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페트로넷(www.petronet.co.kr)은 12월 18일,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우드맥킨지’의 수석연구원 ‘사이먼 플라워스(Simon Flowers)’가 ‘2021년 에너지 관련 주요 테마 및 리스크(Big themes and risks for energy in 2021)’라는 제목으로 내년 글로벌 에너지 업계를 전망한 기사를 소개했다.
해당 기사를 통해 사이먼 플라워스 수석연구원은 2021년 글로벌 에너지 업계의 큰 흐름으로 ▲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응, ▲석유 수요, ▲자금 조달, ▲투자 등 주요 테마 다섯 가지를 꼽고 이에 대한 전망과 예상되는 리스크를 분석했다.
01 | 경제회복에서 부흥으로
사이먼스 플라워스 수석연구원은 기사에서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이 시작됨으로써 급격한 경제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만약 글로벌 GDP* 성장률이 2019년 정점을 뛰어넘는다면 역대 최고의 경제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는 GDP에 4조 달러(한화 약 4,400조 원)를 추가하는 것으로 세계 4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GDP와 맞먹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근 구리 가격의 급등은 경기 상승 사이클을 암시하는 지표”라면서 “2021년은 장기 원자재 가격 상승의 원년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 외국인이든 우리나라 사람이든 국적을 불문하고 우리나라 국경 내에서 이루어진 생산활동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내총생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의 생활 수준이나 경제성장률을 분석할 때 사용되는 지표다. – 출처 : 시사상식사전
이는 또 다른 슈퍼 사이클인가? 이에 대해 우드맥킨지는 GDP 성장률을 2000년 이후 2.9% 성장해 왔던 것보다 낮은 2.1%로 다소 냉정하게 보고 있다. 우드맥킨지는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는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는 새로운 동력으로, 향후 20년간 약 40조 달러(한화 4경 4천조 원) 이상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이 원자재로는 구리, 알루미늄, 니켈, 리튬, 코발트가 있고 가스 또는 LNG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드맥킨지는 글로벌 경제회복과 관련한 리스크도 함께 제시했다. 코로나19 백신의 배포가 늦어지게 되면 회복이 느려질 것이며, 팬데믹의 상처들 또한 경제회복을 늦추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많은 부채를 가진 국가의 정부들은 지출의 고삐를 죌 것이며, 높아지는 소득 불균형은 정부의 포퓰리즘과 보호주의 정책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반세계화 역시 글로벌 경제 성장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02 | 기후변화 대응 조치 강화
사이먼 플라워스 수석연구원은 기사에서 “2021년 11월 영국에서 개최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될, 오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를 2℃ 또는 그 이하로 묶을 향후 5년 간의 각국의 이행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국의 탄소중립 선언(2060년), 대한민국과 일본, 캐나다의 탈탄소(2050년), EU의 그린뉴딜 비준(2021년초 예정), 영국의 배출 기준 상향,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파리협약 재가입과 같은 주요 퍼즐 조각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들의 야망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노르웨이의 국영 석유기업 에퀴노르(Equinor)는 메이저로서는 가장 늦게 2050년 탈탄소 선언을 했고, 룩셈부르크의 거대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과 세계 최대 석탄 트레이딩 기업 글렌코어(Glencor)도 2050년 탈탄소 선언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드맥킨지는 이에 대한 리스크로 미국 상원과 대법원이 바이든의 미국 탈탄소 정책에 대한 손을 묶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탈탄소화가 어려운 부문에 대한 탄소비용 부과에 대한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경제 재건 문제가 각국 정부가 약속한 탈탄소화 노력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며, “이러한 것들이 그린수소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과 같은 제로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03 | 석유수급 균형과 이란
동일 기사에서 사이먼 플라워스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제회복으로 2021년은 석유 수요가 하루 660만 배럴 증가하는 특별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OPEC+**는 2021년 석유 공급을 제한해 시장의 균형을 회복하기로 했다”며 “회원국 간 합의로 내년 1월 하루 50만 배럴 증산하기로 한 것은 수요 회복에 맞춘 것으로, 2021년 말 브렌트유(Brent)는 배럴당 55달러를 상회할 것이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 OPEC+ : 석유수출국기구회원 OPEC의 14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10개로 구성된 주요 산유국 연합체
수석연구원은 이와 함께 석유수급 균형에 대한 리스크도 제시했다. 팬데믹 극복이 지연되면 수요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란이라는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조만간 지정학적 분위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어 OPEC+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빨라도 2022년까지는 유지되겠지만 만일 경제 제재가 해제된다면 수 개월 내에 하루 1백만 배럴의 공급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재협상을 하기로 결정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란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1년 6월 전에는 아무런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란은 핵 합의에 명시된 중요 사항들을 반드시 이행해야만 한다고 분석했다.
04 | 재무건전성 회복
사이먼 플라워스 수석연구원은 “2020년 석유업계의 재무제표는 영업손실과 마이너스 현금흐름, 자산손상 등으로 엉망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메이저들의 부채 비율은 3분기 현재 평균 30%로 금세기 최고점을 찍었으며, 지난 10년 간에 비하면 두 배가 됐다”면서 업계의 다른 회사들은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1년에는 강한 반전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강조하면서 “2020년의 비용과 예산, 배당삭감과 자산손상 처리는 2021년 ‘V’자 모양의 반등을 가져올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드맥킨지의 계산에 의하면 순현금 흐름이 플러스가 되기 위해서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41달러 필요한데, 내년도 유가는 부채를 갚아나갈 수 있는 수준인 51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만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가 된다면 메이저들의 부채는 불과 1~2년 안에 ‘안전지대’인 부채 비율 10~20% 선으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자산매각은 또 다른 옵션인데 많은 기업이 비핵심 자산을 처분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메이저들은 약 5백억 달러(한화 약 55조 원) 규모의 자산을 처분할 예정이며 업계 전체적으로 약 2천억 달러(한화 약 220조 원) 규모로 예상되나 자산처분에는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한 리스크로 “유가가 오르지 않을 경우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 자금이 부족한 M&A 시장에 기업들이 적정가 이하로 자산을 매각하게 되거나 투자를 더 줄이게 된다는 것”을 꼽았다.
05 | 석유분야 투자는 15년 만에 최저가 될 것
마지막으로 사이먼 플라워스 수석연구원은 기사에서 “재무적 압박이 업스트림(Upstream) 부문 투자가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라며 “업스트림 부문 예산은 지난 2014년 최고점에서 2019년 30%가 줄었으며, 2020년 다시 한 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예산은 2014년 최고점에서 60%가 줄어든 약 3천억 달러(한화 약 330조 원) 수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더불어 “미국 본토의 시추는 수년째 줄고 있고 전통 원유에 대한 최종투자의사결정(FID)은 잘해야 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에 대한 리스크로 “세계는 알게 모르게 공급 위기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수석연구원은 “2022년 말경 석유 수요가 1억 배럴 이상으로 회복되면, 2020년대 말 심각한 공급 부족 리스크가 증가해 유가 급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면서 “LNG 부문에서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시아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나 새로운 프로젝트는 없고 신규 공급이 시작되려면 5~7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