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 이어지고 있는 장마가 역대 최장, 최악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한반도를 덮친 이 같은 기록적인 장마는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그러나 기상이변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러시아 시베리아는 8만 년만의 이상고온 현상에 시달리고 있고 동북아시아에 쏟아진 폭우와 달리 유럽은 최악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의 비영리 기후연구단체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지난 7월 30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20년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찍거나 최소한 두 번째 수준이 될 것(State of the climate: 2020 set to be first or second warmest year on record)”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 내용은 다음은 같다.
올해 상반기 각종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올해가 가장 더운 해 또는 두 번째로 더운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지구표면 온도는 2020년 상반기동안 이례적으로 높아져 지난 2016년의 온난화 기록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열대 태평양 지역에서 매우 강력했던 2016년과 달리 2020년까지는 엘니뇨 환경이 ‘중립’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게다가 올해 6월은 카본 브리프의 지표온도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1850년 이래 가장 따뜻하거나 두 번째로 따뜻한 달이었다. 올해 상반기 특징을 보여주는 사건들이 있었는데 호주의 기록적인 더위나 시베리아가 지난 6개월간 경험한 엄청난 더위들이 그것이었다. 북부 시베리아는 산업화 이전보다 약 7℃나 더 따뜻해졌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야기한 지구온난화가 없었다면 이러한 극심한 더위도 없었을 것이라 결론지었다.
북극의 빙하 수준도 7월 대부분 기간 동안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절기 중 어느 시기가 최저점이 될지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2020년이 북극 빙하의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 첫 6개월 간의 기록적 더위 (Record heat in first six months)
올해 상반기(2020년 1~6월)는 역대 최고 온도였던 2016년 수준이거나 약간 낮다. 카본 브리프는 전 세계 지표면 온도 기록을 발표하는 NASA, NOAA, Met Office Hadley Centre/UEA, Berkeley Earth, Cowtan and Way, Copernicus/ECMWF 등 6개 연구 그룹의 기록을 분석했다.
아래 표는 월별 순위를 보여준다. ‘1st’는 해당 월의 기록상 가장 따뜻한 기온이다. 기록상 가장 따뜻하거나 가장 따뜻했던 달은 녹색으로 강조 표시된다.
▲ 이미지 설명 : 1, 4, 5, 6월은 각각 6개 데이터 세트 중 적어도 한 기관에서 최고 기록을 세운 달이다. – 이미지 출처 : 영국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카본 브리프
아래 그래프는 NASA GISTEMP 데이터 세트에서 2020년(빨간색 선) 현재까지의 온도를 이전 연도 (회색 선)와 비교한 것을 보여준다. 이 그래프는 1월부터 전체 연평균까지, 연중 매월 연간 누계 온도를 나타낸다.
▲ 이미지 설명 : NASA GISTEMP의 2012~2020년까지 매월 연간 누계 기온. 1981~2010년 기준선 대비 비정상임이 표기됨 – 이미지 출처 : 영국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카본 브리프
NASA의 데이터 세트에 기록된 올해 1~6월은 가장 따뜻했던 2016년과 일치한다. 그러나 2016년은 하반기에 기온이 낮아졌고 2020년은 지난 몇 달 동안 꽤 따뜻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2개월 평균은 여러 데이터 세트에 기록된 가장 따뜻한 12개월과 같은 수준이다.
아래 지도는 2020년 상반기 동안 지구 표면의 온도 분포를 보여준다. 시베리아 지역은 눈에 띄게 따뜻해졌으며 많은 지역이 지구 평균 온도보다 7℃나 더 따뜻했다. 유럽은 또한 평균보다 약 2℃나 높은 비정상적인 더위를 보이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다른 지역으로는 동아시아, 북유럽 및 남극 대륙 일부가 있다.
