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 전망과 우리 외교에의 함의
2021.03.15 | 김종훈

김종훈의장_기고_메인

 

|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소란스러웠던 선거과정을 거쳐 조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후보가 초강대국 미국의 새 지도자가 되었고, 이에 따라 세계질서의 흐름도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데에는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던 코로나19를 무시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과 BLM1 운동 등 반 트럼프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백악관의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모습과 아들. 딸. 사위 등 가족을 요직에 앉혔던 것과는 달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새 행정부 요직에 배치되고 있는 것도 괄목할 만한 차이점이다.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워싱턴 정가의 일반적 평은 Smart but firm(스마트하지만 강인하다)으로 요약된다. 대선에 이어서 있었던 조지아州 상원의원 2석에 대한 결선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주도하게 되어 정책 추진에 상당한 동력을 갖추게 되었다.

(1) BLM (Black Lives Matter) 운동 :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뜻으로, 2012년 미국에서 흑인 소년을 죽인 백인 방범요원이 이듬해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나면서 시작된 흑인 민권 운동을 말한다.

 

|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1. America is back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일성이었다. 국내적으로는 국론분열을 치유하여 사회 통합을 이루고 대외적으로는 도덕성을 갖춘 초강대국으로서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일방주의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많은 서방 국가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지구상 어느 나라가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는 나라는 없겠지만 트럼프의 일방주의는 국제사회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룩한 성과들을 무시하였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기후변화협약 탈퇴, 유네스코 탈퇴, WTO2 무력화, WHO3 탈퇴 등이 그 예들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기후변화협약에 복귀를 선언하였고 하나하나 제자리로 돌아오는 수순을 밟고 있다.

(2) WTO (World Trade Organization) : 무역 자유화를 통한 전 세계적인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기구
(3) WHO ( World Health Organization) : 보건·위생 분야의 국제적인 협력을 위하여 설립한 UN 전문기구

 

2. 민주주의국가 동맹과의 결속 강화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빠른 시일 내에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하였다. 지난 2월 19일 화상으로 개최된 G-7 정상회의와 뮌헨 안보회의(MSC)는 취임 후 첫 번째 다자외교 무대였던 바, 여기서 그는 ‘우리 중 하나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며, 이는 흔들림 없는 맹세’라며 동맹 복원을 명백히 선언하였다. 전임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을 손해 보는 장사라는 인식 하에 방위비 분담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해외 주둔병력 감축을 거래 거리로 내세웠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민주주의 연대와 동맹 간 결속 강화는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3. 대중국 압박 지속, 그러나 달라질 방법

 

20년 전 새로운 천년이 열리던 때, 당시 국제질서는 구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을 유일 초강대국으로 하는 일극 체제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G-24로 불리면서 “신형 대국 관계”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중국은 미국에게 체제 도전, 가치 도전, 기술 도전 등 총체적 안보도전의 위협적 존재가 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필연적으로 트럼프 흔적 지우기와 궤를 같이하겠지만, 중국에 관한 한 압박과 견제는 더 정교하게, 인권문제 등을 포함하여 다면, 다층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QUAD5, D-10 등 전략에서 나타나듯이 동맹 내지 민주주의 국가들의 동참을 도모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로 미무역대표부(USTR)를 전면에 내세워 관세를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하였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인도, 태평양 전략 실무책임자들의 면면을 보면 강경입장을 보여왔던 중국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최근 2월 24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희토류, 의료장비 및 의약품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와 부품의 공급망을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이 조치는 차세대 산업에 긴요한 핵심 소재 및 부품의 중국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선제적으로 안보리스크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결과에 따라 상당한 경제적 파장이 예상된다.

(4) G-2 : 가장 강한 나라로 인정는 미국과 중국을 같이 이르는 말
(5) QUAD :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4.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지난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 중 하나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의 복귀였다. 또한, 산업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셰일산업6을 지원했던 트럼프와는 달리 캐나다 알버트 주의 석유를 미국 남부로 수송하는 송유관 건설 사업도 중단할 것을 명령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은 상당히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를 유럽연합(EU)이 적극 환영하고 있음에 비추어, 특히 탄소배출 저감 노력은 Global Agenda로 다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들은 Carbon Leakage7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 국경세(Carbon Adjustment Border Tax)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향후 관련 논의가 본격 공론화되거나 또는 공론화에 진전이 더딜 경우 선진국들에 의한 국내 조치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6) 셰일산업 : 모래와 진흙이 쌓여 단단히 굳은 셰일층(shale formation)에서 개발 및 생산되는 원유와 천연가스 산업
(7) Carbon Leakage : A국이 탄소배출을 적극 억제하는 동안 B국이 이를 등한시하면서 가격 경쟁을 갖추게 되면 결국 세계적으로 탄소 억제가 실패하게 된다는 논리

