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증권업계의 ‘컨센서스(consensus, 전망치/추정치)’를 상회하는 3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11월 2일 컨퍼런스 콜을 통해 발표된 SK이노베이션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조 2,331억 원(27.6%)이 증가한 14조 9,587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17억 원(12.7%)이 줄어든 8,359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18년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 3991억 원, 매출액은 40조 5,628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184억 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실적과 관련해 “유가와 환율 등 대외적인 변수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딥 체인지 2.0에 기반한 사업과 수익구조 혁신을 지속해서 추진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과거 석유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비정유 사업의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실적에서 비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한 好성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 이도연 연구원은 11월 5일자 보고서를 통해 컨센서스를 넘어선 요인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이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5% 증가하였는데 이는 PX* 스프레드(PX 판매가와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차이)가 개선됨과 같이 PX 설비 가동률도 전분기 대비 11%p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PX(Paraxylene, 파라자일렌) : 원유에서 나온 중질 나프타(Naptha)를 정제해 만든 석유화학 제품. 이를 원료로 사용해 고순도테레프탈산(PTA)을 만든다. PTA는 의류와 페트병 등에 많이 쓰이는 폴리에스터의 원료다. SK이노베이션은 연간 26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춰 국내 1위, 세계 6위다.
이 연구원은 또한 “윤활유 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 개선된 수준에 머물렀지만 비수기로 인한 가격 하락과 원재료인 유가상승을 감안할 경우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 상승으로 판매 마진이 좋아진 것이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 증권시장에서 기업의 실적이 예측범위를 벗어나 투자자들을 크게 놀라게 한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어닝시즌에 발표한 기업의 영업성적이 예상치보다 훨씬 초과하였을 때를 말한다. -출처 : NEW 경제용어사전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의 好성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황유식 연구원은 11월 5일자 보고서를 통해 “최근 영업이익 증가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PX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계획한 다수의 프로젝트가 2020년에나 정상 가동 가능할 것으로 보여 타이트한 PX 공급은 2019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이도연 연구원 또한 11월 5일자 보고서에서 겨울 성수기진입으로 SK이노베이션의 주력제품인 등∙경유 마진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낮은 재고수준과 타이트한 수급을 감안하면 등∙경유 강세에 따른 정제마진 급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PTA 증설과 폴리에스터(polyester) 수요 강세로 PX 스프레드가 예상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사 중 IMO의 황 함유량 규제에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저유황 연료유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정유사이며 IMO로 인해 가격이 급등할 제품 비중이 60% 전후로 가장 높다.”고 평가했다.
‘IMO 2020’은 2020년 1월 1일 시행되는 해운업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환경보호 규제다. 지난 2017년 10월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가 결정했다. 이때부터 전 세계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크게 낮춘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는 이를 규제 중의 규제로 부른다.
2020년 1월부터 해상 연료유 시장은 IMO 2020 시행으로 인해 황산화물 0.5% 미만의 저유황중유(LSFO= Low-Sulfur Fuel Oil), 선박용 경유(MGO= Marine Gas Oil),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저유황유 중심으로 재편이 불가피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2020년까지 SK 울산Complex에 1조 원 가량을 투자해 고유황 중질유 탈황 설비(VRDS, 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를 신설키로 결정했다.
***고유황 중질유 탈황 설비(VRDS, 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 감압증류장치의 감압 잔사유(VR, Vacuum Residue)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 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를 지칭한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 2018년 9월, 친환경 저유황유 사업 확대를 위해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이자 유일하게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해상 블렌딩 비즈니스란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반제품을 투입해 저유황중유 (LSFO)를 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 해상 블렌딩은 육지 아닌 바다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어려움이 크다는 분석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국내 유일하게 시행 중이고 해외에서도 일부 기업만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00만 톤 수준의 저유황중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는 IMO 규제에 본격 대응키 위해 기존 저유황중유보다 황 함량이 낮은 초저유황중유(ULSFO, Ultra Low-Sulfur Fuel Oil, 황 함량 0.1% 이하) 마케팅 물량을 지난해 대비 2배가량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