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손창우 수석연구원은 8월 14일 자로 발행한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향후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로 5개 미만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2~3년이 국내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기점인 만큼 ▲차세대 기술 선점, ▲시장 점유율 확대,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 ▲산업 육성 정책 및 인프라 확충, ▲혁신을 선도하는 생태계 구축 등 시급한 주요 과제 해결을 위해 산·관·학의 집중적인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중·일 3국 간 경쟁 구도는 전통 제조업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업에서는 일본이 전형적인 First Mover, 우리나라가 Fast Follower, 중국이 Mass Producer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新산업인 배터리 산업에서는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 그리고 대량 생산을 각 국가가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이 같은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보고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 소개한다.
|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 전기차 배터리 시장서 34.5% 점유해 중국과 일본 제쳐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우리 수출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이차전지(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글로벌 관심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717만 대로 전년 대비 40.3% 증가했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도 2016년 150억 달러에서 2019년 388억 달러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배터리 수출 역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2.8%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격히 성장 중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34.5%(10대 배터리 업체, 출하량 기준)로 경쟁국인 중국(32.9%)과 일본(26.4%)보다 앞섰다.
| 최근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경쟁에서 나타난 변화 세 가지
보고서에서 손 연구원은 “최근 배터리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쟁을 더욱 촉진하는 몇 가지 큰 변화가 나타났다”며, 아래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배터리 성능개선 및 가격하락이다. 배터리 기술이 향상되면서 에너지밀도 및 주행거리가 증가됐으며, 생산 공정의 효율화 및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배터리 단가는 2010년 대비 84.4% 하락한 1kWh당 156달러까지 내려왔으며 1~2년 내 내연기관의 유지비용 수준인 100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둘째, 글로벌 합종연횡 및 생산 현지화 확대다. 배터리 업체들은 투자리스크 분산을 위해 수요처인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현지 생산 기지를 구축하면서 경쟁 수위를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셋째,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자체 생산 추진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통해 배터리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향후 경쟁 구도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국내 기업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
손 연구원은 동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기술 수준 향상’ 과제로는 기존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한 첨가제 활용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꼽았다. 한·중·일 3국간의 기술 격차가 박빙인 미(微)격차 시대에 접어든 만큼 확실한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최우선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글로벌 수요 변화 요인에 주목하면서 해외 시장 다변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대비하여 미국, 유럽 지역에 신규 수요도 적극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안정적 원자재 공급’ 역시 중요한 과제다. 공급이 불안정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원재료의 해외 공급처를 확보하고 광물 차원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넷째, ‘산업의 제도적 과제’로는 정부의 법·제도 개선과 인프라 확충이 있다. 자동차 산업이 부품과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선행적 가이드 라인과 함께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전기차 충전소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여 내수시장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손 연구원은 밝혔다.
다섯째, ‘혁신을 선도하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전방 산업의 구조조정 및 후방 산업의 응용 분야 발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 완성차 부품사들이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대응하지 못할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을 위한 R&D 및 사업재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전기 바이크, 전기 비행기, 전기 잠수함 등 배터리를 활용한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는 노력도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제도적 지원과 산업생태계 구축 뒷받침돼야 글로벌 시장서 리더로 자리매김”
손 연구원은 보고서 결론부에서 “최근 우리나라 업체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 전기차 3대 중 1대에 국산 배터리가 장착될 만큼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그간 국내 기업이 적자를 감내하면서 이뤄온 꾸준한 투자와 기술 축적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다만 여전히 초기 성장 산업인 만큼 향후 다양한 변수가 배터리 시장 성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기업이 기술 선점과 시장 개척의 끈을 놓지 않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산업 생태계 구축 등이 뒷받침 된다면 ‘미래산업의 쌀’인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