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4/25) 금융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를 3,469억 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폭락이라는 악재를 딛고, 1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전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실적 회복의 가장 큰 공신으로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을 꼽는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2020년 4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마이너스(-)3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021년 1분기엔 배럴당 평균 60달러대까지 회복했다. 이로 인해 정유사들이 지난해 4분기, WTI 기준 배럴당 평균 42달러대에 구매했던 원유가 올해 1분기에 배럴당 18달러 가량 상승하며 재고평가 가치가 커져 이익을 보게 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에너지·화학 업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고평가’란 무엇일까? 이 외에도 에너지·화학 업계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래깅효과 등에 대해 알아보자.
| 재고, 그리고 재고평가란?
사전적 의미의 ‘재고’란 팔지 않고 창고에 쌓여 있는 물건을 뜻하는 것으로, 시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기업회계기준에 따르면 ‘재고 자산’은 ▲통상적인 영업 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보유 중인 자산, ▲통상적인 영업 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생산 중인 자산, ▲생산이나 용역 제공에 사용될 원재료나 소모품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기업은 재고 자산을 측정할 때, 취득 원가*와 순 실현 가능 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한다.
(*) 취득 원가: 모든 매입원가와 전환원가 등 현재 재고가 쌓이게 한 모든 비용이 포함된 금액
(**) 순 실현 가능 가치: 영업 과정의 예상 판매가격에서 예상되는 추가 완성 원가와 판매비용을 뺀 금액
하지만 재고 물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그 가치가 변동한다. 기업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 원료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업들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 물량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재고평가’를 실시한다.
| 재고평가 방법과 재고평가손익
국내 정유업계에서 재고자산을 평가하는 방법은 ‘선입선출법’과 ‘총 평균법’,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선입선출법’은 판매하고 남은 재고를 최근에 구입한 원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단가 역시 가장 최근의 값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유가 급등 시, 가장 최근 가격이 반영되므로 유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재고평가에 사용하는 ‘총 평균법’의 경우 기초재고, 당기매입, 기말재고 등 여러 기준에 의해 재고영향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재고와 새로 구입한 물량 가격을 평균하기 때문에 유가 급락 시, 손실 부분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정유사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고평가손익’에 대해 알아보자. 기업은 원료 구매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간 모든 비용 등을 반영해 제품의 ‘매출원가’를 책정하고, 이 매출원가를 기준으로 재고평가를 한다.
이 때 생산된 석유제품이 시장에서 재고 원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경우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 반면에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거나 이미 떨어진 제품의 가치가 다시 올라갈 때 ‘재고평가이익’으로 생각할 수 있는 ‘환입’이 발생한다.
하지만 환입은 생산된 석유제품 판매 시의 유가변동,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손실 범위’ 내에서만 책정하기 때문에, 실제로 환입이 손실 범위를 뛰어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실제로 보수주의 회계*** 처리 시에도 재고평가이익을 반영하지 않고, 손실만 반영하여 처리하고 있다.
(***) 보수주의 회계: 수익을 적게, 비용을 크게 인식하는 처리 방법
실질적인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화학 업계가 재고효과를 통해 이익을 봤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재고자산 가치가 상승해 영업이익에 반영된 것이 아니라, 바로 에너지·화학 업계 특성상 발생하는 ‘래깅효과’ 때문이다.
| 재고평가손익보다 중요한 래깅효과
산유국에서 원유를 구매해 국내로 들여오는 데는 보통 1~2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 기간에도 원유 가격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올라 실제 석유제품을 판매했을 때 거둬들이는 마진이 커져 발생하는 것을 ‘래깅효과’로 본다. 다시 말해 래깅효과는 원재료 투입 시차효과로, 산유국 현지에서 원유를 구입한 시점과 실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시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손익인 것이다.
그러나 유가 급등이 에너지·화학 업계에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급격한 국제 유가 상승은 ‘정제마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비(원유 가격)와 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이익을 의미하는데, 에너지·화학 업계 입장에서는 원료비만 오르고 석유제품 수요가 그대로라면 결국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렇듯 래깅효과와 정제마진, 석유제품의 수요 등이 에너지·화학 업계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