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시대 앞두고 니켈(Ni) 쟁탈전 심화… SK이노베이션은 한 발 앞서간다
2019.08.26 | 윤진식

 

전기차용 배터리 양극재에 니켈(Ni)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배터리 업계가 본격적인 원재료 확보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 SK이노베이션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6일, 호주 원재료 업체와 직접 계약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성능 양극재 수요 증가로 인해 배터리용 니켈(Class-1 Ni)이 2025년 이후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재료 확보 우위를 점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SNE리서치의 최근(8/21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사용량은 11만 2천 톤(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0.9% 증가했다. 또한, 니켈 함유량을 높인 NCM622과 NCM811, NCM424*를 조합한 양극재가 각각 4위, 7위로 순위권에 첫 등장한 반면, 니켈 함량이 적은 NCM111은 지난해 대비 34.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 NCM622, NCM811, NCM424는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각각 ‘6:2:2’, ‘8:1:1’, ‘4:2:4’’인 배터리를 말한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자체 발열량이 낮은 니켈(N)/코발트(C)/망간(M) 등 양극활물질을 주로 양극재 원료로 사용한다. 특히, 니켈 비중을 높이면 출력이 증가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니켈 함량 증대는, 전기차 1회 충전 주행 거리 이슈를 해결할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업체들이 고밀도 배터리 개발을 가속화하면서 원재료 간 희비도 엇갈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니켈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가격 또한 상승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아담스 인텔리전스는 지난 5월, 전기차 배터리의 니켈 사용량이 지난해 대비 57%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니켈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연초 대비 4달러 이상 올랐다. 반면 리튬, 코발트 가격은 당초 기대보다 수요가 저조해 지난해 상반기 90달러 대에서 3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흐름을 읽고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기업 중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월 6일, 호주 광물 채굴 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마인즈(AM)와 황산코발트 및 황산니켈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호주 퀸즐랜드에서 채굴하고 있는 니켈, 코발트 중 적합한 광물을 100% 사들이기로 협의하면서 니켈 수급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계약을 통해 원재료를 고정된 금액이 아닌 런던금속거래소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하기로 했다. 최근 배터리 판매 가격이 원재료 가격과 연동해 책정되기 때문에 이는 원재료 구매 및 배터리 판매 시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으로 보여진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금속 상태의 니켈이 아닌, 별도 공정을 거친 황산니켈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가공 없이 양극재 생산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더욱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이번 계약 기간은 7년이며, 시장 상황을 반영해 6년 연장 협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한편, SK이노베이션은 니켈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린 NCM622를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14년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016년, NCM811**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18년 상업화에 성공했으며, 1회 충전으로 주행 거리가 500km 이상에 육박하는 NCM9½½*** 또한 개발을 앞두고 있다.

(**) NCM 811은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8:1:1’인 배터리를 말한다.

(***) NCM 9½½(구반반)은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90%, 5%, 5%인 양극재를 쓰는 배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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