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후 변화는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젠다이다. 일부 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신기술 활용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변화의 시기와 진행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숙고하고 있는 단계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SK그룹은 뚜렷한 목적의식과 명확한 의지를 다져온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이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2021년 그룹의 새로운 포부를 밝히면서, 2030년 기준 글로벌 탄소감축 목표의 1%에 해당하는 2억 톤의 탄소 감축에 기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최태원 회장은 2050년까지 SK그룹의 탄소배출량을 ‘0’로 만드는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기로 목표를 수립했다.
동종 업계의 회사들도 넷제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SK그룹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 전략’은 타사와 달리 해당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만한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점은 전략과 목적의 명확성, 신중한 실행 계획, 파트너십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업계 판도를 변화시킬 기술(game changing technology)을 발굴하려는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사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할 수 있다(Can-Do)”는 의지를 확산시킨 기업가 정신이 SK 모든 임직원들의 마음에 새겨져 있다.
이 기고에 제시된 다양한 인사이트는 지난 20년간 SK 그룹과 함께하면서 겪은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또한, 글로벌 전략을 강의하는 교수로서 세계 최대규모의 화학 기업의 최고 경영진에게 자문을 제공해온 나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다. 필자는 SK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이 제시해본다.
| 명확한 목적과 비전
한 유명 야구팀 감독은 “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어떤 길이든 그곳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환경 변화의 물결에 휩쓸린 조직은 종종 두 가지 주목할 만한 함정에 빠지게 된다. 첫째, 이러한 조직들은 변화의 심각성을 최소화하고 대응이 불가능해질 때까지 그 결과를 계속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하나는 일관성 있는 전략적 대응의 결여로 정확하지 않은 전략을 지원하는 최적화되지 않은 자원 분배가 초래된다는 것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ESG(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에 대한, 구체적으로는 넷 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한 두 가지 접근 방식으로 그린 앵커링(Green Anchoring)과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 전략을 제시했다.
▲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창립 60년을 한해 앞둔 SK이노베이션이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하고 있다.
그린 앵커링은 재생(Renewable) 에너지 및 배터리 비즈니스의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기존 사업을 혁신하려는 SK이노베이션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전략은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다. 조직의 성과가 확실하게 입증된 기존 비즈니스에 지속적으로 제도적 변화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두 가지 근본적인 현실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다. 첫째는 화석 연료로부터의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둘째, 재생(renewable) 에너지로의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현실화되기 전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화석연료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주요 석유·가스 기업들은 이 사실을 상당히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학계 동료들과 함께 공동으로 저술한 연구에서 우리는 업계 다수의 기업들이 여전히 방관자(spectator) 또는 신중한 방어자(cautious defender)로 구분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은 당분간은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다른 영역으로의 전환은 유보하거나 일시적으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형식적인 수준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정제시설 자산 일부를 처분하기로 했지만, 이는 단순히 소유자 변경일 뿐 문제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기후변화 해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한 조치는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돋보이게 만들고 ESG 활동가들의 압력을 회피하는 일시적 완화 조치에 불과하다. 제도화될 가능성이 있는 변화는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서 나온다.
비즈니스 현실에 대한 예리한 선견지명과 ESG에 대한 단순한 우려를 넘어서는 능력의 결합이 바로 SK 이노베이션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후 위기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적 변화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노후화의 위협을 성장의 기회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작가이자 기업가인 세스 고딘(Seth Godin)은 “변화는 위협이 아니라 기회이다. 생존이 목표가 아니라 성공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ii
SK이노베이션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Carbon to Green으로 진화하는 것이 회사의 사명과 열망에 부합하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라는 깊은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매력은 명료함에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해 7월 파이낸셜 스토리 데이에서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 혁신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소재(Green Energy & Materials Co.’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메시지는 명확하고 방향성 또한 분명하다.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대한 김준 부회장의 이 같은 표명은 최태원 회장의 비전과 일치할 뿐 아니라, 모든 전략의 공적인 이행에 중요한 요소인 ‘무엇’과 ‘왜’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전략은 “미래 예측 및 귀납적 추론(look forward and reason back)”이라는 전형적인 원칙이다. 즉 문제나 도전과제의 최종 단계를 생각해 본 뒤에 다시 추론해 과제 해결에 최적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개념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가까운 미래에 석유화학 사업을 급진적으로 재편성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결론을 내린 후, SK 이노베이션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구체적인 일정과 함께 일련의 단계를 정의하기 위해 다시 추론했다.
업계에서는 극소수만이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과감한 방향을 따르고 있다. 필자가 진행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Neste Oy, Valero Energy, Total, Equinor, Idemitsu, Enbridge와 같은 글로벌 리더들이 SK이노베이션과 유사한 전환 전략을 잘 정의한 소수에 속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SK이노베이션이 지금까지 시도하고 있는 아시아 기업이 거의 없는 스코프(Scope) 1, 2, 3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이다. 책임 있는 조직이 되겠다는 막연한 약속과 불명확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과는 달리,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렸다. 이것은 많은 CEO들이 종종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미래 예측 및 귀납적 추론” 원칙을 분명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 실행 계획의 타당성
SK이노베이션이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즉시 실행해야 하는 탄소 감축 방안과 중장기적인 감축 방안이 포함된 모든 밸류 체인의 세부 영역을 다뤘다. 추론(reasoning back)의 원칙을 반영해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새로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보다 획기적인 변화 방안과 더불어, 조직이 변화를 통해 상당한 탄소 감축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점진적인 방안을 담았다.
