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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O 2020 시행… SK이노베이션, 해상 블렌딩과 VRDS로 최대 수혜 기대
2020.01.06 | SKinno News

 

지난해 11월 말부터 정제마진이 0달러와 마이너스 대를 오가는 등 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유업계 전반의 실적 약세 역시 장기화되고 있다.

 

그러나 IMO 2020*이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시장에서는 점진적인 정제마진의 상승 행진과 함께 IMO 2020에 대한 준비가 가장 잘된 SK이노베이션의 수혜 및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 IMO 2020 : 2020년 1월 1일 시행되는 해운업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보호 규제를 말한다. 2017년 10월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마련한 규제로 전 세계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크게 낮췄다.

 

새로운 환경규제인 IMO 2020 시행을 앞둔 지난해 말, 석유제품 시장에서는 이미 이른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저유황 연료유를 먼저 테스트해 보거나 비축에 나서는 선사들이 늘면서 선박유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18일 자 보고서에서 “11월 싱가포르 항구 선박연료 판매량을 보면 고유황유 판매는 급감한 반면 선박용 경유(MGO, Marine Gas Oil)와 저유황유 판매는 급증했다”고 밝히며, “고유황유 판매는 전월대비 31.2% 하락한 188만 9천 톤에 그친 반면 저유황유 판매는 전월대비 188.7% 증가한 165만 톤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박용 경유 판매량 역시 전월보다 24.7% 늘어난 43만 톤을 기록했으며, 판매비중도 전월 대비 1.4%p 확대된 10.6%p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강동진 연구원은 동일 보고서에서 “11월 전체 선박연료 판매량 자체 또한 지난해 10월 대비 8.2% 개선됐다”며, “2019년 5월 고점을 끝으로 선사들이 급유를 늦춤과 동시에 가격이 급락한 고유황유 사용 시점을 최대한 늦춰 선박용 연료 판매량 자체가 감소하였으나, 본격적으로 급유 및 재고 축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해상연료유 시장이 황산화물 0.5% 미만의 저유황중유(LSFO, Low-Sulfur Fuel Oil), 선박용 경유(MGO, Marine Gas Oil),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저유황중유 수요 증가가 시장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요인이라는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 LNG는 석유제품이 아님

 

또한 부족한 저유황중유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부 물량은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전망이지만, 기본적으로 선박용 경유가 저유황중유보다 가격이 높다는 점에서 선사들의 저유황중유 선점이 시급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하 SKTI)은 국내 업체 중 최초이자 유일한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2018년부터 확대 운영하며 저유황중유 시장 선점에 나선 바 있다.

 

 

SKTI는 지난 2010년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해상에서 반제품을 섞어 저유황중유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운영 중이다. 2018년 월 10만 톤 규모로 공급했던 물량을 지난해에는 월 60만 톤 규모로 늘렸으며, 황함량이 0.1% 이하인 초저유황중유(VLSFO, Very Low Sulfur Fuel Oil) 물량도 2배 가량 늘렸다.

 

▲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임차한 선박(왼쪽)이 해상 블렌딩을 위한 중유를 다른 유조선에서 수급받고 있다.

 

SKTI는 이미 국내에서 18개의 선사와 저유황유 장기 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거래선 확보에 나섰으며, 올해에는 해상 저유황중유 블렌딩 사업을 통해 연 3천 3백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 2017년 11월, 약 1조 원을 투입해 SK 울산Complex내에 VRDS*** 건설에 돌입했다. VRDS는 고유황중질유를 원료로 0.5% 저유황중유, 선박용 경유 등 하루 총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어 IMO 2020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설비로 알려져 있다.

(***) VRDS (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 : 감압 증류 공정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 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

 

▲ SK 울산CLX 내 VRDS 건설 현장

 

SK에너지는 초기 VRDS 가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구매/건설 기간을 단축하고 완벽한 품질관리 실행 등을 통해 완공 시점을 올해 1월로 세 달 가량 앞당겼다. 시험가동을 마친 후, 3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게 되면 SK에너지는 역내 압도적인 규모로 저유황유를 공급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될 예정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VRDS 가동 후 EBITDA**** 기준 매년 2~3천억 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국내의 다수 증권사도 IMO 2020 시행에 따른 국내 대표 수혜 기업으로 SK이노베이션을 지목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 사업 투자 전략이 기업가치 상승의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 ‘세전·이자지급전이익’ 혹은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을 말한다. 이것은 이자비용(Interest), 세금(Tax), 감가상각비용(Depreciation & Amortization)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뜻하는 것이다. – 출처 : 시사상식사전

 

뿐만 아니라 스크러버***** 설비가 전망 대비 설치 추세가 더딘 것으로 보여지면서, 업계에서는 저유황중유의 공급부족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스크러버(Scrubber): 선박용 황산화물을 저감하는 장비. 바닷물을 이용해 선박에서 나오는 황산화물을 정화함

 

이밖에 일부 선사들이 IMO 2020 시행과 상관없이 기존 고유황중유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각국에서 강력한 규제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물류 허브인 싱가포르의 경우 연안 입항 규격을 강화함과 동시에 IMO 2020 위반 시, 2년 이상의 징역형 입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12월 18일 자 보고서에서 “11월 싱가포르 항구의 저유황중유 및 선박용 경유의 판매량 급증과 고유황중유의 판매량 급감을 확인했다”며, “결국 저유황유 판매 증가와 가격 상승은 선박용 경유 블렌딩을 위한 디젤 수요 증가 및 디젤 마진 개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정제마진 개선에 따른 국내 정유사들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KB증권 백영찬 연구원 역시 지난해 12월 23일 자 보고서에서 “2020년 정제마진은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이유 중 하나로 2020년 저유황중유 재고 축소에 따른 디젤 수요 확대를 예상했다. 또한 “올해 1월부터 선사(해운사)에서 노골적으로 고유황중유를 사용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제마진이 12월 저점을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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