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완벽한 해저 배관 검사를 위해 자격증만 5개! – SK에너지 검사2 Unit 김평열 과장
2021.09.23 | SKinno News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는 No.2와 No.3 총 두 기의 부이(Buoy)를 운영하고 있다. ‘부이(Buoy)’는 부두에 접안(接岸)이 어려운 초대형 유조선(VLCC, Very Large Crude-Oil Carrier)이 주로 정박하는 해상 하역시설로, 해저 배관을 통해 원유를 원유저장지역 탱크(Tank)로 이송한다.

 

전 세계의 원유가 이 곳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 더 나아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이 시작되는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다.

 

▲ 부두에 접안(接岸)이 어려운 초대형 유조선(VLCC, Very Large Crude-Oil Carrier)이 주로 정박하는 해상 하역시설인 ‘부이(Buoy)’와 원유를 원유저장지역으로 이송하는 해저배관 (출처 : SBM 세미나 자료 / SK OCEAN HUB System)

 

나는 SK에너지 지하 배관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방식 시설과 함께, 원유 하역 시설인 No.2, 3 부이 및 해상 시설물 검사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수심 28m에 위치한 해저 시설물을 검사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원유 하역 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 스쿠버다이빙부터 드론까지…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

 

보통 스쿠버다이빙과 드론 자격증을 땄다고 하면 취미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에서 부이 및 해상 검사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해당 자격증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 (좌) 수심 18m까지 진입 가능한 Open Water Diver 자격증 / (우) 수심 30m까지 진입 가능한 Advanced Open Water Diver 자격증

 

예를 들어 2018년에 외항 부두의 강관 파일(Pile)이 파손된 적이 있었다. 높이 제한 때문에 선박으로 접근 할 수 없어서 해상 시설물 검사 담당이었던 내가 처음으로 다이빙 수트를 입고 검사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앞으로 더욱 안전하게 해상/해저 검사를 진행하려면 전문적인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 (좌) 배관 검사원 자격증인 API 570 / (우) 부식 및 방식 분야 전문가 자격증인 NACE CP2

 

또한 해상 시설물 검사 작업을 수행할 때마다 외부 다이버를 섭외해야 했는데, 전문적으로 검사 작업을 해본 다이버가 없다 보니 애로사항이 생기기 일쑤였다. 특히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밖에 있는 사람들도, 열심히 설명해 주시는 분도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듯이, ‘검사 업무에 많은 경험을 가진 담당자인 내가 직접 물 속에 들어가 검사를 하면 확실한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자격증까지 따게 됐다. 자격증 취득 이후엔 내 눈으로 직접 확인이 가능하고, 다른 사람이 미쳐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체크해 빠르게 대책 수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해저에서 직접 부이를 점검하고 있는 김평열 과장

 

드론 자격증도 마찬가지로, 해상에서 사람이 확인하기 어려운 부위에 대한 1차 점검 및 부이 호스 점검을 할 때 아주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 (좌) 드론으로 직접 해상 부이를 촬영 중인 김평열 과장 / (우) 초경량비행장치(드론) 자격증

 

물론 직접 점검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국내에서 수심 28m에 위치해 사용 중인 PLEM(Pipe Line End Manifold) 내부 육안 검사를 위해 직접 다이빙을 했을 때다. PLEM 내부 검사를 위해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교육을 받을 때와 실전의 조건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에어 탱크가 아닌 후카(Hookah)라고 하는 작업선에서 에어를 공급해주는 호스를 사용하다 보니 조류에 몸은 밀리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다이버의 안내를 받아 겨우 들어간 PLEM 내부는 아늑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PLEM 내부는 조류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부유물질이 많지는 않아 육안 검사의 조건은 그나마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 해상 및 해저에서 직접 부이를 점검하고 있는 김평열 과장

 

문제는 노안(老眼)! 가까이 다가가면 흐릿하게 보이고 멀어지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촉감으로 먼저 만져 보는 수밖에 없었다. 손으로 대략적인 부식 깊이를 예측하고 측정 장비의 수치는 사진으로 찍어 판독하는 방법으로 PLEM 내부 검사를 마쳤다.

 

작업선 위로 올라왔을 땐 말로만 듣던 PLME 내부를 직접 확인했다는 성취감이 지금껏 자격증을 따며 노력했던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준 것 같다. 수심 30m의 수압과 거센 조류로 인해 어깨와 등에 멍이 들었지만 영광의 상처라 여겨졌다.

 

 

검사 1, 2 unit 구성원들은 사고 예방의 최전선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동시에 항상 긴장감을 갖고 검사 업무에 임하고 있으며,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선후배가 노하우를 공유하며 모든 구성원이 더 안전하고 전문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 역시 현장에서 온몸으로 경험하고 느낀 노하우를 통해 부이 관리 시스템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현장에 있는 한 문서로 전할 수 없는 세세한 부분까지 후배들에게 빠짐없이 전달해 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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