SK이노베이션의 자원 배분을 살펴보면 업스트림(Upstream) 영역인 석유 개발, 탐사(exploring) 및 생산 단계에서 탄소 포집, 저장 (Carbon Capture & Storage, CCS) 사업을 비롯해 다운스트림(Downstream) 및 화학 분야에서 열분해, 해중합과 같은 여러 기술과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정제와 마케팅 분야에서도 리뉴어블 공급 원료(feedstock) 사용, 넷제로 원유의 도입뿐 아니라,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슈퍼스테이션 구축 등을 추진 중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공정 효율 개선, 탄소배출이 많은 설비 가동 제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 도입 증대 등 많은 활동들이 진행되어 왔으며,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졌다. 열원 회수 및 업사이클링, 폐수 저감, 리뉴어블 피드스탁 사용과 같은 조치는 모두 SK이노베이션이 이미 보유하고 있어 활용이 가능한 역량 범위 내에 있다. 또한, 업계 선도 기업과의 업무 체결을 통해 회사의 역량을 강화했다.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의지는 일반적으로 동종 석유화학 업계의 대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복잡한 라이선스 계약과 관련된 미묘한 뉘앙스 혹은 *Not Invented Here 증후군으로 인해 종종 곤경에 처하는 많은 석유·가스 기업들은 특히 비즈니스의 핵심 영역에서 지식 공유를 필요로 하는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NIH 증후군: 신제품을 구상한 부서를 다른 부서에서 적대시하거나 위협으로 느끼는 것.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열분해, 해중합과 같은 분야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루프인더스트리 등 선도 기업과 함께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파일럿 플랜트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MOU 체결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한 공동 참여로 더 깊은 지식을 축적할 수 있어 상호 윈-윈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투자를 통해 정유 및 연관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성과를 위한 새로운 기회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센터 냉각에 활용되는 냉각 윤활유를 개발하기 위해 기유 분야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구축하려는 계획은 큰 그림에 맞아떨어지는 하나의 퍼즐 조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 기업 문화 및 경영 시스템과 같은 무형의 이점
기업의 고위 경영진이 대(大)전환의 성패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SK의 경영진은 SK의 진정한 성공 비법이자 탁월한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조직이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에 대한 프로세스 매뉴얼로 규정될 수 있는 SK의 자랑스러운 SKMS**는 오랜 기간 그 유효성을 입증해 왔다.
(**)SKMS(SK Management System) : SK의 존속과 성장에 근간이 되어온 경영원리이며, SK 관계사들이 공동으로 실천하는 경영관리체계
SKMS는 구성원의 중요성, 지속적인 혁신, 환경 보호와 같은 핵심 가치를 구현한다. 노련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고위 경영진들 일으키는 변화의 물결, 경영진들의 비즈니스 통찰력과 기술력, 높은 수준의 자율 경영 및 열린 리더십 등이 모여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문화의 시작을 보여준다.
이처럼 새로운 기업문화는 MZ세대 직원들이 주도할 미래 사회 환경에 적합한 문화이다. SK이노베이션이 새로운 기업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실행 단계로 이미 진입한 것을 보면 긴박감까지 느껴진다. 의미 있는 변화와 측정 가능한 성과는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돼야 나올 거 같지만, 이미 성과는 보이기 시작한다. SK이노베이션이 시도하고 있는 정도의 대규모 변혁은 결실을 맺으려면 보통 수년이 걸린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전략은 탄탄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며, 오랜 기간 구축해 온 회사의 역량이 뒷받침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가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수립 및 실행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통제와 감독을 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조에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세 가지 구성 요소인 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차원의 책무를 담당하는 이사회 레벨의 ESG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는 ESG가 변환 프로세스의 중심이 돼 있음을 반증하며 CEO 성과 평가와도 시스템이 연계 돼있다.
이러한 변화는 SK그룹 성공의 역사적 뿌리, 즉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환경과 사회를 돌보는 동시에 투자자의 목표에도 부합한다는 핵심 철학을 뒷받침하고 강조한다.
▲ SK이노베이션 김종훈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 개선안에 대해 제시했다.
| 앞으로의 과제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의 긍정적인 성과를 실제로 입증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규모 변화는 실제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결실에 대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SK이노베이션이 단기간에 거둔 일련의 성과들은 SK이노베이션의 변화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 변화를 실제로 이행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신뢰를 더욱 주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린 앵커링과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이 그린워싱(Greenwashing)으로 보일 가능성이 없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도 반대론자들이 있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석유·가스 회사 중 일부가 안타깝게도 그러한 약속을 어긴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의문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답변을 통해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의지를 더 명확하게 반영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화석연료 회사도 바뀔 수 있으며, 실제 결과가 노력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여정은 최태원 회장의 말을 확실하게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다른 석유·가스회사를 괴롭혔던 그린워싱에 대한 비난과는 달리, 다른 동종 경쟁사들에 비해 기후변화 우려를 보다 근본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뚜렷하고, 깊고, 지속적인 변화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경험상 오늘날 SK이노베이션 만큼 계획, 일정, 성과 진행 상황 및 결과를 공유 차원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은 결코 보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는 그린워싱에 대한 의심을 잠재울 수 있는 중요한 조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했고 전향적인 성과 창출을 통해 이러한 비판이 잠잠해질 수 있도록 그 여정을 계속해야 한다.
혁신의 결과를 완전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시장 판도를 바꾸는 기술의 구축에는 기술적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문제까지 더해질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업계 최고의 기술력과 능력을 갖춘 기민한 경영진의 리더십 아래 명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지금까지 실행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향후 수십년 동안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길을 확고히 다짐하며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제 결과를 보여줄 때다.
i Hartmann, J., Inkpen, A., and Ramaswamy, K. 2022. The oil and gas industry: Finding the right stance in the energy transition sweepstakes. Journal of Business Strategy, 34(1) 17-27.
ii Godin, Seth. 2012. Survival is not enough: Shift happens. Simon & Schuster. p.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