▲ 이미지 설명 : Berkeley Earth의 2020년 상반기 지표면 평균기온. 1981~2010년 기준선 대비 비정상적임이 표시됨 – 이미지 출처 : 영국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카본 브리프
이산화탄소 및 기타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온난화 요인이며 특정 연도의 기온은 일반적으로 엘니뇨 및 라니냐 현상과 관련된 지구의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는 열대 태평양 지역의 수온과 대기 사이의 온도 변화들에 의한 것으로, 어떤 해는 따뜻하게 어떤 해는 차갑게 만든다.
아래 그림은 여러 과학 그룹에서 생성된 다양한 엘니뇨 예측모델을 보여준다. 표시 값은 3개월간 열대 태평양(El Niño 3.4 지역)의 해수면 온도 변화다. 동적 모델 평균은 빨간색으로 표시되고 통계 모델은 녹색으로 표시된다.
▲ 이미지 설명 : IRI ENSO/CPC 예측에서 가져온 El Niño 3.4 지역의 3개월(3~5월) 기간에 대한 ENSO(El Niño Southern Oscillation) 예측 모델 – 이미지 출처 : 영국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카본 브리프
엘니뇨에 의한 온난화와 라니냐에 의한 추위는 열대 태평양 지역의 환경을 최고조로 만든 대략 3개월 후 지구 온도에 최대 영향을 끼치는 경향이 있다. 즉, 강력한 라니냐가 연중 마지막 몇 달 동안 발생하더라도 그 주된 영향은 2020년이 아니라 2021년 기온에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 2020년은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할 적기 (Good chance 2020 will be warmest year on record)
카본 브리프는 “한 해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이터와 향후 6개월 간의 엘니뇨 예측자료를 가지고 있기에 2020년 연간 기온이 어디에서 기록을 세우고 멈출 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카본 브리프는 총 여섯 개 그룹의 지표면 온도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런 다음 2020년 남은 기간 엘니뇨 지수의 예측과 함께 각 데이터에 대한 현재 사용 가능 데이터를 활용, 2020년 전체 기온을 예측했다.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다. 지난 1979년~2019년 사이의 연간 기온은 검은 색으로 표시되고, 상반기 6 개월을 기준으로 2020년 연간 기온의 범위(95% 신뢰 구간)는 빨간색 막대로 표시된다.
▲ 이미지 설명 : NASA GISTemp,NOAA GlobalTemp, Hadley/UEA HadCRUT4, Berkeley Earth, Copernicus/ECMWF의 연간 지구평균 표면온도 및 2020년 추정치 – 이미지 출처 : 영국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카본 브리프
이를 바탕으로 카본 브리프는 “역대 지표면 온도 기록상 2020년은 가장 따뜻하거나 두 번째로 따뜻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NASA와 Copernicus 두 그룹이 2020년이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으며 Hadley, Berkeley Earth 및 NOAA는 현 시점에서 2020년이 가장 따뜻하거나 두 번째가 될 가능성이 엇비슷하다고 봤다. Cowtan과 Way 데이터는 공개 시점에 6월 자료가 반영되지 않아 2020년 예측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올해가 가장 따뜻한 해 순위표에 오를 확률은 아래 표로 확인할 수 있다.
▲ 이미지 설명 : 각 데이터에 대한 2020년 기온 순위의 예상 확률이 반영돼 있으며,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예상치는 굵게 표시된다. 확률에는 각 레코드에 대한 측정 불확실성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최상의 추정치만 포함된다. – 이미지 출처 : 영국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카본 브리프
이와 관련해 카본 브리프는 “2020년이 가장 덥거나 두 번째로 더운 한 해가 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앞으로 3개월간 라니냐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힌다.
지난 7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교수인 ‘마틴 지게르트’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더이상 지구온난화를 주장할 증거가 필요하지 않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우리 눈 앞에 와 있다”면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과 지구온난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보다 깨끗해진 하늘과 자연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올 상반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그런 현상에도 무색하게 그 동안 인간이 야기한 지구온난화는 계속 진행형이다. 장마가 끝나고 한반도에도 폭염이 예고되고 있다. ‘카본 브리프’가 발표한 보고서의 예측이 빗나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