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McKinsey)는 최근(5⁄6)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가 가속화한 중국의 5가지 핵심 트렌드(How COVID-19 is accelerating five key trends shaping the Chinese economy)’라는 제목의 중국 관련 특별 보고서를 발표했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로부터 회복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서, 경제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한편 판데믹(Pandemic)*으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변화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다”고 밝히며, “내수 경제 안정화를 위한 중국의 노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판데믹(Pandemic) :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이어 “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점차 회복하는 모양새를 갖춰 나가면서 중국 경제 지형도에서 중요하고 많은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특히 이미 코로나19 이전에 출현했던 몇 가지 트렌드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맥킨지가 꼽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중국 경제에서 가속화된 5대 사회 변화 트렌드’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 이미지 출처 : 맥킨지 공식 홈페이지
| 가속화된 트렌드① – 디지털화(Digitization)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B2C 비즈니스와 B2B 비즈니스 모두에서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가 이뤄지는 것을 목격했다. 심지어 물리적 교류의 필요 등 다양한 제약으로 인해 디지털화가 덜 이뤄져왔던 B2B 분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판데믹 이전부터 중국은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분야에 있어서는 이미 디지털 강자였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 규모의 45%를 차지한 것도 모자라 모바일 결제 사용량도 미국의 3배에 이를 정도다. 중국의 소비자와 기업들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디지털 기술의 사용을 늘려나갔다. 실제로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55% 정도의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고비를 한 차례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장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근무환경 또한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알리바바(Alibaba)’社가 출시한 원격 화상회의 등이 가능한 협업 플랫폼 ‘딩토크(DingTalk)’는 이번 분기 동안 매달 사용자 수가 2배 가까이 늘어 1,770만 명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헬스케어(Healthcare) 분야에서도 디지털을 이용한 교류가 가속화됐다. 특히 배상 정책에 관련한 규제 변화 덕분에 온라인을 통한 상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제약판매업체와 의사간의 디지털 교류도 매우 활발해졌다. 이러한 변화들이 5G 기술이 본격 도입되기도 전에 이뤄졌는데, 5G 기술이 이 같은 디지털 도구의 사용을 촉진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기에 주목할 만하다.
| 가속화된 트렌드② – 글로벌 의존도의 감소(Declining global exposure)
최근 지정학, 경제적인 요인들로 인해 중국과 다른 국가 간의 관계 변화는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이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중국은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글로벌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낮추고 있었다. 특히 내수 경제가 중국 경제 성장의 많은 부분을 이끌었다는 점, 생산공급망이 발달해 지역화가 되었다는 점, 이에 따라 혁신동력이 생겼다는 점이 주요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높였는데, 이는 2019년 맥킨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체 기업 중 30~50%의 기업들이 새로운 대체 공급자를 찾거나 다른 지역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는 등 공급망 관리와 관련해 새로운 전략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중미국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 중 20% 가량이 이 같은 ‘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유럽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에 발표한 보고서 또한 중국에 있는 수많은 유럽계 기업이 현재, 다각화 전략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제무역 및 투자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사람들의 이동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커플링 현상: 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의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동조화되는 현상. – 출처: 두산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그림은 약간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성장 잠재력을 봤을 때, 다른 국가의 중국에 대한 생산공급망 및 혁신 관련 투자는 여전히 중요한 부분으로 남을 것이라 보이는 까닭이다. 반대로 중국 또한 지금과 같은 생산성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 관련 정보 및 노하우가 끊임없이 중국으로 유입돼야 한다. 다음 몇 달, 혹은 몇 년 사이 동안 벌어지는 결정들은 앞으로 세계와 중국 간의 관계에 있어 무척이나 중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 가속화된 트렌드③ – 기업 간 경쟁 심화(Rising competitive intensity)
현재 중국의 대기업들은 어마어마한 이윤과 투자자본수익률(Return On Investment, ROI)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살인적인 가격 인하 경쟁이 이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내 기업 간 경쟁이 더욱 가속화됐는데, 이 같은 경쟁으로 인한 보상과 리스크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상위 5천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상위 10% 기업이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이와 비교해 다른 나라에서는 이 수치가 70% 대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중국 상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은 이미 디지털화가 마무리돼 이를 통해 민첩하게 행동했던 기업들로, 판데믹 상황에서 특히 그로 인한 혜택을 크게 받고 있다.
예컨대 알리바바社의 ‘프레시포(Freshippo)’ 슈퍼마켓은 공급 과정에서의 여러 제약을 극복함으로써 온라인으로 과일을 배달 받기 원하는 수요를 맞출 수 있었다. 각종 컴퓨터 부품을 생산하는 ‘폭스콘(Foxconn)’ 또한 회사의 주력 상품이 아닌 위생 마스크를 생산하는 데 이들의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회사 직원들을 보호했을 뿐만 아니라 타 경쟁사들에 비해 한 걸음 빠르게 생산라인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TikTok)’은 코로나19가 최악으로 치닫던 가운데 1만여 명의 직원을 신규로 채용했다. 이와는 정반대로 중국의 수많은 중소기업은 충분히 민첩하게 행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자금유동성의 감소, 실직 증가, 파산 등 여러 리스크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 가속화된 트렌드④ – 성숙해진 소비자들(Consumers come of age)
중국의 젊은 세대는 코로나19 이전엔 중국내 경제불황을 겪어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소비 및 저축 행태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먼저 중국의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중국 소비 및 성장의 핵심이었는데, 이들의 소비에 대한 태도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급변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내 젊은 소비자의 42% 가량이 판데믹을 계기로 저축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대출 또한 감소 추세에 놓이는 한편, 중국인 소비자 5명 중 4명이 이번 위기 이후 더 많은 보험상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의향을 내비쳤다. 실제로 가계 예치금이 2020년 1분기 동안 8%나 성장해 87조 8천억 위안에 달했다. 그 사이 소비자 중 41%는 자산관리, 투자, 뮤추얼 펀드 등을 통해 소득원천을 늘릴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는 보다 질 좋은 상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맥킨지가 진행했던 코로나19 관련 조사에 따르면 약 70%의 응답자가 더욱 안전하고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4분의 3은 코로나19 이후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싶다고 응답했다.
| 가속화된 트렌드⑤ – 민간 부문과 사회적 부문의 확대(Private and social sectors step up)
지난 2003년 사스(SARS) 위기 당시 중국 경제 회복을 담당했던 주요 경제 주체는 정부와 공기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 부문과 주요 IT 기업이 중심이 돼 경제를 재활성화하기 위해서 엄청난 규모의 기부를 하는 등 사회·경제 측면에서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다.
사스 대유행이 시작됐었던 2003년, 중국 전체 자산의 55%와 전체 수익의 45%를 차지하는 등 중국 공기업은 자국의 경제를 이끌었다. 하지만 2020년에 들어서는 민간 부문이 중국 경제 성장의 66%를 담당하고 있으며 신규 일자리의 90%를 창출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 권력의 중심이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와 대기업 간의 협업이 이번 판데믹에 대응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알리페이(Alipay)’와 ‘위챗(WeChat)’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市와 협력해 ‘쑤에이션마(Suishenma)’라는 헬스 관련 QR코드를 출시했다. 이러한 일련의 모습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의 재빠른 대처능력과 효율적인 민관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등 민간 부문이 눈에 띄게 성장했음을 나타낸다.
한편,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과 ‘반케 재단(Vanke Foundation)’을 비롯한 많은 사회적 기관 또한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앞으로 중국 사회를 형성해 나가는 데 있어, 이러한 사회적 기관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