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기고] SK이노베이션의 생존 전략
2021.09.27 | 조재필 특훈교수

▲ SK이노베이션은 정관 일부 개정 및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이 9월 16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모두 승인됐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미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는 앞으로 연평균 40% 이상 급증할 것이라 전망했고, 이미 유럽과 중국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발표했다.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8월 4일,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의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에 따라서 오는 10월 신설 법인인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가 설립된다고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40GWh에서 2030년 50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향후 5년 동안 18조 원의 투자금이 필요한데 이는 배터리 사업이 분사를 통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수준이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내연기관차에서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배터리는 전기차 성능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럼 배터리의 성능은 무엇으로 결정될까? 중요한 결정요인들은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 수명, 배터리 가격, 충전 시간 등이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단가의 40%를 차지해서 가격 경쟁이 필연적인 흐름인 가운데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동일 가격대에서 타 업체 대비 한 단계 뛰어난 성능을 갖춘 제품을 내놓아 경쟁 우위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런 전략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자주 사용한 전략인데 SK이노베이션도 이런 전략을 사용 중이다. 그렇다면 SK이노베이션은 어느 정도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을까?

 

▲ 지난 6월, 코엑스에서 열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1’에서 ‘파우치형 배터리 경쟁력’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이존하 Battery개발센터장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지산업협회가 연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1’에서 SK이노베이션은 자사 배터리의 장점으로 안전성, 빠른 충전속도, 장거리 주행성능을 내세웠다. 이런 장점들이 구현되려면 양극, 음극 소재뿐만 아니라 이를 받쳐주는 안전성을 담보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바로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세라믹코팅분리막, 그리고 전극과 분리막을 조립하는 ‘Z폴딩’ 기술이 그것이다. 니켈(Ni) 함량을 올려도 문제되는 안전성을 잡을 수 있는 충분한 방패막들이 있는 셈이다. 주행거리의 확대는 니켈계 함량을 증가시키면서 안전성을 잡는 기술이 중요한데 아직 중국 업체들은 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판단된다.

(*) 세라믹코팅분리막(CCS) :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의 한 면이나 양면에 SK이노베이션의 정보전자소재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혼합무기물층을 보강한 제품으로, 배터리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내열성과 관통성능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

 

지난해에는 NCM9 1/2 1/2(니켈 90%, 코발트 5%, 망간 5%) 양극재를 채택한 배터리 개발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경쟁사들이 채택하는 니켈 함량이 낮은 조성 등을 섞어 사용하는 블렌딩 전략에서 탈피하여 단독 조성으로 개발을 진행하여 경쟁구도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인산철 양극재도 안전성은 높으나 에너지밀도(에너지밀도가 높을수록 주행거리는 길어짐)가 NCM소재의 1/3 수준이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현재 주로 쓰이는 리튬(Li)보다 싼 나트륨(Na) 이온 배터리로 가격을 반값으로 내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트륨이온전지는 에너지밀도가 리튬이온전지 대비 1/3이고, 나트륨 이온의 폭발성이 리튬 대비 몇 배가 높은 문제점 등으로 인해 실제 상용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SK이노베이션은 소재 내재화의 일환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 및 소재 기업과 공동 투자해 56만 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 합작 법인을 세웠다는 점이다. 또한 SK그룹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는 미국의 배터리 음극 소재 기업인 그룹14 테크놀로지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실리콘 음극재 생산에 나설 계획이고, ‘SKC’에 따르면 동박을 생산하는 자회사 ‘SK넥실리스’도 배터리 소재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즉, 전해액 빼고 모든 소재를 내재화하는 계획들이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특히, 음극 및 양극 소재들의 경우 차세대 원천소재 기술의 확보를 통한 양산화로 직결 시 분사 결정이 된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의 경쟁력은 배가 될 것이다.

 

상기와 같은 기술적 전략 선택과 및 소재 분야 투자의 결실은 지난 9월 1일, SNE리서치가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마침내 SK이노베이션이 누적 사용량 기준으로 삼성SDI를 처음으로 앞섰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배터리 사용량은 7.4GWh로 5위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점유율은 5.4%였다. 삼성SDI와 배터리 사용량 격차는 400MWh, 점유율 격차는 0.3% 포인트 가량인데, 전기차 6천여 대에 탑재할 분량의 배터리를 더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SDI와의 점유율 격차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사와 미국 및 유럽에서의 공격적인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킬로와트(KW) 당 배터리 가격이 현재의 2백 달러 대에서 1백 달러 대로 가면 내연기관차와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고 한다. 그래서 반값 배터리의 성패는 판매 물량을 늘려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누가 먼저 달성하느냐에 달렸다. 중국이 온갖 편법으로 자국 업체에 내수시장을 몰아 주는 반면에 SK이노베이션은 독자 기술력 및 소재 수직계열화를 통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 전투에서 승리하며 진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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