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업계 Guru, 포스트 코로나19를 전망하다
202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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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한 석유가격 붕괴는 미래 산업에 대한 ‘경고등’

 

석유업계에서 50년간 일해 오며 에너지업계의 구루(Guru)로 불리는 영국 BP社의 前 CEO(최고경영자) 존 브라운(John Browne)은 최근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사 ‘판데믹* 위기로 석유산업의 미래를 엿보다(Pandemic crisis offers glimpse into oil industry’s future)’를 통해 “일반적인 시장의 경기변동 사이클과 달리 코로나19와 관련된 석유 가격 붕괴는 미래에 등장할 산업에 ‘경고등’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 판데믹(Pandemic) :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이후의 석유 시장을 전망하는 견해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전환의 시기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후변화가 후속 아젠다로 밀리고 석유산업 투자 감소는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자에 동의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에너지업계의 베테랑인 존 브라운이다.

 

| 석유시장의 미래, 정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석유가 정점에 달했다는 근거로, 美 주가지수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가치, 그리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수요 전망을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S&P 500 지수** 내 에너지 기업들의 총 지수 대비 가치는, 10년 전 11%에서 5%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P 500 지수: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미국의 Standard and Poors(S&P)이 작성한 주가 지수이다. – 출처: 매일경제용어사전

 

파이낸셜타임스는 또한 IEA가 지난 10년 동안 하루 평균 150만 배럴 증가해오며 2019년 1억 배럴을 기록한 글로벌 석유 수요가 2025년부터 성장 둔화를 보일 것이라 예측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대부분의 석유 기업들이 전기차 보급 확대, 배출량 규제 강화 등으로 2030~2035년 사이 수요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석유 메이저 기업들도 석유와 가스의 생산을 줄이는 것, 그리고 에너지전환에 미래를 걸고 있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BP의 CEO가 된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는 그의 임기 동안 ‘배출가스 제로(net zero)’에 대한 경로를 설정해 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자산운용(BNP Paribas Asset Management)’의 지속가능성 리서치 부문 글로벌 총괄책임자인 마크 루이스(Mark Lewis)는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서 “석유 산업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며 석유가격의 높은 변동성과 관련해 “재생에너지로 석유/가스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오래된 주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반론도 만만찮아… 석유산업은 여전히 영향력을 가질 것이다

 

후자측 견해를 지지하는 쪽도 만만하지 않다. 이들은 산업이 둔화될 수 있지만 석유 기반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선 의구심을 나타낸다.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그간 많은 선언을 해 왔지만 실제 에너지 전환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석유회사 ‘넵튠에너지(Neptune Energy)’를 이끌고 있는 ‘센트리카(Centrica)’의 前 CEO 샘 라이들러(Sam Laidlaw)는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서 “석유의 종말을 선언하는 데 신중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이전 수준으로 승객 숫자가 돌아오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 봤지만, 샘 라이들러는 전체 에너지 산업이 석유로부터 적극적으로 멀리 옮겨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에서 엑손모빌(ExxonMobil)이나 쉐브론(Chevron)과 같은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탄소세 개념을 지지해 왔지만 전반적으로 에너지 전환 수용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정유사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의 이사회 멤버인 무르티(Murti)가 “기후 변화 노력을 지지하지만 최대 석유 수요에 대한 추정치가 부풀려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미국 밖에서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 SUV 등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한 기후변화를 위한 대체 에너지 노력은 각국의 협력이 중요한데 판데믹 하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수익률을 높이는 것인데, 지난 20년간 석유 업계의 자본수익률은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쉘(Shell)의 前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미드글레이(Chris Midgley)는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서 “이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성과가 썩 휼륭하지 않았다는 점이며, 엑손모빌의 주가는 2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존 브라운도 파이낸셜타임스 기사에서 석유산업은 여전히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 내다봤다. 아무리 환경과 건강을 얘기해도 석탄, 담배 회사는 주변에 존재하며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움직이는 농장의 수익률이 좋아 보여도 기존 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견지했다. 이어 그는 미래 석유 시장을 내다보는 포인틑 공급 문제가 아닌 수요에 두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사 결말부에서 존 브라운은 다음과 같이 일침한다.

 

코로나19의 위협은 만연돼 있으며, 생생한 상태다.
반면, 기후변화는 인간 각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문제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경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그대로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영국의 에너지 기업 BP의 前 CEO, 존 브라운

 

글 | 윤진식
산업전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