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이도연 연구원은 12월 19일자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도 내년 초면 아시아 정제마진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가 급락,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정제마진이 일시적으로 경색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실질적인 정제 제품 수요가 급감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2만원을 제시했다.
이도연 연구원의 동일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정제마진은 지난 11월까지 역사적 고점에 가까운 배럴당 7달러 전후에서 유지되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으나, 11월 말부터 역사적 저점인 배럴당 4달러 수준으로 빠르게 축소됐다.
이 연구원은 “가장 큰 이유로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가 급락하며 타 유종 간의 가격 괴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며 일차적으로 아시아 휘발유 마진이 축소됐고, 아시아 등∙경유 마진도 후행적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동일 보고서에서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환경은 우호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WTI가 현재 두바이유 대비 배럴당 10달러 가까이 가격이 낮은 상태이나, 중장기적으로 두바이가 WTI 대비 오히려 저렴해질 전망”이며 “이는 아시아 정유사의 원가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의 이유로 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3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 내년 하반기면 미국의 원유 수출 파이프라인이 완성되며 본격적인 수출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내년 봄철 정기보수* 시즌부터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국제해사기구) 규제에 앞서 정유사들은 최대한 경질유 사용을 위해 설비를 보완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꼽았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현재보다는 WTI와 두바이유의 가격 간극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그는 분석했다.
* 정기보수 : 공장 모든 기계의 가동을 멈추고 설비를 분해해 정밀검사, 정비, 노후설비 및 촉매 교체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IMO에서 발표한 환경규제 IMO 2020**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말 주력 생산기지인 SK 울산Complex에 VRDS(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감압잔사유탈황공정)***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VRDS는 황 함량을 획기적으로 낮춘 친환경 선박 연료유 생산 설비로, 현재 건설 작업이 진행 중이며 2020년 초 완공 예정이다.
**IMO 2020 : 2년 뒤인 2020년 1월 1일 시행되는 해운업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보호 규제를 말한다. 2017년 10월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마련한 규제로 전 세계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크게 낮췄다.
***VRDS : 감압증류장치의 감압 잔사유(VR, Vacuum Residue)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
▲ SK 울산 Complex 내 VRDS 건설 현장
2020년 신규 탈황설비인 VRDS가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IMO 2020에 맞춰 확대되는 선박용 저유황 중유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은 국내 기업 최초로 해상 벙커링을 통한 저유황 중유 생산을 실시하고 있으며, 스크러버**** 설치 사업을 검토하는 등 국제 해상유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스크러버(Scrubber): 선박용 황산화물을 저감하는 장비. 해수를 이용해 선박에서 나오는 오염된 공기 속 황산화물을 정화한다.
이도연 연구원은 동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아시아 정제마진 환경이 “올해 6월과 비슷한 환경으로 저점 기록 후 빠르게 반등했던 것과 동일한 모습을 예상한다.”며 “일차적으로 겨울 등∙경유 수요가 본격화되면 낮은 재고를 감안할 때 등∙경유를 중심으로 마진이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