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저유가로 자산가치 하락, 석유시장 M&A 지각변동 예고
2020.04.20 | 윤진식

 

에너지 시장 침체로 인한 석유 탐사⁄생산 기업들의 주가 하락과 자산 가치 감소가 이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M&A(기업 인수합병)가 글로벌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석유개발 시장 전문매체인 ‘업스트림 온라인(Upstream online)’은 최근 ‘북해지역 M&A 기회가 무르익었다(Time is ripe’ for new wave of North Sea M&A deals)’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글로벌 석유기업들 간의 M&A 이슈를 짚었다.

 

이 기사에서 시장분석기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저유가와 석유기업의 비용 삭감 등 현재 시장 여건으로 자산 가격 인하 기회가 주어져 추가 자산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북해(North Sea) 자산 시장에서 보유 현금이 풍부한 기업의 자산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스트림 온라인은 동일 기사에서 “석유기업들이 운영⁄탐사⁄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을 삭감하고 있는 현 상황은, 기업들이 유가하락 후 수익성이 없는 비핵심자산을 처분하면서 활발한 자산 거래를 촉발한 2014년 이후의 시장 침체기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기업이 위기 속에서 재무 상황 보호를 위해 감축안을 발표했지만, 일부 기업들은 현재 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인수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부 기업의 경우 북해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소기업들과의 통합을 가속화하면서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 인수합병 등을 통한 성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현재 노르웨이 영토 내에서 사업 중인 3개의 메이저 기업(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로열더치쉘(Shell), 토탈(Total))에게는 ‘엑시트 플랜(Exit Plan)’을 가동할 수 있는 시기인데, 이는 아시아 석유 소비국들과 인프라펀드 등에게 매력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월 8일(현지 시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있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최근 몇 주 사이 유럽의 4개 주요 석유기업 지분을 총 10억 달러어치(한화 약 1조 2,132억 원)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서 언급된 4개는 노르웨이 에키노르(Equinor), 네덜란드 로열더치쉘(Shell), 프랑스 토탈(Total), 이탈리아 에니(Eni)로, 굴지의 석유기업들이다. 특히, 사우디 국부펀드는 에키노르 주식을 2억 달러어치나 사들이며 에키노르의 12번째 대주주가 됐다.

 

앞서 언급한 4개 정유기업의 주가는 연초 대비 4월 중순 기준으로 에키노르 23%, 로열더치쉘 35%, 토탈 31%, 에니 33%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사우디 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의 후폭풍을 고려한 것으로 석유업계에 대한 영향력 및 점유율을 다지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고 거론하고 있다.

 

한편, PIF는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주가가 급락한 글로벌 1위 크루즈선 기업 ‘카니발’ 주식 매수 외에도 기술펀드에 투자하는 등 저유가 시장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많은 딜이 무산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자산하락은 중장기적 관점으로는 투자자들에게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4월초, 유럽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국 기업들이 에너지, 인프라, 자동차 기업들을 M&A 대상으로 노리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영업에 타격을 입으면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 중국 기업들이 적대적 M&A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유가전쟁이 겹쳐 어느 산업보다도 시장 재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망되는 에너지 산업에 M&A가 어떤 지각변동을 일으킬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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