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기고] 전기차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2022.04.13 | SKinno News

▲ (좌) SK온이 지난 3월 17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인터배터리 2022’에서 선보인 SK온의 초고성능 배터리를 탑재한 페라리(Ferrari) 최초의 플러그드 인 하이브리드 모델 ‘SF90 스파이더’ / (우) SK온이 ‘인터배터리 2022’에서 선보인 SK온 전기차 배터리가 탑재된 제네시스(Genesis)의 ‘GV60’

 

필자는 방송에 많이 출연하다 보니 자동차 관련 주제에 대한 원고가 제법 많이 쌓여 있다. 칼럼 요청이 들어오면, 기존에 사용했던 라디오나 TV 방송 원고에서 유사한 주제를 찾아서 최근 이슈로 떠오른 부분을 도입부에 언급하기만 해도 칼럼이 완성된다. 그런데 전기차 분야는 기존의 공식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바로 작년에 진행했던 미래차 특강자료나 방송원고가 이미 녹슨 칼이 되어 있는 것이다. 전기차 분야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방향성이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에서 우려와 가슴 설렘을 함께 느끼고 있다.

 

친환경차 분야에서는 독일의 유력 일간지가 인정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가 독일에 비해 앞서 있다는 분석이다. 친환경차라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대변되는데, 전기차의 경우 원천기술보다는 상품성에서, 수소전기차의 경우는 세계 최초 양산이라는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희망적이다.

 

작년에 IT업계의 선두주자인 애플이 자율주행차를 만든다는 뉴스에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제 전기자동차를 어떤 산업 분야로 분류해야 하는지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최근에는 소니 등 일본 가전회사가 전기차 출시를 공언하고 있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첨단 안전장치가 부착된 차량의 경우, 전자 부품의 비중이 이미 35%를 넘어섰고, 전기차의 경우는 배터리 가격만 30~40%를 차지한다. 조만간 자동차에서 전자 부품의 원가 비중은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전자제품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고,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와 비교해서 전기차만을 생산하겠다는 회사들의 투자가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게 책정되고 있다.

 

우선 테슬라(Tesla)의 시가총액이 8,520억 달러(한화 약 1천 9조 원)다. 토요타(TOYOTA)는 2,160억 달러(한화 약 264조 원)고 폭스바겐(Volkswagen)은 919억 달러(한화 약 112조 원), 그리고 포드(Ford)는 642억 달러(한화 약 78조 원)다. 비교하기 위해 설명을 하자면, 테슬라는 연간 50만 대 정도의 전기차를 팔고 있고, 토요타는 1,000만 대 넘게 팔아 테슬라의 20배 이상을 전 세계에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시가총액은 테슬라가 토요타의 4배를 기록하고 있다.

 

리비안(RIVN)은 2009년 설립된 회사로 픽업트럭을 전기트럭으로 만드는 분야에 경쟁력이 있다. 아마존에 전기밴 10만 대 공급계약을 맺었으나 2030년까지 납품해야 완료가 가능할 정도로 생산성이 떨어진다. 현재 하루 평균 1.5대 생산하는 정도다. 그런데 작년에 상장하자마자 첫날 29%, 6일 뒤에는 두 배 이상으로 주가가 뛰어올라 테슬라, 토요타 다음인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생산성과 상품성에 대한 우려를 가진 투자자들로 인해 하루만에 15% 급락해 시가총액 순위 5위를 기록했다. 문제는 매출 발생은 적으나 현재까지 지속적인 투자만을 요구하는 리비안의 시가총액이 1,290억 달러(한화 약 157조 원)라는 것이다.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미래차 즉, 전기차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는 것이다.

 

포드마저도 전기차 사업부를 내연기관 사업부와 분리하기로 발표하고 있다. 독립시킨 후에 전기차 사업 분야에 대한 객관적 가치 평가를 투자자들로부터 받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배터리 회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 SK온은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뒤,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술개발 외에도 기업가치 평가 향상을 위해 많은 것을 고민하고 있다.

 

테슬라가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주행거리에 있었다. 초창기 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50km 미만으로 시내 출퇴근에 적합한 정도였고, 배터리 가격이나 효율성을 고려하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테슬라는 소수의견을 받들어 주행거리를 무기로 차량 출시를 예고하고, 계약만으로 공장을 세울 만큼 판매수익을 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테슬라 덕분에 대부분의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km를 넘어서도록 상향 표준화된 것은 좋게 생각하면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 회사 입장에서는 파이(π)가 커질수록 좋아할 일인지 판단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갖는 경쟁력이 기술의 경쟁력을 추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내재화와 더불어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안정성과 저온성능 저하 문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무게가 무겁고 충전 시간이 길다. 무게로 인해 승차감도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단점들을 한 번에 해결해 줄 신기술로 주목받는 것이 전고체 배터리다.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는 액체전해질 기반이라서, 전해액*의 누액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형태를 자유로이 변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또한 액체 전해질의 응집 또는 기화로 인해 작동 온도 범위가 좁다.

(*) 전해액(Electrolyte): 전기 분해를 음극과 양극의 격막을 이용해 실시하는 경우, 음극과 양극의 전기화학 반응이 원활하도록 리튬(Li) 이온 이동이 일어나게 하는 매개체

 

이에 반해 전고체 배터리는 비폭발성, 비발화성 등 좋은 안전성을 보장하며 간단한 조립과정과 더불어, 배터리 파손이나 절단에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한 특성이 있다. 또한 전해액의 누액 문제가 없으며 분리막과의 복합 전해질을 형성하면 전지의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50%의 무게와 부피로 현재 수준의 성능과 주행거리가 보장된다. 제작 공정도 쉽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액체 전해질 대비 이온전도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경쟁력 평가 기준으로는 자원, 기술력, 시장 및 규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한 환경이며, 시장 규모도 인구 수와 국토 면적이 작다. 중국은 내수시장 규모가 대한민국의 27개국 수출 효과와 맞먹는다. 남는 것은 기술력과 규제 두 가지다. 예전에는 우수한 기술로 제작한 제품이면 수출이 용이했지만, 최근에는 제작된 시스템과 플랫폼 운영을 함께 실증차원에서 검증해야 한다.

 

결국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국내에서 각종 신기술이 검증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수소전기차 개발이 1년 늦은 일본이, 각종 규제 완화와 정부의 지원으로 오히려 수소전기차 기술에서 앞서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의 기술경쟁에서 일본은 빠르면 2025년 양산을 호언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민간기업 및 공공연구소의 협업을 통해 이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미래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언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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