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 칼럼
[기고] 기술이 지구를 살린다, CES서 빛난 SK이노 그린 테크
2022.01.08 | 김정유

▲ CES 2022 SK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Green Forest Pavilion)’의 3구역 ‘내일로 가는 발걸음(Walk to Tomorrow)’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2’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치열한 기술 경쟁의 장(場)이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예요”라며 그들의 전시관을 통해 외친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SK의 전시관은 뭔가 달랐다. 기술 경쟁에 혈안이 된 기업들 사이에서 SK는 ‘탄소 중립’이라는 인류와 기업들의 궁극적인 과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조금은 느리지만 정확하게 SK그룹의 주된 경영철학을 각인시킨 듯한 모습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꾸린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Green Forest Pavilion)’은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각 회사별 경쟁력을 ‘탄소중립’과 연결시켜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이 중에서도 정유·화학·배터리 사업을 아우르는 SK이노베이션의 전시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사실 SK이노베이션이라면 ‘정유·석유화학 기업이어서 탄소 중립과 정반대에 놓여 있는 기업인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테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이번 CES에서 SK 전시관 중에서도 가장 전면에 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SK이노베이션이 실제 기술 혁신을 통해 다양한 과정에서 탄소를 감축하고 있고, 앞으로의 잠재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SK그룹 입장에서도 이처럼 공부 잘하는 ‘우등생’을 가장 앞에 둘 수밖에 없었을 거다.

 

SK이노베이션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회사 SK온을 통해 최근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배터리·분리막 사업부터 회사의 든든한 캐시카우(Cash Cow) 정유·화학 사업 등이 대표적인 주력 아이템들이다. 이들 사업이 감축할 탄소는 오는 2030년 기준으로 매년 총 1,100만 톤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배터리·분리막 사업에서 417만 톤,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서 136만 톤,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서 500만 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에서 50만 톤, 전기차용 윤활유 사업에서 1만 톤의 탄소를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88명 이상이 매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이번 SK 전시관 가장 처음에 전시된 아이템은 바로 SK이노베이션(SK온)의 리튬이온배터리 ‘NCM9’이었다.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니켈 비중을 90%까지 올리고 안전성까지 잡은 배터리다. 이 배터리가 전기차에 탑재되면 2030년 기준 약 420만 톤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SK이노베이션이 新성장 사업으로 육성 중인 배터리가 탄소 중립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이어서 관람객 입장에선 매우 흥미롭다. 주력 사업의 기술 개발로 기후변화까지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넓게 보면 이것도 혁신이다. 두 번째 전시 구역에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 역시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만큼 기술 혁신을 할수록 탄소 저감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또 흥미로운 점은 기존 탄소 중심의 사업(정유·화학)을 했던 SK이노베이션이 해당 사업을 다시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거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해중합,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등 3대 기술이 핵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간 250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도 오는 2027년까지 구축한다. 화학 기반 업체가 폐플라스틱 재활용 전환에 적극적이고 실제 기술개발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은 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단순히 말로만 들으면 어려운 이 같은 탄소 중립 노력을 SK이노베이션은 CES 2022 SK 전시관에서 시각적으로 재밌게 보여준다. 상당히 이색적인 공간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구역을 통해서다.

 

첫 전시 공간이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SK그룹 계열사들의 주요 기술과 제품을 보여줬다면, 이 구역에선 결국 해당 사업들을 통해 얼마나 탄소 감축에 기여할 것이냐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들었을 수 있는 탄소 저감 규모가 다양한 숫자와 그림으로 나타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업 스스로가 “저희 탄소 감축 많이 해요”라고 일방적으로 외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이 시도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생명의 나무’ 구역은 가운데 생명의 나무 모형 중심으로 사방에 영상이 나오고 SK가 추진 중인 친환경 사업을 9개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영상에 뜨는 증강현실(AR) 아이콘을 캡처하면 각 주제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감축량만큼 ‘그린 포인트’를 주는데, 이게 매우 흥미롭다.

 

▲ SK 전시관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의 4구역 ‘그린 플레이그라운드(Green Playground)에서 친환경 럭키 슬롯 게임을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

 

실제 이번 CES는 많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면서 다소 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행사 기간 동안 매일 시끌벅적했던 곳은 단연 SK 전시관이었다. 전시관을 참관하고 받은 ‘그린 포인트’로 일종의 ‘뽑기’ 기계인 ‘수소를 잡는 H2 크레인’, 라스베이거스의 특징을 살린 슬롯머신 ‘친환경 럭키 슬롯’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에 성공하면 선물을 받게 되는데 관람객들에겐 이만한 재미가 없다. 의미와 재미란 두 마리 토끼를 충분히 잡았다는 생각이다.

 

이번 CES 2022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그린 테크놀로지’(녹색 기술)이었다. 이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파는 것에 몰두하지 않고 재활용 소재 적용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을 생각한다. 이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 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SK그룹은 이 같은 흐름을 잘 짚고 탄소 중립에 있어 이번 CES 2022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가치가 이제 점점 글로벌로 확산되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관련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