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물원이야, 전시관이야.” – CES 2022 SK 전시관 참관기
2022.01.08

▲ ‘CES 2022’의 SK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의 2구역 ‘생명의 나무’를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은은하게 녹색이 느껴지는 벽면. 여기에 가득 차 있는 나무.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 홀에 자리 잡은 SK 전시관은 주변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전시관과 확연히 달랐다. ‘SK’라는 글자가 보이지 않았다면 SK의 전시관이라고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였다.

 

SK그룹은 CES 2022에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E&S, SK에코플랜트, SK(주) 등과 함께 920㎡ 규모의 공동 전시 부스를 마련했다. 전시관의 이름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Green Forest Pavilion). 나무가 가득한 아파트 단지가 떠올랐다. SK를 모르는 외국인이 봤다면 “식물원을 운영하는 기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을 듯하다.

 

CES 2022가 개막한 5일 오전,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을 한 바퀴 돈 뒤 입장을 위해 줄을 섰다. 개막한 지 불과 몇 시간 되지 않았지만 SK 전시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참을 기다려 헤드셋을 받은 뒤 다른 관람객들과 한 그룹을 이뤄 전시관 투어를 시작했다. 대체 왜, SK는 나무가 가득한 아파트 단지를 떠올리는 전시관을 만들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첫 목적지는 ‘그린 애비뉴(Green Avenue)’ 구역. 이곳에서는 SK그룹 계열사들이 만든 서로 다른 친환경 제품들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SK온이 개발해 상용화한 배터리가 눈에 띄었다.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90%로 끌어올린 배터리는 주행거리가 긴 만큼 같은 거리를 이동하는 내연기관 대비 탄소배출 감축이 가능하다. 이어서 분리막과 동박, 전기차용 윤활유가 반겼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은 튼튼하면서도 열에 잘 견딜 수 있다. 그만큼 배터리 성능을 높여준다.

 

▲ ‘CES 2022’ SK 전시관 중 ‘그린 애비뉴(Green Avenue)’ 구역을 체험 중인 관람객들

 

2030년까지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분리막 사업을 통해서 417만 톤, 배터리 재활용 관련 서비스 사업에서 136만 톤,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서 500만 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사업에서 약 50만 톤, 전기차용 윤활유 사업에서 1만 톤 등 약 1,100만 톤에 달하는 탄소를 감축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는 우리나라 국민 88만 명이 한 해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탄소배출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정유·화학 사업에서 대대적인 감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SK이노베이션 김준 부회장은 ‘카본에서 그린으로(Carbon to green)’라는 주제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유·화학 산업의 변화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탄소를 줄이려면 해당 사업을 매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이에 김준 부회장은 “기존 사업을 매각·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은 그대로 경쟁력을 유지하되 이들이 만드는 부정적 환경 영향을 축소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석유·화학 산업은 앞으로 꽤 오랜 시간 없어질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화학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해중합,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 추출 등의 기술을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연간 250만 톤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는 방식 등으로 탄소 감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린 애비뉴 구역을 지나자 정말 ‘식물원’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구역이 나타났다. 한 가운데 큰 나무가 놓여있고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벽에는 수많은 나무가 영상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곳에 전기차, 수소, 친환경 반도체와 같은 글씨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한참 둘러봤다. ‘셀카’가 잘 나오는 공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서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생명의 나무를 비롯해 벽에 투사된 나무 영상을 가만히 둘러보고 있었다. 이 아이콘을 캡처하면 탄소절감 효과가 스마트폰을 통해 AR로 표현된다.

 

관람 시작과 함께 받은 단말기를 전시품에 갖다 대면 ‘그린 포인트’를 적립해줬다. 이는 코인으로 전환 가능하며, 전시관을 나선 뒤 설치된 친환경 슬롯머신에서 다양한 경품과 교환이 가능했다. ‘바우처’를 얻으면 푸드트럭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푸드트럭에서는 ‘콩’으로 만든 소시지가 들어간 핫도그를 구매할 수 있다.

 

SK 전시관을 다녀왔지만 남은 것은 녹색과 나무였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했다. ‘SK그룹의 투자, 연구개발(R&D), 혹은 진행하고 있는 여러 경영활동의 중심에 친환경이 있다.’ 그린 포인트를 적립했다. 이 포인트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맹그로브 숲을 살리는데 기부된다.

글 | 원호섭
매일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