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코로나19가 전기차의 ‘진화’를 막을 순 없다. (“It definitely won’t stop the EVolution”)
2020.04.21 | 윤진식

 

코로나19가 야기한 판데믹(Pandemic)*으로 전 세계인이 힘들어 하는 가운데, 전기차의 미래를 놓고 업계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전기차의 확산에 ‘급브레이크가 걸릴까’ 아니면 ‘되레 가속 페달을 밟게 될까’를 두고서다.

(*) 판데믹(Pandemic) :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 코로나19가 전기차의 ‘진화’를 막게 될까?

 

최근 영국의 차량관리 솔루션 회사인 ‘벤슨 오토모티브 솔루션(Venson Automotive Solutions)’은 영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4월 6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가 전기차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킬 것(Motorists reconsider electric vehicle switch in the wake of Covid-19)’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벤슨 오토모티브 솔루션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각국 정부가 ‘록다운(lockdown, 이동제한)’ 정책을 펼쳐 많은 사람의 생활에 어려움이 닥치고 있지만, 환경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전환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45%가 코로나19로 인해 환경문제와 자동차 구매계획을 연계해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들 중 19%가 다음에 사게 될 자동차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나머지 26%는 향후 5년 내 전기차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변했다.

 

벤슨 오토모티브 솔루션의 알리슨 벨(Alison Bell) 마케팅본부장은 “전 세계 배출가스의 23%는 자동차 등 운송수단이 차지하고 있는데, 운송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의 72%가 휘발유 및 디젤연료 차량으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최근의 설문조사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게 되면, 영국 정부나 기업들이 전기차 채택 촉진 등 전기차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주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한 활동 방안으로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충전 인프라에 대한 추가 투자(62%)’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이어 ‘주요 도시에 대한 청정공기 구역(Clear air zone) 도입 확대 및 기업들이 향후 5년 내 법인용 전기차를 사용하게 하는 법안(38%)’을 택했다.

 

 

또한, 벤슨 오토모티브 솔루션은 동일 보고서에서 “어려움과 적응의 시간은 사람들의 습관을 바꿔 놓는다”며, 일본 교토대학 및 스위스 취리히 응용과학대학 연구결과를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1년, 일본 교토대학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고속도로를 폐쇄하고 사람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했는데, 도로가 재개된 후에도 사람들은 폐쇄 이전보다 대중교통을 더욱 자주 이용하게 됐다. 또한 2018년 스위스 취리히 응용과학대학이 실시한 연구의 경우, 사람들에게 운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전기자전거를 제공했는데 이 역시 상황이 원래대로 돌아갔을 때 자가운전자 숫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따라서 코로나19로 야기된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많은 사람이 그들의 운송수단 솔루션을 재평가하고 전기차, 플러그인 및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기차의 미래를 둘러싼 시장조사기관 및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시장조사기관 및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220만 대에서 130만 대로 4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드 맥킨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파로 인해, 완성차 업체들의 새로운 모델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로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들의 글로벌 수요는 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전기차 시장조사기관인 ‘이브이 볼류머(EV Volumes)’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36%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저널리스트인 톰 몰로니(Tom Moloughney)도 “코로나19가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켰지만, 이것이 전기차가 아닌 기존의 자동차(휘발유 및 가스차 등 전통차)로 되돌아간다는 의미가 아님”을 강조했다. 또한, 전기차의 비용 우위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톰 몰로니는 “수요 감소로 인해 교대 근무를 줄이고 공장 전체를 공회전시켜야 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의 모델을 종료하고, 오히려 장기적으로 계획했던 전기차 모델의 생산 조기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시장 침체기에 있으면 사람들은 비용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에 당장의 전기차 소비자가격(MSRP)보다 전기차 사용 시 얻게 되는 장기적인 이익(비용 우위 관점 등)을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멈췄던 완성차 업체들 생산 재개 잇따라

 

한편,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부터 수 주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생산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4일부터 체코 노소비체(Nosovice) 공장 가동을 재개했으며, ‘아우디’도 4월 14일부터 헝가리 죄르(Györ) 공장의 가동에 들어갔다. 아우디의 독일 네카줄름(Neckarsulm), 벨기에 브뤼셀(Brüssel) 공장은 4월 20일(현지 시간), 독일 잉골슈타트(Ingolstadt)의 공장은 27일 등 순차적으로 재가동될 예정이다.

 

‘폭스바겐’도 4월 20일(현지 시간), 스페인 나바라(Navarra) 공장의 생산을 재개하고 폭스바겐 산하 ‘스코다’는 27일부터 체코 공장들의 조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푸조’와 ‘시트로엥’ 등을 보유한 ‘PSA 그룹’도 스페인 공장 생산 재가동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차량 위탁생산업체인 ‘마그나 슈타이어(Magna Styer)’는 지난 6일부터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공장의 차량 생산을 재개하고, ‘다임러’의 G-클래스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마그나 슈타이어는 20일(현지 시간), 독일 ‘BMW’와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JLR)’의 완성차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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