 

5. 국제통상에서 다자규범 회복

 

트럼프 행정부에서 다자통상 조직인 WTO는 말 그대로 형해화 되었다. 다자구도 자체가 미국 국익 실현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겠다는 기본입장에서 WTO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였다. 개혁의 방향은 분쟁 해결 제도를 살려내는 것과 함께 다분히 지난 20년간 중국이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제도의 맹점(개도국 특혜, 보조금 제도 투명성, 국영기업의 반시장적 행위 등)을 시정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 캠페인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언명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11월 중국이 포함된 15개국이 RCEP8을 체결하였고, 일본 등 11개국이 운영중인 CPTPP9에서는 미국이 발을 뺀 상태이어서 이 지역에서 중국이 통상 질서를 주도해 가는 것은 통상문제 이상의 함의가 있으므로 미국의 복귀는 시간문제일 뿐 당연해 보인다. 그 과정에서 현행 협정에 더하여 구성 국가의 확대(그동안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가입이 회자되어 왔고, 최근에는 Brexit 후의 영국이 가입 의사를 표명하였다.), 디지털경제, 환경 등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시도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8)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통합하는 ‘아세안+6’ FTA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 협정
(9) 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 일본 주도로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 한-미 관계에의 함의

 

미국 신행정부의 대외적 스탠스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며, 시행방식도 실무상향식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다. 자칫 오바마 식 전략적 인내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으나, 지난 2월 25일 시리아 내 이란 민병대 시설을 전격 공습한 일은 필요시 단호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우리측 중재에 따라 김정은과의 빅딜에 기대를 갖고 세 번의 정상 대면을 가졌지만 실패하였다. 돌이켜보면 트럼프는 북한이 미국을 직접 겨냥하여 도발하지 않는 한 한국의 안보 및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 듯하다. 집권 후반기 턱없는 방위비 인상 요구와 병행하여 간간히 터져 나온 주한미군 감축 겁박은 우리 안보 현실에 비추어 매우 위험한 언행이었다. 거기에 비하여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과의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수차 표명하였고, 최근에는 방위비 분담 협상도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되고 있다는 뉴스가 있어서 우리 안보에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김정은으로부터 러브레터를 받았다는 사람과 그를 깡패(Thug)라고 지칭하는 사람의 북한문제에 대한 접근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신행정부의 스탠스가 바뀐 것이 자명한 만큼 북한 바라보기로 일관해 온 우리의 스탠스도 조정되어야 공조가 이루어질 것 임은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결코 간단치 않은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의 억지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미-중 간의 대립은 이제 국제 질서를 신냉전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갈등과 대립은 한국외교에 있어 난제임이 분명하다. 중국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심화된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많은 나라의 공통점이다. 1992년 수교와 중국이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이 되면서 우리 경제, 특히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아졌다. 한편, 굳이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의 참전까지 들추어내지 않더라도 2000년 한-중 마늘협상과 2016년 THAAD10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막무가내식 경제보복에서 우리는 중국의 무도하고 비합리적인 민낯을 똑똑히 보았다.

(10)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 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목적으로 제작된 공중방어시스템

 

시진핑 주석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는 고래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발언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지배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국 중원의 왕조가 지난 2000년간 한-수-당-송-원-명-청으로 바뀌어 오는 동안 한반도는 삼국시대-고려-이조로 이어져 왔음에서 보듯이, 그들 왕조가 바뀌었다고 우리 왕조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중원의 지배세력을 능가하는 생명력을 이어온 것이 우리 역사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는 원칙 있는 외교를 펼쳐 나가야 한다. 정치체제가 다르고 신념과 가치가 다르다 해서 상대가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한 선린우호의 기초 위에 평화 공존해야 함은 당연하나 원칙 없이 사대하는 것은 스스로 약해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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