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기고] 사막에서 발견한 숲
2022.01.08 | 안아람

▲ ‘CES 2022’ SK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Green Forest Pavilion)에서 넷제로(Net Zero)를 향한 SK의 9개의 여정(9 Journey)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ㆍ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2’에 SK가 처음으로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공통 주제로 전시관을 꾸린다고 했을 때 궁금증이 앞섰다.

 

넷제로(Net Zero) 이행을 향한 ‘여정’에 ‘동행’하는, “탄소 없는 삶, 그 길을 당신과 함께 걸어갈 동반자 SK”라는 의미라고 했다. 인류애를 발휘해 인간들이 함께 살아갈 세계를 위해 탄소중립을 추구하겠다는 말인지는 알겠는데,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할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州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의 SK 전시관이 멀리 보일 때까지도 말이다.

 

SK 전시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 세계의 최첨단 기술을 동원한 과학적 결과물들이 모인 곳에 다가오는 녹색 공간은 이질적이었지만, 녹색이 가져다주는 원시적 편안함은 받아들였다. ‘숲’은 SK주식회사,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E&S, SK에코플랜트 등 SK 계열사가 힘을 합쳐 조성한 것이라 했다. 나무와 푸른 잎들이 얽힌 것이 실화인가 싶어 만져보기도 했지만 나중에 CES 규정상 생화나 생물을 들이는 건 안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숲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Green Forest Pavilion)이라고 부른단다. SK가 오랜 기간 가꾼 충북 충주 인등산의 자작나무를 모티프로 했다는 녹색 숲은 그린 애비뉴, 생명의 나무, 내일로 가는 발걸음, 그린 플레이그라운드 등 4개의 구역으로 나뉘었다. SK 계열사들의 친환경 기술이 닦은 길을 따라 걸어가면 아낌없이 생명을 나눠주는 나무를 키울 수 있게 되고, 결국 그것이 미래 인류를 위한 길이 될 것이라는 일종의 로드맵이리라.

 

시작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이 열었다. SK온이 2019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NCM9(니켈 비중이 약 90%에 이르는 현존하는 최고의 리튬이온배터리)가 보였다. 이 배터리는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될 예정인데, 2030년 기준으로 내연기관 대비 62%인 약 420만 톤의 탄소 저감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CES는 NCM9의 가치를 인정, 두 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안겼다. 차세대 이동 수단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를 앞세운 건 SK 로드맵의 첫 걸음을 SK이노베이션이 내디딘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 ‘CES 2022’에 참가한 SK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의 1구역 그린 애비뉴(Green Avenue)의 청정(Clean) 섹션에서 소개된 SK의 배터리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

 

SK의 녹색길은 이산화탄소 등 유해한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SK E&S의 수소연료전지 파워팩, 재생에너지로 만들어 낸 수소를 친환경 분산에너지로 쓰는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 담긴 ‘넷제로 시티(Net Zero City)’, 환경보호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은 전기차의 일상화를 위한 SK 시그넷의 350kW(킬로와트)급 초고속 충전기, 생산 공정 및 개발/포장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적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 그리고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데이터 처리용량을 1.5배 늘린 SK텔레콤의 비메모리 반도체(AI 반도체 사피온)가 이어갔다.

 

녹색길을 지나치니 생명의 나무가 나타났다. 그 울창함에 관람객들은 너도나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주변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생태계 ▲수소의 생산ㆍ사용ㆍ유통 전반을 거친 수소 생태계 ▲재생에너지 ESS와 같은 그린(Green) 에너지 생태계 ▲도시유전이나 친환경 생분해 소재 등을 개발하는 플라스틱 생태계 ▲AI 반도체나 저전력 반도체를 생산하는 친환경 반도체 생태계 ▲폐기물ㆍ수처리 등의 클린 솔루션 생태계 ▲탄소를 포집ㆍ저장하는 CCUS 생태계 ▲메타버스, 대체육과 같이 의식주 생활 속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제품 서비스인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 생태계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생명의 나무 줄기를 하나하나 살펴본 뒤에는 동남아시아의 맹그로브 숲을 살리기 위해 기부 형식을 빌어 미래 세대를 위해 환경을 살리는 ‘미래로 가는 길’을 걸었다. 이렇게 SK와 동행한 20여 분의 짧지만, 인류의 미래라는 긴 시간으로 이어지는 여정이 끝났다.

 

CES에서 계열사 별로 개별적으로 전시관을 운영했던 것과 달리, 계열사들이 모여 SK라는 틀 안에서 ‘카본 투 그린’이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협업한 것은 신선했다. 개별 회사들이 가진 첨단 기술을 보여주기에 급급하지 않고, 각 기술들이 얼마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지 총체적인 그림을 그린 것도 고무적이다.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을 하겠다는 SK그룹 구성원 전체의 목소리로 구성된 화음으로 받아들여졌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가지가 부러져도 나무는 언제나 묵묵히 생명을 이어간다. 미래 세대 생명의 나무를 아름드리 키우기 위해 SK가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히 노력을 이어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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