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진 및 미국 한파로 정제마진 반등 가능성… 정유산업 다시 살아나나
2021.02.17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 및 미국, 일본發 석유제품에 대한 공급 차질로 인해 석유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후쿠시마현(県)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과 미국 텍사스주(州)에 30년 만에 몰아닥친 한파로, 업계에선 미·일 지역의 정제설비 가동 중단으로 인한 정제마진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01 | 후쿠시마현 강진으로 일본 내 정제설비 가동 중단… 정제마진 반등 기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말부터 정제마진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1달러 중반 대에 안착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 것이다.

 

유가가 먼저 반등하기 시작했고, 2020년 한해 동안 계속 마이너스와 1달러 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정제마진도 2월 16일 기준 2.1달러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정유사의 손익분기점 마진으로 알려진 4달러 대를 향해 반등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을 싣고 있다.

 

정제마진의 반등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는 등유와 경유 마진이 꼽힌다. 일본은 난방유로 등유를 사용하는 국가다. 이 때문에 보통 겨울에 등유 수요가 치솟는데 지난 2월 13일, 후쿠시마현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일본 내 2개 이상의 정제설비가 긴급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플랫츠(Platts)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석유회사인 ‘ENEOS’의 센다이 정제설비(하루 14만 5천 배럴 규모 생산)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한 후 멈춰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도쿄 만에 위치한 ENEOS의 네기시 정제설비(하루 27만 배럴 규모 생산)도 지진에 따른 정전으로 문을 닫았다. 일본 석유협회는 지난 2월 10일, 일본 등유 재고가 주중 약 10% 더 떨어진 1,170만 배럴을 기록(2월 6일 기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에선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큰 수혜를 본적이 있었으며, 이번 후쿠시마 지진 이후 여진까지 발생하면서 일본 정유사들이 안전 문제를 들어 가동을 줄이거나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유공장 특성상 가동을 다시 시작하려 해도 최소 준비 기간만 2~3주가 걸려 당분간 일본發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국내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02 | 미국 텍사스 지역에 닥친 기록적인 한파, 정제마진 반등에 힘 실어줘

 

최근 미국 남부지역에 위치한 텍사스州에 30년 만에 들이닥친 한파로 정전 등이 발생하며 모티바(Motiva), 엑손모빌(ExxonMobil) 등 약 4백만 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이번주 초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또한, 이번 한파로 정유 및 화학 설비가 집중된 미국 남부 지역은 전력·용수·연료 공급 등에 어려움을 겪게 돼 가동을 중단하는 정제설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적인 한파가 미 에너지 산업의 중심부를 강타하며, 미국 전체 생산량의 21%에 달하는 정제유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이는 지난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정제설비가 밀집해 있는 걸프만에 직격탄을 날린 이래 최대 규모로, 이번 한파의 영향으로 미국 유가는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유(WTI)는 배럴당 60.5달러에 장을 마감했으며,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은 것은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Bloomberg)는 현지 시간 2월 15일 자 기사에서 기록적인 한파와 관련해 “미국 정유·화학 설비의 셧다운(Shut-down)으로 미국 걸프 연안에 연료를 의존하고 있는 미국 전역의 도시에서, 휘발유부터 프로판까지 모든 석유제품의 공급 부족 및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석유 산업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이미 생산을 줄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전이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되는 연료에 대한 영향은 텍사스州를 넘어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지난해 코로나19 속에서 글로벌 정유기업들이 한계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서, 메이저들의 스크랩(Scrap)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BP는 지난해 말 호주 내 최대 정제설비(하루 14만 6천 배럴 규모 생산)를 2021년 중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엑손모빌도 하루 9만 배럴 규모를 생산하는 호주 내 정제설비를 폐쇄할 것이라 발표했다. 업계에선 호주와 유럽, 미국 등지에서의 이 같은 수급밸런스 개선으로, 코로나19로 위축된 석유 수요가 기지개를 켤 때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게 돼 기존 정유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03 | 일본, 미국發 석유제품 공급 차질… 정유사 1분기 흑자전환 가능성도

 

이번 일본, 미국發 석유제품에 대한 공급 차질로, 업계에선 석유제품 마진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비록 단기적인 수급차질로 인한 상승세이나, 이를 신호탄으로 정제마진이 반등할 것이라는 시장의 긍정적인 기대감도 매우 큰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3월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1백만 배럴 규모에 달하는 특별 감산이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재고 지표가 유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미국/유럽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 추세 및 백신 보급률 상승, 미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이후 석유 수요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유가는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러한 유가상승과 동시에 정제마진 반등 국면에도 놓여있는 상황이기에 2021년 1분기 정유사 실적은 2020년 4분기 마이너스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DB금융투자 한승재 연구원은 2월 15일 자 보고서를 통해 “일본 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급 불균형으로 단기 역내 마진의 반등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며, 유가의 오버슈팅 가능성까지 고려했을 때 올해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글 | 윤진식
산업전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