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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정제마진 6달러 돌파… SK이노베이션, 3분기 실적개선 기대감 상승”
2019.07.11 | 윤진식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국내 정유업계 3분기 실적에 파란불이 켜지고 있다.

 

연초 이후 손익분기점을 밑돌던 싱가포르 정제마진*이 지난 7월 첫째 주 크게 회복돼 배럴당 평균 6달러까지 상승했다. 정제마진이 6달러 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 정제마진 :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 및 생산비용 등을 뺀 금액

 

증권업계는 드라이빙 시즌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함께 해외 정유설비 공급 축소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정제마진 반등 등에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해 3분기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강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는 특히 정유업계가 2017년 이후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분기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2017년 3분기에만 영업이익 5,264억 원을 달성하며, 당해 석유사업 전체의 30% 이상을 기록해 실적 호황을 이끌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그 해 영업이익의 57% 이상인 4,084억 원을 3분기 중 기록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증권업계는 최근 아시아 원유 시장도 구매자의 힘이 강해지는 쪽으로 옮겨갈 조짐이 보여 향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또한 글로벌 설비의 공급 축소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국내 정유사들의 3분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라고 해석한다.

 

메리츠종금증권 노우호 연구원은 지난 7월 8일 자 보고서에서 “지난 6월 초 설비 화재가 발생한 미국 PES(Philadelphia Energy Solutions Oil Refinery, 일 33만 배럴/ 미국 총 생산량 대비 1.5%)가 설비의 영구적인 폐쇄를 결정하며, 올해 하반기 휘발유의 타이트한 수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급작스럽게 발생한 공급 차질은 휘발유, 선박유, 등∙경유 등 대부분의 석유 제품 마진 상승을 이끌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설비 가동률 조정도 정제마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규모 공급 과잉을 주도해 온 중국 정유업체들이 마진 하락을 겪으며 가동률을 줄였다. 실제로 중국의 5월 석유제품 수출은 지난달 대비 경유 52.3%, 휘발유 27.4%가량 줄어들며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또한, 제품별로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요가 늘어난 휘발유 외 역내 화학 설비(NCC**) 정기보수 종료로 수요가 급증한 나프타(Naphtha)의 영향도 크다고 분석한다. 나프타는 휘발유, 경유와 같이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 제품 중 하나로, 기초 석유화학 제품인 크래커의 원료로 사용된다. 업계에서는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이 금지되면서 일부 석유화학 업체들이 나프타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그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NCC(Naphtha Cracking Center) : 나프타를 분해해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전통 화학 설비

 

경유 수요도 내년 1월 본격 시행되는 IMO 2020*** 규제로 인해 늘고 있다. 선사들은 황 함량 3.5% 이상의 고유황유(HSFO)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대체 선박용 연료로 황 함량 0.5% 미만의 저유황중유(LSFO), 경유(MGO/Marine Gas Oil, 선박용 경유)를 지목하고 있다.

(***) IMO 2020 : 2020년 1월 1일 시행되는 해운업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보호 규제를 말한다. 2017년 10월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마련한 규제로 전 세계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크게 낮췄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지난 7월 9일 자 보고서에서 “싱가포르 항구 선박연료 판매량 중 MGO가 늘고, 고유황유인 380CST(선박용 벙커씨유)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다”고 밝히며, “IMO 2020** 황산화물 규제 강화 관련 효과가 발현되기 시작하면서 이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으로, SK이노베이션의 올해 하반기 실적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조달 능력 또한 강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향 원유 수출을 늘려 경질원유 공급 과잉이 예견되자, 사우디 아람코는 8월 아시아 OSP****를 배럴당 0.25달러 인하(Arab Light 기준) 하기도 했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보고서(7/9자)에서 “아시아 지역에 주로 수출해 온 중동 산유국들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메리츠종금증권 노우호 연구원은 보고서(7/8자)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8월 OSP 인하를 결정했다. 5개월 만의 단가 인하로 WTI와 Dubai(두바이)유 간의 가격 격차 해소(7월 현재 배럴당 4.1달러)는 물론 마진 회복에도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 OSP(official selling price) :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정부 공시 원유 판매 가격

 

증권업계는 또한 총 2.0MBPD(Millions of Barrels Per Day) 이상의 미국 주요 대형 파이프라인들이 올해 4분기 중 준공되면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오는 원유량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이와 같이 국내 석유업계가 원유 도입 협상력을 강화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구매자 우위 시장(Buyer’s Market)으로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증권 강동진 연구원은 보고서(7/9자)에서 “수요와 원재료 측면(원유 조달)에서 정유업을 둘러싼 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상반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정제마진 개선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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