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기고] ’끓는 지구’의 시대, 경쟁력 있는 사회적기업이 된다는 것 – 친환경 소셜벤처 모어댄 최이현 대표
2023.08.04 | SKinno News

 

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한 충격적인 뉴스가 연신 들려온다. UN(국제연합, The United Nations)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7월 27일, 이제 우리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를 넘어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선언했다.

 

단순히 시대를 정의하는 단어가 바뀐 것만이 다는 아니다. 이번 여름 더욱 절감하게 되는 극한 호우나 폭염 같은 기상 이변,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된 수산물, 호흡기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의 여파는 우리 일상 곳곳을 침투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가 함께 겪는 위기다. 국제사회는 산업 발전에 따른 부작용인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와 그 여파의 심각성에 대해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각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엄격히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거의 모든 기업이 탄소 중립을 외치며 저마다 대응에 나서고 있다.

 

모어댄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은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법인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 목표를 이룬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이윤만을 위해 전념한다 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에 불안하기도 했다. ‘과연 우리 회사가 발이라도 붙이고 서있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수없이 들었다.

 

이러한 고민 가운데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게 신념으로 작용한 것이 있다.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DBL(Double Bottom Line)이다. DBL은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만든다는 SK의 핵심 경영철학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객 및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만약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상충되는 경우에 망설임 없이 ‘사회적 가치’를 택해야 한다고 답하는 최 회장의 배포이다. 이러한 답은 진정성 있는 신념 없이는 불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매번 설립, 지원, 육성 그리고 파트너십에 이르는 전략을 돌아보고 개선한다. 모어댄은 이 과정에 참여해 SK이노베이션과 깊은 인연을 쌓아왔다. 돌이켜 보면 SK이노베이션은 모어댄을 장기적 관점으로 육성하고자 했던 듯하다. 이를 통해 쌓인 노하우와 경험으로 여러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전략을 고도화하고자 함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모어댄은 크게 3단계의 형태로 스케일 업(Scale Up) 지원을 받았다. 초기 창업단계에는 자금 지원을 통해 업사이클링 사업의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2단계에서는 경영 자문과 홍보 지원을 통해 모어댄이 만드는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전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확산될 수 있었다. 3단계에서는 LCA(Life Cycle Assessment, 전과정평가) 검증 지원을 받았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단계로, 이는 우리 기업에게 큰 의미의 훈장과 다름없다.

 

모어댄이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Triple Bottom Line.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넘어 환경적 가치까지 창출함을 의미한다.

 

모어댄은 폐자동차로부터 버려지는 가죽 등을 재활용해 가방, 지갑 등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폐 그물, 구명조끼 등도 자원으로 사용하는 등 자원순환의 밸류 사이클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은 물론, 환경적 가치까지 창출하는 Triple Bottom Line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단순히 버려지는 소재를 재사용한 것만으로 환경친화적이라고 한다면, ‘그린 워싱(Green Washing)’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소재’와 같은 일부 속성에만 초점을 맞춰 전체적인 환경 영향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ESG 가치를 창출한다면, 이는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모어댄은 경기도 파주시에 국내 최초로 에너지 자립형 생태공장을 완공했다. ‘컨티뉴’는 모어댄이 운영하는 브랜드다.

 

지난 2021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모어댄은 국내 최초로 에너지 자립형 생태공장을 완공했다. 이곳은 신재생에너지 사용은 물론, 빗물과 중수 재이용 시스템을 통해 탄소 발자국 및 물 발자국 Zero를 실현하기 위한 산실이 됐다. 이러한 노력 끝에 모어댄은 국내 패션기업 최초로 비콥 기업* 인증을 받았을 뿐 아니라 비콥 본부로부터 2022년 글로벌 상위 5% 환경가치 창출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비콥 기업 (B Corp) : 미국의 비영리단체 비랩(B Lab)에 의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며 사회•환경적 성과와 재무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인증을 받은 기업

 

모어댄에 대한 비콥 인증 결과. 평가 완료한 일반 사업체의 평균 점수는 50.9, 비콥 인증을 받기 위한 자격은 80점인데 비해, 모어댄은 99.3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리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진정한 ‘친환경 기업’으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모든 생애에 대해 지속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했다. 우리가 재활용한 소재가 신재료를 사용할 때와 비교해 어느 정도의 환경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소재의 자원순환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는지, 전기나 물은 얼마나 사용하고, 폐수는 얼마큼 발생하는지 등 전체 공정에 대한 데이터를 검증하고자 한 것이다.

 

모어댄은 폐자동차로부터 버려지는 가죽 등을 재활용해 가방, 지갑 등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생태공장을 가동하면서 스콥(Scope) 1, 2, 3**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기반으로 제품의 전과정을 평가 및 측정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하지만, 우리 자체의 역량만으로는 국제 표준절차에 따라 전과정평가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LCA 평가 1년 전부터 검증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및 노하우 전수 등 단계적인 지원을 제공했다.

(**) 스콥(Scope) : 기업의 탄소 배출을 성격과 측정 범위에 따라 구분한 것으로 직간접적 배출에 따라 1, 2, 3으로 구분한다.

 

지난 7월, 모어댄의 LCA 검증을 기념해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LCA Unit과 함께 전달식을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타임 넷제로(All Time Net Zero) 달성을 위해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LCA 조직을 환경과학기술원 산하에 구성하여 운영해 왔다. 사실 이들은 여러 자회사의 LCA 평가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ESG에 대한 정보 공개 및 공시 요구가 어느 때보다 거세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사회적 기업 육성 지원의 관점에서 모어댄의 LCA 평가 및 검증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모어댄은 가죽제품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LCA 검증을 받은 친환경 기업이 되었다.

 

장기적 관점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진정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번 LCA 인증 지원의 의미가 깊다. 이번 협업은 대기업과 소셜벤처가 연대하여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를 실현한 훌륭한 사례로 자리 잡을 것이다.

 

모어댄은 이번 LCA 검증을 통해 공정 전반에 대한 실증적 데이터를 확인했고, 환경적 가치에 대한 통찰의 기회를 갖게 됐다. 이 과정을 진행하며 모어댄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제는 지원받는 기업이 아니라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선제적으로 ‘넷제로 2030’을 실천해 나가자는 목표이다. 모어댄은 환경을 위한다는 구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ESG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그것이 ESG 시대에 사회적기업의 중요한 생존전략이자 경쟁력임을 증명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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