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SK이노베이션 계열 베트남 맹그로브 식수 자원봉사활동 단장으로 참여 요청을 받고, 그동안 말로만 듣던 해외봉사를 간다고 생각하니 수많은 감정이 몰려왔다. 우리 SK이노베이션 계열에서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기후변화위기 대응과 탄소감축에 대한 ESG 경영은 물론, 노사가 함께하는 1% 행복나눔 상생기금 테마사업의 대표 격인 맹그로브숲 복원사업에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다는 설렘이 앞섰다. 그러나, 곧이어 우기에 열대지방에서 고된 식수 봉사활동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우리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구성원 23명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걱정에 부담감이 뒤따랐다.
#그리 멀지 않았지만 긴 여정
부산에서 베트남 호치민까지는 5시간을 비행해야 한다. 거기에 호치민에서 짜빈성까지 130km 가까이 되는 이동 거리 5시간까지 포함해, 순수 이동 시간만 약 10시간 남짓 소요되었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서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당일 집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짜빈성 숙소에 도착한 것이 현지시간 저녁 6시(한국 시간 저녁 8시)로, 사실상 도합 15시간의 대장정이었다. 이렇듯 긴 여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구성원들의 눈동자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과 약간의 긴장감으로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베트남 현지에 설립한 사회적 기업 ‘맹그러브(Manglub)’ 직원들이 가이드를 해주었다. 밖으로 보이는 열대나무와 수많은 오토바이 등 이국적인 풍경 덕에 이동 시간으로 쌓인 여독은 어느 순간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은 왜 맹그로브 나무에 주목하고 있을까? 첫째로, 탄소저장능력이다. 맹그로브 나무는 헥타르(Ha) 당 1,000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새우 양식장 운영을 위해 맹그로브를 벌목하고 화학 비료를 사용하는 등 맹그로브숲을 훼손하는 과정 속에서 탄소 저장능력이 감소하고, 나아가 기후변화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둘째로, 자연 방파제 역할이다. 태풍, 지진, 해일 등과 같은 자연재해 발생 시 높은 파도가 발생한다. 하지만 해안가나 강가에 맹그로브 나무가 있으면 파도의 높이를 낮춰주고, 그 파도가 인가에까지 다다르는 시간을 약 15분가량 지연시킬 수 있다. 셋째로는 수질정화 능력이다. 맹그로브 나무는 해양생물의 은신처와 서식지 기능을 해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새우 양식장에서 날씨 요정과 함께
드디어 짜빈성에서의 첫날이 밝아오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새소리에 눈을 떴다. 아침부터 제법 따가운 햇볕으로 인해 맹그로브 식수 일정이 마냥 순탄치는 않을 듯했다. 오늘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곳은 짜빈성의 새우 양식장으로, 새우 배설물과 사료 찌꺼기, 세균 등으로 인해 훼손된 토양이 있는 곳이었다. 3년 정도 새우 양식을 하고 나면, 그곳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수질이 좋지 않고 흙에서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현지 산림청 및 지역 관계자 분들과 인사를 마치고 도착한 식수 장소(새우양식장)는 저수지 같은 공간에 섬처럼 형성되어 있는 곳이었다. 선발대는 허리까지 오는 물과 허벅지까지 빠지는 뻘을 직접 건넜고, 일부 구성원은 배를 타고 건너서 들어갔다. 다행이었던 점은 우리 구성원 중 날씨 요정(유난히 날씨 운이 좋은 사람)이 있어 나무 심는 동안에는 날씨가 흐리고 시원한 소나기까지 내려 더위에 대한 걱정은 잊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첫 식수장소에는 1,500그루 정도의 나무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무를 보자 구성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나무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비닐을 벗겨내는 그룹, 나무를 운반하는 그룹, 그리고, 모내기하듯 뻘에 구멍을 내어 나무를 심는 그룹으로 나뉘어 맹그로브 나무 심기를 시작했다. 1차로 준비된 나무를 다 심고 난 후, 추가로 운송되는 나무가 다 도착한 후 2차 식수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파이팅 넘치는 우리 구성원들이 나무가 옮겨지는 족족 심어버려, 예상 시간보다 훨씬 더 빨리 일이 마무리되었다.
#베트남 꿈나무들과 함께
맹그로브숲 복원 봉사활동을 마친 다음, 자원봉사자들은 인근에 위치한 주반안 중학교(Chu Van An Middle School)를 방문했다. 미래 베트남을 이끌 꿈나무들이 환경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매번 식수 봉사와 함께 진행해 온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학교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안녕하세요?”라며 미리 연습한 한국말 인사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인사를 나눈 뒤, 사회적 기업 ‘맹그러브(Manglub)’의 현지 중학생 홍보대사가 설명해 주는 SK이노베이션 맹그로브 나무 심기에 대해 들으며 맹그로브 숲 조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퀴즈 및 퍼즐 맞추기 등의 게임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다시 한번 맹그로브 나무 심기의 의미를 상기할 수 있었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소정의 선물을 전달하고, 선생님 및 학생들과 함께 사진 촬영 후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학교에 머무는 동안 내린 시원한 소나기가 기분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심은 맹그로브 나무는 계속 자란다
1미터 남짓 되는 맹그로브 묘목을 새우양식장 뻘밭에 심으며, “이 나무들이 과연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침 3일 차 일정은 SK이노베이션이 과거부터 심어 온 식수지 탐방 및 탄소 측정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은 ESG경영 및 탄소 저감이라는 목표를 위해, 2018년부터 맹그로브 나무 심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초창기에 메콩 강 주변에 심은 나무들이 제법 잘 자라고 있었고, 최근에 심은 나무는 수면 위로 줄기를 빼꼼 내비치고 있었다. ’어 제 우리가 심은 나무들도 몇 년 후에는 제법 자라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기며 어제 진행한 식수 봉사활동에 대한 보람으로 어깨가 제법 으쓱해졌다. 넓은 지역에 SK이노베이션 계열의 맹그로브숲이 조성되어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우리 회사가 4년 간 53만 그루, 총 113헥타르 규모의 숲을 되살렸고, 올해는 13만 그루의 맹그로브 묘목을 심어 38헥타르의 면적을 복원할 계획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와닿았다. 무엇보다 이 놀라운 일에 우리가 직접 일조했다는 뿌듯함이 마음을 가득 채워 주었다.
이번에 우리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구성원들이 참여한 맹그로브 식수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가 요즘 값싸게 즐겨 먹는 새우가 동남아시아에서 양식되고 있고, 그 새우양식장으로 인해 수많은 맹그로브숲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새우양식장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는 것은 우리 인류와 자연이 발전과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Epilogue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 비행기에서,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만은 매우 맑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피곤하다고는 하지만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우리 구성원들의 모습을 보며, 이번 봉사활동이 모두에게 큰 의미였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 구성원들은 이번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 및 생물 다양성 보존이 미디어나 책에서만 나오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과, 1%상생기금이 아주 뜻깊게 쓰이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으리라 생각한다. 또 우리 구성원들은 SK이노베이션 계열에서 추진하고 있는 ESG 경영활동에 내가 직접 참여했다는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유의미한 봉사활동에 보다 많은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더 큰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이번 2023년 하반기 베트남 맹그로브 자원봉사활동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준 모든 구성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