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세계 3대 車시장 유럽·미국·중국, 전기차 배터리 패권 쟁탈전 가속도
2021.02.03 | 윤진식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불리는 유럽, 미국, 중국이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발맞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은 ‘脫아시아, 脫한국’을 외치며 질주 중이다.

 

|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社 피터 칼슨 CEO, “유럽은 강력한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것”

 

유럽의 신생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이 강력한 친환경 정책 의지를 지속 표명하는 것은 물론, 메이저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출시 로드맵이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데 힘입어 유럽의 후발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미국 테슬라社의 임원 출신인 ‘피터 칼슨(Peter Carlsson)’이 지난 2016년에 설립한 이후,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 받은 스웨덴의 노스볼트(Northvolt)社가 꼽힌다.

 

블룸버그는 최근(현지 시간 1월 22일) 노스볼트의 피터 칼슨 CEO가 아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배터리 생산 우위를 유럽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피터 칼슨은 인터뷰를 통해 “노스볼트는 지난해 약 5백 명의 신규 인력 채용을 비롯해 투자유치 및 생산계획 수립 등 준비를 끝내고 올해 말 스웨덴 셸레프테오(Skelleftea)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셀레프테오 공장에 관련 설비를 설치하는 것 외에도 배터리 시스템 개발, 에너지저장 솔루션 생산능력 확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노스볼트는 이미 상당한 주문을 받았다”며 “배터리 모듈 조립 공장인 폴란드의 그단스크(Gdansk) 공장의 대규모 확장을 검토하고”고 밝히는 한편, “폭스바겐과의 합작법인인 독일 노스볼트 쯔바이(Northvolt Zwei)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터 칼슨 CEO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기차 판매는 증가할 것”이며 “유럽연합의 ‘그린딜(Green Deal)’과 같은 경기 부양책으로 청정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유럽의 배터리 투자가 중국을 앞서는 상황으로, 중국 우위의 기존 역학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며 “배터리셀 설계와 배터리 생산경험이 많은 숙련된 기술자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피터 칼슨 CEO는 “유럽은 기술 혁신에서 배터리 생산, 재활용을 아우르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 바이든 美 대통령, “연방정부 관용차량 미국산 전기차로 바꿀 것”

 

美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지난 1월 25일, 조 바이든 美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자국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 구매한다는 내용을 담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에 서명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美 연방정부의 관용차량을 미국산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연방 조달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美 연방정부 보유 차량은 65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보유한 차량을 미국에서, 미국 근로자들이 만든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건 조건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여야 하며, 미국산 부품이 적어도 절반은 들어가야 한다는 것.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 업계에서 1백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 실현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내 리튬이온 배터리 투자 또한 크게 증가하고 있다. 1월 26일(현지 시간), 美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 기반 배터리 양극판을 만드는 스타트업 ‘실라나노테크놀로지(Sila Nanotechnologies)’가 5억 9천만 달러(약 6,504억 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실라나노테크놀로지는 해당 자금을 배터리 소재 관련 생산 공장 건설에 사용할 계획이다.

 

또 다른 배터리 스타트업인 ‘로메오 파워(Romeo Power)’와 캐나다 광산기업인 ‘리튬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도 미국 증시에 상장해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 이러한 투자 동향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과 美 의회 의원들은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가격 절감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리튬과 흑연 등 관련 소재 생산 등에서도 높은 비중을 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또한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속화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의 공급망 확보를 우선 순위로 정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는 미국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향후 10년간 급격히 증가해 지난 2020년 약 60GWh에서 2030년 383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中 정부, 전기차 보조금 지원정책 2년 더 연장

 

한편, 중국 정부는 자국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당초 20%에서 25%로 상향 조정했으며 2035년에는 전기·수소차, 하이브리드차(PHEV)를 50%까지 끌어올리고 휘발유·디젤 엔진 차량은 퇴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을 2022년까지 2년 더 연장하는 것은 물론, 판매세는 면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투자 백승혜•한수진 연구원은 1월 22일 자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전기차 침투율은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규획(2021-2035)’에서 요구하는 2025년 전기차 침투율 목표치인 20% 도달까지 여전히 갭(Gap)이 있어, 전기차 시장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공격적인 투자와 수주를 통해 K-배터리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기업들과의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CATL은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판매하는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 공급을 시작하는 등 중국 내 점유율을 50%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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