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고체 배터리가 자동차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2022.07.27

 

“배터리의 시대가 태동하다”

 

비전모빌리티(Vision Mobility)는 2020년대를 배터리의 시대라고 일컬어 왔다. 현재 배터리는 자동차, 전기 그리드, 가정용 전력 저장 장치, 산업용 차량을 비롯해 불과 10년 전만 해도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한, 배터리의 미래에 관해서도 다양한 담론이 오가고 있다. 냉소적인 시각을 지닌 일부 사람들이 하는 “휴대폰에 배터리가 사용되지 않았더라면 자동차에 배터리가 탑재되는 시점이 한참 뒤로 미뤄졌을 것”이라는 말은 어떤 측면에선 유효할 수 있으나, 현실은 보기보다 훨씬 복잡하다.

 

현재 배터리는 응용 분야에 초점을 맞춘, 폭넓고 다각화된 형태로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두루 통용되는 만능 배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너지 밀도, 충·방전율(C-rate), 안전성, 사이클 수명(Cycle life) 및 각 설계에 의해 균형을 이루고 최적화된 기타 요인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다양한 옵션이 등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휴대폰에 최적인 배터리가 자동차에 최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은 최근 포드, BMW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인 美 솔리드파워(Solid Power)에 투자했다. 솔리드파워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존 제이콥(Jon Jacobs)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와 비교해 크게 3가지 장점을 가졌으며, 이를 ‘다리 3개 의자(3-legged stool)’의 가치 명제(Value proposition)라고 부른다. 에너지 밀도, 안전성, 캘린더 수명(Calendar life)이 그것이며, 그중 캘린더 수명은 비용을 절감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요소가 된다.

 

첫 번째 장점은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가 셀 사이에 두꺼운 분리막을 필요로 하는 것과는 달리, 고체 전해질층 사이에 단락(Short circuit)이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아주 얇은 분리막만을 필요로 한다. 셀 하나당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차이일지라도, 자동차 배터리 팩과 같이 수천 개의 셀이 모여 있다면 큰 차이를 만든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전고체 배터리에 실리콘 함량이 더 높은 음극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흑연 음극재 대비 훨씬 높은 에너지 밀도(최대 10배)를 가지지만, 액체 전해질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는 성능 저하(Degradation)가 발생한다. 액체 전해질 배터리의 실리콘 함량은 10~15% 수준이지만,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면 이를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띠게 된다.

 

요컨대 전고체 배터리는 저장 용량 측면에 있어 킬로와트(kW)당 통상적인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비 크기 및 무게를 1/3~1/2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 전고체 배터리 설명(위 이미지의 모든 저작권은 SK이노베이션 및 SK온에 있으며, 해당 이미지는 재가공이 불가함)

 

두 번째 장점은 안전성이다.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 대비 반응성이 낮기 때문에 열을 적게 축적하고 열 폭주의 가능성이 낮다. 배터리에 천공(구멍)이 발생한 경우, 액체 전해질 기반의 배터리에는 단락이 일어나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일반적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천공이 발생한 대부분의 전고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혁신적인 안전성을 보여준다.

 

세 번째 장점은 캘린더 수명이 길고 셀 냉각 시스템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액체 전해질 기반의 셀을 열에 노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배터리가 설계된 작동 매개변수를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활성 액체 냉각 시스템(Active liquid cooling system)과 같은 열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훨씬 적기 때문에 고가의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하드웨어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에도 몇 가지 단점은 존재한다. 첫 번째는 C-rate다.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전력을 생성하는 최대 전기 속도를 의미하는 이 수치가 전고체 배터리는 NCM 화학 배터리에 비해 감소한다. 즉, 전고체 배터리는 주어진 크기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보유할 수는 있으나, 전력을 빠른 속도로 충전하거나 소모하는 성능은 낮다는 뜻이다.

 

두 번째 단점은 사이클 수명이다. 이는 최대 충전 용량의 비율이 사전에 설정한 수준(일반적으로 신품 기준 70~80%)으로 떨어질 때까지 배터리가 처리할 수 있는 충전 및 방전 횟수를 의미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사이클 수명이 NCM 배터리 대비 낮은 경향을 보이며, LFP(리튬/철/인산) 배터리와 비교할 경우 상당히 낮다. 그러나 모든 배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떨어지는 캘린더 저하(Calendar degradation)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내열성이 훨씬 우수하므로, 더운 지역에서 더욱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온이 영하 20ºC까지 떨어지는 캐나다에선 NCM 배터리가 트럭용으로 더 적합하고, 여름에 종종 기온이 40ºC를 넘어서는 호주에선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전고체 배터리는 무게, 부피, 안전성을 중시하는 분야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다. 항공기 및 드론 제조 분야가 특히 그렇다.

 

그러나 사람들이 매일 운전하는 트럭과 경량 차량도 줄어든 무게와 부피, 그리고 열 폭주 저항성 측면에서 크게 개선된 안전성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포드, BMW 등의 OEM업체들이 솔리드파워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투자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솔리드파워는 다양한 차량 활용 사례에 맞춘 여러가지 배터리 옵션을 제공하며, 이는 수많은 종류의 모델을 생산하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있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한다.

 

더불어 흥미롭게도 솔리드파워가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하면서 취한 상업화 전략 또한 큰 의미를 갖는다. 솔리드파워는 그들이 작은 회사라는 것을 깨달았고, 세계적인 대형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벌이는 생산 경쟁에서 항상 불리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솔리드파워 CMO 존 제이콥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단일 셀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부터 대형 전기차 배터리를 성공적으로 시연하는 것, 그리고 경쟁력 있으며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까지 확장하는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솔리드파워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배터리 업체가 이미 도입한 생산 공정을 활용하는 ‘제조 용이성(Easy manufacturability)’이라는 전략을 채택했다. 연구 개발 단계에서부터 SK온과 협력해 온 솔리드파워는 현재 파일럿 공장 가동을 시작했으며, 2022년 말까지 OEM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솔리드파워는 본인들의 ‘비법 소스’인 ‘전해질용 황화물’ 공급을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로 자리잡고, SK온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그들의 상업적 규모를 활용해 생산을 확대하고 배터리를 시장에 출시하게 된다. 솔리드파워의 입장에선, 본인들이 보유한 심도 있는 지적 자산을 활용할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거대 기업과 경쟁할 필요성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전고체 배터리가 양산 차량에 탑재되는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모델별로 다르다”이다. 무게 감소와 연비가 우선순위인 하이엔드 차량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에는 OEM업체에서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주류 차량에도 장착될 것이다. 최대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높은 충·방전율(high C-rate)을 필요로 하는 고성능 스포츠카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NCM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전망은 여기까지며, 내가 아는 한 가지 확실한 건 빠른 속도의 배터리 개발과 진보가 2020년대에 걸쳐 배터리 업계에서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는 사이클 수명과 최대 충·방전율이 크게 향상될 것이며, NCM 배터리 또한 안전성 및 가격경쟁력이 개선돼 새로운 산업에서의 배터리의 활용 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 배터리는 앞으로 10년 동안 더 많은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며, 그 일부는 인류의 미래에 기여할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다.

 

글 | James Carter
캐나다 컨설팅 업체 Vision Mobility 수석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