현재까지 중국의 OEM社인 니오(Nio)만이 이 기술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이러한 시스템은 아직 인프라 보편화(ubiquity)로까지 발전되지는 않았으며, 도로 위 대부분의 전기차와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부족으로 시장에서 발전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가 틈새 시장을 채울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플러그 타입의 지루하고 표준적인 충전 인프라가 일괄적으로 출시될 것이다.

 

좋은 소식은 전 세계 정부가 기후친화적인 전기차 출시를 지원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이산화탄소나 스모그 배출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므로, 광범위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전기차 구매 장벽을 부숴야 하는 공통의 의무를 가진다.

 

▲ 2030년 전기차 시장에선 건물 내 5천 5백만 대 이상의 충전기가 필요하며, 연간 525TWh(테라와트시) 이상의 전기가 소모될 것으로 예상 – 출처 : 맥킨지 홈페이지

 

실제로 일부 국가의 정부가 설정한 목표는 상당히 놀랍다. 2030년까지 EU(유럽연합)은 3백만 개의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독일만 해도 1백만 개의 충전기 설치를 계획 중이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50만 개의 거대한 DCFC 충전기(교류형 고속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국 정부도 수익성을 가진 사업이 되기 어려운 분야에 특별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인프라에 더 긴 투자금 상환 기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시의회가 임대용 콘도 건물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충전기는 시에서 소유하며, 충전기 사용으로 발생한 수익금은 장기 분할 상환 기간 동안 충전 인프라 설치 비용을 상환하는 데 사용된다.

 

또 다른 예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소법(Inflation Reduction Act)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75억 달러(한화 약 10조 6천 5백억원)를 투입할 것을 명시했다. 여기에는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지역의 충전 지원뿐만 아니라, 중장비 차량과 같이 새로운 분야에 전기차를 도입할 수 있는 자금 지원 방안도 포함된다.

 

앞선 사례와 같이 각국 정부가 전기차 충전을 지원하고자 대대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IT IS’ 문제를 해결하고, 전기차로의 전환이 최대한 원활하고 빠르게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돌파구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자신 있게 “차를 가져와!”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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